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방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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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통화(通化)는 시골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아직껏 위험하다고들 한다. 그는 진도(陣刀) 모양의 끈 달린 지팡이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금세 칼집에서 불쑥 알맹이를 드러내는 것이나 아닌지 겁이 났다.
나는 또 그에게 아편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가 어떤 대꾸를 했는지, 그건 잊어버렸다.
그― 그는 작달막하고 이쁘장하게 생긴 사나이다.
안경 쓰는 걸 머리에 포마드 바르는 것처럼이나 하이칼라로 아는 그는 바로 요전까지 종로의 금융조합에 근무하고 있었단다. 그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를 아주 사람 좋고 순진하고 인정이 넘치는 사람인 줄 알고 있다.
그를 멸시할 생각도 자격도 나에겐 추호도 있을 수 없다.
그리고 그는 현재 만주의 통화라는 곳에 전근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오랜만에 돌아온 경성은 정답기 그지없다고 한다.
경성을 떠나고 싶지 않다.
카페, 그리고 지분(脂粉)냄새도 그득한 바하며 참으로 뼈에 사무치게 좋다는 게다.
통화는 시골이라 오락 기관―그의 말을 따르면―같은 것이 통 없어서 쓸쓸하단다.
나는 그의 말에 일일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실상 나는 그 방면의 일은 제법 잘 알고 있을 것 같으면서 조금도 그렇지 못한 것인데, 그는 자꾸만 그런 것에 대해 고유명사를 손꼽아 대곤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가 하면,
또 나아가서는 사계(斯界)의 종업자(從業者)인 나보다도 이처럼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걸 뽐내 보임으로써,
그 천생의 도락벽에다 여하히 달콤한 우월감을 더해 볼까 하는 속셈인 것 같으나,
나는 또 나로서 사실 말이지 그의 여러 가지 이야기에 고분고분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의 하찮은, 한 번에 3원 정도의, 좀더 소규모로는 5, 60전의 도락은 정말 싫증 나는 법이 없는가 보다.
그는 또 무엇보다도 금수강산으로 이름난 평양에 한나절 놀고 싶노라고도 했다.
평양기생은 예쁘다. 하지만 노는 상대는 어쩐지 기생은 아닌 성싶다.
그와 얘기한다는 건 한없이 나를 침묵케 하는 일이다. 그가 하는 이야기에 일일이 감탄을 표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되니 말이다.
나는 얘기해서 그를 감격케 할 만한 아무것도 갖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는 그가 그저 괴상하다는 느낌만 들게 할 따름이리라.
첫째, 나는 나의 초라한 행색을 어떻게 변명해야 좋을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는 나의 이 빈약한 꼴을 비웃을 것에 틀림없다. 나로선 그것은 참기 어려운 노릇이다.
나의 여행은 진실로 모파상 식이라는 것을 그에게 설명해 주고 싶다.
허나 나의 혼탁한 두뇌는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나는 입을 다물고 그저 무턱대고 초조해하는 수밖엔 없다.
집을 나설 때, 나는 역에서 또 기차간에서 아무하고도 만나지 않았으면 싶었다.
다행히 역에는 아무도 없다. 내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의 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여행에 대해 변명을 하는 것은 정말이지 나로선 괴로운 일이다.
나는 기차간에서도 아무하고도 만나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는 이렇게 언짢은 얼굴을 한 나를 보고, 참으로 치근치근하게 인사를 했다.
나는 애써 얼굴에 웃음을 지으면서 한동안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는 그런 일에는 무관심한 모양이다.
나그넷길에 길동무…… 어쩌고 하면서, 그는 자진해서 그의 만주행이 얼마만큼 장도의 여행인가를 설명한다.
경성 신의주 6시간 하고도 20분, 스피드업한 국제열차 아니고선 그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그런다.
그러나 그는 여태 비행기라는 편리한 교통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만 같다.
나는 왜 이렇게 피로해 있는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어제는 엊그제 같기도 하고,
또한 내일 같기조차 하다. 나에겐 나의 기억을 정리할 만한 끈기가 없어졌다.
나는 이젠 입을 다물고 있는 수밖엔 별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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