2023 수능 공부 기록장 [999432] · MS 2020 · 쪽지

2022-04-02 11: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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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부정적인 어쩌고: '끝맺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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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시력 관련해서 확인을 한다고 안과에 갔었는데

전체적으로 하얀 바닥과 벽으로 이루어진 공간에 다소 어두운 조명이

잔잔한 피아노 반주와 함께 나를 편안하게 감싸주었다


하지만 진료실로 들어가면서 

미리 예상은 해왔지만 갑작스럽게

음악도 없고, 너무 어두운 곳에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 그저 자리에 앉고, 턱을 대고, 눈을 뜨는 그런 행위들은

마치 생을 마감할 때의 무기력함, 그동안의 삶에 대한 덧없음이 밀려오게 만들었고

그저 19년도 살지 않은 나에게는, 아마도 나는 성숙한 자가 못될 사람이라 나이 들어서도 그러겠지만,

그러한 것이 어쩌면 살아있을 적에 겪을 가장 큰 적막의 공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탄생이 있다면 죽음이 있다는 것을

나는 왜 자꾸 겁을 먹는걸까.


나도 나이를 먹고 약해지고, 누군가의 짐이 되고, 쓸쓸히 방치되어 사라지고

국가도 사람이 줄어들고 활력을 잃고 역사가 영원히 멈추게 되고

어쩌면 이 지구 자체가 과거의 자연상태로 절대 돌이킬 수 없는

정말 극단적으로는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야할지도 모르는 그런 날도 오고,

꼭 인간 때문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태양도 생을 다하고

지구도 더 이상 지금과 같은 곳이 되지 못 하겠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피하기 위해서

세상을 관찰하는 자이면서도 '나'라는 의식이 있다고 여겨지는 주체자는

어쩌면 여태까지가 가장 나로서의 정점, 우리나라로서의 최전성기, 세계 사회에서의 가장 풍족한 때를 살아온게 아닐까하며 나름대로 판단을 하고

그저 지금 조용히 나의 생명을 ON OFF 스위치로 딸깍 눌러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글을 쓰고 나니까 도대체 뭐라고 지껄이는 걸까


모의고사도 망치고

여기서 나보다 능력이 훨씬 좋은 사람들이 자신과 이 사회에 대한 기대는커녕 어두울 것을 자신하는 것이

나에게는 너무 무서워서 그런걸까?


물론 이런 내부적, 외부적 자극이 없어도 잘 알고 있지만, 그 자극들이 나를 더 몰아붙여 미래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끝맺음이라는 필연적인 사건의 시기에 느낄 공포를 더 극대화시킬 것 같아

나 스스로 이런 식으로 불필요하고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치는 글을 적어 표출하여 방어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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