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독존 [1055336]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2-03-07 21:05:22
조회수 4,988

칼럼) 무제 ( 공부 칼럼 아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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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이라는 건 참 신기합니다.


분명히 같은 언어인데 말과는 또 느낌이 다르거든요.


'말'은 절대 말만 할 수 없습니다. 그 공간에서의 표정, 어투, 상황 등이 모두 고려되죠. 


하지만,  글은 오로지 글만 보입니다.


단어의 조합으로 타인에게 나의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는 게 글이죠.


단어의 조합 즉, 오로지 언어로만 표현하는 것이죠.


이게 참 애매합니다.




 이미 특정 사실을 알고 있는 제가 보면 다 이해가 되지만, 


모르는 사람이 봐도 이 말이 그 뜻인 줄 알 지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글쓰기 버튼 (게시물 올리는 버튼)을 누를 때 절 망설이게 하죠.


그래서 글을 잘 쓰려면, 우선 남들에게 전달하려고 내가 이 글을 쓴다는


바로 그 본질을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말하는 현학적인 표현은 자제해야죠.


그렇다고 모든 걸 쉽게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단언컨대 평가원에 나오는 국어 지문들은 정말 잘 쓴 글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지는 않죠. 내용이 어려우면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다만 최선을 다해서 쉽게 쓴 게 그 정도일 뿐입니다.




 쉽게 쓰려고 노력은 하지만, 다루는 내용이 어려우면 그만큼 어쩔 수 없는 임계치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도 자신의 읽는 능력이 길러져야 점점 더 어려운 내용의 글을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에 대학수학능력시험 즉, 수능에서 국어는 굉장히 중점적인 과목인 거 같네요.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글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쓰는 표현에는 정해진 규칙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걸 '논리'라고 부르죠.


논리적인 글을 읽는 방법은 정해져 있고, 수능 국어 지문은 굉장히 논리적이며, 


그걸 공부하는 게 수능 국어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2. 


 문제는 수능 국어처럼 항상 모든 글이 논리적이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쓰는 게 어려운 일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글을 '말'처럼 쓰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말로는 전달될 지언정 글로는 여러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게 분명한데


그걸 자각하지 못한 채 우리는 많은 글을 씁니다. 


인터넷이라는 친구가 등장하면서 우리는 순간적이고 소모적인 글쓰기에 익숙해졌습니다.


예전의 '편지'라는 친구의 위상을 '깨깨오톡'이 대신하고,


'토론의 입론서'라는 친구의 위상을 '댓글'들이 차지했죠.


이게 꼭 나쁜 건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글을 쓸 때 쓸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어졌습니다.


상대를 고려하며 글을 쓰기엔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내 글이 어떤 뜻을 의미하고, 타인들이 어떻게 읽을 지를 고민해보고,


그리고 생각해볼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그렇게 글이 가지고 있는 불확정성은 여러 오해를 낳습니다.




 그리고 설령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그 경험이 적어 


글이 아닌 '말'을 타이핑친 것에 불과한 것들을 쓰는 사람이 허다합니다.


제가 그 사람들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건 아닙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그래서 저는 친구들을 비롯한 대인관계에서 중요한 얘기를 할 때


절대 문자나 전화로 하지 않고 최대한 대면으로 하는 편입니다.


글로 상대방의 오해없이 제 뜻을 온전히 전달할 자신이 없거든요.


여기서는 글 좀 잘 쓴다는 소리를 듣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걸 저도 압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글을 써야 합니다. 포화적이고, 가학적일 정도로요.


서로서로 너무 많은 글을 찍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인터넷이란 곳에서 감정을 소모하며 싸우기도 하죠. 


개체가 집단으로 묶여서 싸그리 욕먹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이건 정말 속상한 일이에요 개인적으로..)


집단으로 묶이는 건 그 개체들 각각에 대한 모든 존엄성이 무시되는 겁니다.



 잠깐 다른 얘기로 샜네요. 돌아갑시다.


지금 저도 그냥 넘어가면 될 글들을 보며 감정을 소모하고 있군요.



 별 의미가 담기지 못한 글에 감정까지 소모된다.. 참 억울합니다.


그치만 너무 많은 글에 노출된 우리는 점점 무뎌지고, 둔해지고 있습니다.


점점 더 고민도, 생각도 안하고 1차원적으로 변하는 느낌입니다.


너무 손가락이 빨리 움직이고, 책임감은 옅어집니다.


예전보다 빠르게 게시물 올리기에 손가락을 올리는 제가 지금에와서야 낯섭니다.


제 자신이 달라진 지도 저는 몰랐군요.




 어쩌면, 글이 해석이 여러가지로 될 수 있다는 불확정성을, 


우리는 해소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된 거 같습니다.


그저 방관한 채 자기가 쓴 글이 뭘 뜻하는지 자신도 판단하지 못할 정도의 단계에 접어든 건 아닐까요?


하다못해 칼럼 따위를 쓰는 저도 가끔 제 칼럼을 보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엎은 적이 허다하네요..




 그렇게 불확정성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자신도 자기가 무엇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단계에 빠져 허우적댈 때


흔히 말하는 헛소리, 허튼 소리 등을 우리가 글로 쓰게 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이 무어라고 말하는 지조차 잊었기에 나올 수 있는 그 맹목성.


맹목성이 폭력성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많이 보게 되니,


역시 전 칼럼 이외의 활동들에 참가 안 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쓰기 전에 조금만 고민해봅시다. 이 얘기들이 정말 세상에 기록되어도 괜찮을지요.


이건 일상생활의 sns부터 출발해서 나라의 운명을 바꾸는 정치까지


모든 분야에 해당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과연 이렇게 우리는 계속 글을 써도 괜찮을까요?







3.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쓰다보면 답을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번에 쓴 글은 여러분들에게 뭔가 제 생각을 전달하기보다는


글을 쓰며 제 생각을 정리해보는 차원에서 썼습니다.


그나마 건전하게 이야기를 나눠볼 곳이 여기라고 생각되어 이렇게 글을 쓴 것도 맞습니다.




 글을 잘 쓰고 싶어지네요... 제 고민이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글을 조심히 써야 한다는 글을 쓰고 있는 전, 


지금 어느 때보다 조심히 이 글을 쓰고 있는 건 분명한 거 같습니다.


앞으로도 지금의 조심조심한 태도를 잊지 말고,


좀 더 무거운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타인에게 내 뇌 안의 얘기를 그대로 전송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결국 언어라는 보조적 수단을 통해 생각을 교류할 겁니다. 


그 언어 중 오늘 글이라는 아이를 잠시 생각해봤습니다.


글은 말과 달리 오로지 문자로만 되어 있습니다.


그로 인해 파생되는 여러 해석의 요지가 있는 글의 불확정성.


이게 오늘날에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말도 어려운 의사소통 수단임은 많지만,


제스처를 포함한 몸짓, 표정 등의 간접적 수단이 받쳐준다는 점에서


글이 말보다 불확정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무의식적으로 우리 모두는 알지만,


의식적으로 각인하지 못한 채 자꾸 잊는 거 같아요.


불확정성이 있단 걸 알면 우리는 해소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죠.


그 불확정성에 잡아먹혀 맹목성, 폭력성으로 자신을 덧칠하지 않길 바랍니다. 




 오늘의 얘기는 써놓고 보니, 


여러분을 위해 쓴 글이기보다는 제 자신을 위해 쓴 거 같네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글을 써놓으면 제가 지킬 거라고 


제가 생각한 건가 봅니다. 


마무리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기에는 아직 저도 몰라 용두사미가 되었지만,


모두 정답없이 고민해보는 것만으로도 제 목표는 달성인 거 같습니다. :)





뻘글이라면 충분히 뻘글인 거 같습니다. 칼럼) 글자가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오랜만에 칼럼 이외의 글을 쓰니 좀 재미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부 칼럼이 아니어서 화가 나신 분들은


https://orbi.kr/00055314601 를 정독해주세여


이미 보신 분들에겐 죄송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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