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y Lake: 李箱 [870531] · MS 2019 · 쪽지

2022-03-16 09: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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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이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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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동안이나 그의 의식은 분명하였다. 빈약한 등광(燈光) 밑에 한쪽으로 기울어져 가며 담벼락에 

기대어 있는 그의 우인(友人)의 <몽국풍경(夢國風景)>의 불운한 작품을 물끄러미 바라다보았다. 평소 같으면 그 화면(畵面)이 몹시 눈이 부시어서 (밤에만) 이렇게 오랫동안 계속하여 바라볼 수 없었을 
것을 그만하여도 그의 시각은 자극에 대하여 무감각이 되었었다. 몽롱히 떠올라 오는 그 동안 

수개월의 기억이 (더욱이) 그를 다시 몽현 왕래(夢現往來)의 혼수 상태로 이끌었다. 그 난의식(亂意識) 가운데서도 그는 동요(童搖)가 왔다.- 이것을 나는 근본적인 줄만 알았다. 


그때에 나는 과연 한때의 참혹한 걸인이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의 거짓을 버리고 참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인간 ' 이 되었다.- 나는 이렇게만 믿었다. 그러나, 그것도 사실에 있어서는 근본적은 아니었다. 감정으로만 살아나가는 가엾은 한 곤충의 내적 파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나는 발견하였다. 나는 

또한 나로서도, 또 나의 주위의 - 모든 것에 대하여 굉장한 무엇을 분명히 창작(?)하였는데, 그것이 

무슨 모양인지 무엇인지 등은 도무지 기억할 길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동안 수개월 - 그는 극도의 절망 속에 살아 왔다 (이런 말이 있을 수 있다면 그는 '죽어 왔다 '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급기야 그가 병상에 쓰러지지 아니하면 아니 되었을 순간 - 그는 '죽음은 과연 자연적으로 왔다.' 를 느꼈다. 그러나 하루 이틀 누워 있는 동안 생리적으로 죽음에 가까이 까지에 

빠진 그는 타오르는 듯한 희망과 야욕을 가슴 가득히 채웠던 것이다. 의식이 자기로 회복되는 

사이사이 그는 이 오래간만에 맛보는 새 힘에 졸리었다 (보채어졌다). 나날이 말라 들어가는 그의 

체구가 그에게는 마치 강철로 만든 것으로만, 결코 죽거나 할 것이 아닌 것으로만자신(自信)되었다. 


그가 쓰러지던 그 날 밤 (그 전부터 그는 드러누웠었다. 그러나 의식을 잃기 시작하기는 그 날 밤이 첫 밤이었다) 그는 그의 우인에게서 길고 긴 편지를 받았다. 그것은 글로서 졸렬한 것이겠다 하겠으나 한 순한 인간의 비통을 초(抄)한 인간 기록이었다. 그는 그것을 다 읽는 동안에 무서운 원시성(原始性)의 힘을 느꼈다. 그의 가슴속에는 보는 동안에 캄캄한 구름이 전후를 가릴 수도 없이 가득히 엉키어 

들었다. '참을 가지고 나를 대하여 주는 이 순한 인간에게 대하여 어째 나는 거짓을 가지고만 밖에는 대할 수 없는 것은 이 무슨 슬퍼할 만한 일이냐.' 그는 그대로 배를 방바닥에 댄 채 엎드리었다. 그의 아픈 몸과 함께 그의 마음도 차츰차츰 아파들어왔다. 그는 더 참을 수는 없었다. 원고지 틈에 낑기어 있는 3030 용지를 꺼내어 한두 자 쓰기를 시작하였다. '그렇다, 나는 확실히 거짓에 살아왔다.- 그때에 나에게는 체험을 반려(伴侶)한 무서운 동요가 왔다.- 이것을 나는 근본적인 줄만 알았다. 그때에 나는 과연 한때의 참혹한 걸인이었다. 그러나 오늘까지의 거짓을 버리고 참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인간 '이 되었다.- 나는 이렇게만 믿었다. 그러나 그것도 사실에 있어서는 근본적은 아니었다. 감정으로만 

살아나가는 가엾은 한 곤충의 내적 파문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나는 발견하였다. 나는 또한 나로서도 또 나의 주위의 모오든 것에게 대하여서도 차라리 여지껏 이상(以上)의 거짓에서 살지 아니하면 안 

되었다.........., 운운.' 이러한 문구를 늘어놓는 동안에 그는 또한 몇 줄의 짧은 시(詩)를 쓴 것도 기억할 수도 있었다. 펜이 무연(無聯)히 종이 위를 활주하는 동안에 그의 의식은 차츰차츰 몽롱하여 들어갔다. 어느 때 어느 귀절에서 무슨 말을 쓰다가 펜을 떨어뜨렸는지 그의 기억에서는 전혀 알아낼 길이 없다. 그가 펜을 든 채로, 그대로 의식을 잃고 말아버린 것만은 사실이다. 


의사도 다녀가고 며칠 후, 의사에게 대한 그의 분노도 식고 그의 의식에 명랑한 시간이 차차로 

많아졌을 때, 어느 시간 그는 벌써 알지 못할 (근거) 희망에 애태우는 인간으로 나타났다. '내가 

일어나기만 하면..........' 그에게는 단테의 <신곡(神曲)> 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도 아무것도 그의 

마음대로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오직 그의 몸이 불 건강한 것이 한 탓으로만 여겨졌다. 그는 그 

우인의 기다란 편지를 다시 꺼내어 들었들 때 전날의 어두운 구름을 대신하여 무한히 곧센 '동지 '라는 힘을 느꼈다. '××시! 아무쪼록 광명을 보시오!' 그의 눈은 이러한 구절이 쓰인 곳에까지 다다랐다. 
그는 모르는 사이에 입 밖에 이런 부르짖음을 내기까지하였다. '오냐, 지금 나는 광명을 보고 있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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