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의 기(2)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5791044
기삼(記三)
복화술(複話術)이란 결국 언어의 저장창고의 경영(經營)일 것이다.
한 마리의 축생(畜生)은 인간이외의 모든 뇌수(腦髓)일 것이다.
나의 뇌수(腦髓)가 담임(擔任) 지배하는 사건의 대부분을 나는 황의 위치에 저장했다ㅡ냉각되고
가열되도록
ㅡ나의 규칙을ㅡ그러므로ㅡ리트머스지(紙)에 썼다.
배ㅡ그 속ㅡ의 결정(結晶)을 가감(加減)할 수 있도록 소량의 리트머스액(液)을
나는 나의 식사에 곁들일 것을 잊지 않았다.
나의 배의 발음은 마침내 삼각형의 어느 정점을 정직하게 출발하였다.
기사(記四)
황의 나신(裸身)은 나의 나신(裸身)을 꼬옥 닮았다. 혹은 이 일은 이 일의 반대일지도 모른다.
나의 목욕시간은 황의 근무시간 속에 있다.
나는 천의(穿衣)인채 욕실에 들어서 가까스로 욕조로 들어간다.
ㅡ벗은 옷을 한 손에 안은채ㅡ
언제나 나는 나의 조상(祖上)ㅡ육친(肉親)을 위조(僞造)하고픈 못된 충동에 끌렸다.
치욕(恥辱)의 계보(系譜)를 짊어진채 내가 해부대(解剖臺)의 이슬로 사라질 날은 그 어느 날에 올
것인가?
피부는 한 장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거기에 나는 파랑잉크로 함부로 근(筋)을 그렸다.
이 초라한 포장 속에서 나는 생각한다
ㅡ해골에 대하여......묘지에 대하여
영원한 경치(景致)에 대하여.
달덩이 같은 얼굴에 여자는 눈을 가지고 있다.
여자의 얼굴엔 입맞춤할 데가 없다.
여자는 자기 손을 먹을 수도 있었다.
나의 식욕은 일차방정식같이 간단하였다.
나는 곧잘 색채(色彩)를 삼키곤 한다.
투명한 광선 앞에서 나의 미각은 거리낌없이 표정(表情)한다.
나의 공복(空腹)은 음향(音響)에 공명(共鳴)한다ㅡ예컨대 나이프를 떨군다ㅡ
여자는 빈 접시 한 장을 내 앞에 내어 놓는다ㅡ
(접시가 나오기 전에 나의 미각은 이미 요리을 다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여자의 구토는 여자의 술을 뱉어낸다.
그리고 나에게 대한 체면마저 함께 뱉어내고 만다(오오 나는 웃어야 하는가 울어야 하는가)
요리인(料理人)의 단추는 오리온좌(座)의 약도(略圖)다.
여자의 육감적인 부분은 죄다 빛나고 있다.
달처럼 반지처럼.
그래 나는 나의 신분에 걸맞게시리 나의 표정을 절약하고 겸손하고 하는 것이었다.
모자(帽子)ㅡ나의 모자. 나의 병상(病床)을 감시하고 있는 모자.
나의 사상(思想)의 레텔. 나의 사상(思想)의 흔적. 너는 알 수 있을까?
나는 죽는 것일까. 나는 이냥 죽어가는 것일까.
나의 사상(思想)은 네가 내 머리 위에 있지 아니하듯 내 머리에서 사라지고 없다.
모자 나의 사상(思想)을 엄호해 주려무나!
나의 데드마스크엔 모자는 필요 없게 된단 말이다!
그림달력의 장미가 봄을 준비하고 있다.
붉은 밤. 보라빛 바탕.
별들은 흩날리고 하늘은 나의 쓰러져 객사(客死)할 광장(廣場).
보이지 않는 별들의 조소(嘲笑).
다만 남아 있는 오리온좌(座)의 뒹구는 못(釘)같은 성원(星員).
나는 두려움 때문에.
나의 얼굴을 변장하고 싶은 오직 그 생각에 나의 꺼칠한 턱수염을 손바닥으로 감추어본다.
정수리 언저리에서 개가 짖었다. 불성실한 지구를 두드리는 소리.
나는 되도록 나의 오관(五官)을 취소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을 포기한 나는 기꺼이
ㅡ나는 종족의 번식을 위해 이 나머지 세포를 써버리고 싶다.
바람 사나운 밤마다 나는 차차로 한 묶음의 턱수염 같이 되어버린다.
한줄기 길이 산(山)을 뚫고 있다.
나는 불 꺼진 탄환처럼 그 길을 탄다.
봄이 나를 뱉어낸다. 나는 차거운 압력을 느낀다.
듣자 하니ㅡ아이들은 나무 밑에 모여서 겨울을 말해버린다.
화살처럼 빠른 것을 이 길에 태우고 나도 나의 불행을 말해버릴까 한다.
한 줄기 길에 못이 서너개ㅡ땅을 파면 나긋나긋한 풀의 준비ㅡ봄은 갈갈이 찢기고 만다.
(3월 20일)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한완수 같이 강의없이 공부하는 자습서로 독학하고싶은데.. 폴라리스 네비게이터 말고는 본적이 읎음
-
없는 데도 있음? 내 친구가 그렇다는데 오...
-
난 4급 공익임 0
신검과 탐구 둘 다
-
성적표발표~연대수시발표 10일동안 연대에 불합격 시키게할 방법없나요? 하긴...
-
유형과 풀이가 정해져있으니 기계적 풀이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결과물이 완성된다면 오르비에 올려볼게요
-
가보자고
-
시대대치재종반입니다. 라인업 어떤가요? 국어 : 김재훈, 윤지환 수학 : 김범찬,...
-
오늘 학교에서 한 말 12
"계산이요" "아이스아메리카노 사이즈 업해서 한잔이요" "네"
-
아니 지방약 vs 설대메디컬 제외 원하는 과가 닥전임? 15
인스타 보는데 댓글에 서울대 내려치기 뭐지… 닥후는 아니어도 닥전은 아니지 않음?
-
주변에 의대생들도 편차가 되게 심한 듯 분명 집안도 좋은 인설의 인데도 나같은...
-
일반화학 시간에 그러면 괜찮을려나
-
메가패스 환급 0
어디서 신청하나요.... 안 보여요ㅠㅠ
-
강의실에서 큐브 답변 조지고 있으면 반수각 잡는 사람같아요? 4
수업 시작전에 할게없서요
-
이 단어장 하나로 충분하려나요
-
어떤선생님의 어떤강좌를 추천하시나요???
-
반갑습니다 2
-
시발 뭐지
-
다들 ㅈㄴ 반대하네
-
나는 이해 감 0
왜 이해 가나 길게 쓰려다가 생각해 보니 적절치 않은 것 같고, 내 개인사도 있고,...
-
ㅇㅂㄱㅇㅂㄱ 2
안뇽
-
어려지고 싶다ㅜㅜ
-
보통 기출 학습을 다 하셨을거란 말이죠 질문1) 혹시 '기출을 공부했다 or 기출을...
-
눈 웰케 많이옴? ㄷㄷ 나 집갈 수 있겠지 오늘
-
오늘 공부 포기 5
오전에 좀 공부했는데 컨디션이 심각하게 안 좋아서 반데옾 할거임 자러가야지
-
이루매 커엽네요 2
-
잘먹겠습니다 1
맛있는 점심식사
-
오숩완 5
-
일회용 전담 1
이거 피기 시작했는데 원래 이렇게 맛이 안 나나요? 목만 조금 시원하고 입안에서...
-
과잠 사야됨? 9
고민중
-
3모를 제패하겠다 13222? 목표 ㄱ
-
같이 힘내요 저도 안자고 달림
-
학교에서 수특 독서&문학으로 진도나간다하는데 내신대비용으로 학원 다닐거라서 굳이...
-
후속기사가 이어집니다
-
작수 28, 30 2개 틀렸고 6평 92 (28,30) 9평 96 (30) 원래는...
-
여기서 버스타고 잠실가고 잠실에서 2호선으로 한양대역가고 거기서 또 언덕 올라서...
-
물1지1에서 물1생2공부해볼까 하는데 투투 아니면 메리트 크게 없으려나요
-
아 진짜 ㅈㄴ 싫다 왤케 힘들지
-
클렌징 폼 원래 500원 2개 정도로 개많이 짜서 얼굴에 비벼댐 난 이게...
-
어제 일찍 잤더니 하루가 쾌적함 12시 12시 반 사이에 무조건
-
해설은 피뎁으로 보죠??
-
둘다 玄(검을 현) 黑(검을 흑) 둘다 검다라는 한자가 들어갔는데
-
내신 선생 따라 어떻게 나올지 대충 각이 서서 좋음
-
반분위기조옺댔다 1
정시러인데 진짜 쌤들 첫시간브터 수시라이팅 존나하고 반에 공부하는애들이 없다 ㅋㅋ...
-
원래 단순표점합에 영어환산점수 더하면 됐는데 국어표점x1 수학표점x1.2...
-
배달시켰는데 14
왜 백미밥 아니야ㅡㅡ
-
게시물 댓글에 전부 좋은 사람들만 모인거 같아 기분이 좋네요 많이 배워가요 아 물론...
-
뭐가 더 좋나요? 차이가 있나요?
엄머나
믿고 보는 이상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