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냅스 소포 [1107335] · MS 2021 · 쪽지

2022-03-02 23:4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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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고3은 거의 무조건 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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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에 윈터와 남들보다 일주일 더 먼저 고3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느낀 거의 대부분의 고3이 망하는 이유.


공부를 애초에 안 한다.

 나는 이름을 대면 입시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알 법한 자사고 재학생이다. 근데 주변 애들의 겨울방학 생활상을 들어보면 ‘과연 얘네들이 의대를 가려고 하긴 하는걸까..?’싶은 생각이 많이 든다. 물론 그와중에 열심히 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내가 친구를 잘못 사귀었나 싶을 정도로 겨울방학에 쳐 놀았던 것 같다. 예시를 들어 보겠다.


A:의예과 목표(정시)

 겨울방학에 1월에만 윈터 다녔다가 2월에는 원래 집 가서 거의 한자도 안함. 그래서 겨울방학 동안 한 게 뭐냐고 묻자 올오카 3주치, 뉴런 수1만 4강(다른과목 수강률 0%), 단과 생명(1월에만 다녔다는 걸 명심하자.) 이러면서 자기는 의예과가 가고 싶은데 재수를 해야 할 것 같단다. 내가봤을 땐 내 친구지만, 대학을 같이 잘 갔으면 좋겠지만, 마음가짐이 크게 바뀌지 않으면 막말로 5수를 해도 의예과는 어림도 없고 연고대 공대도 못 갈 것 같다. 만약이 그 친구가 이 글을 읽는다면 ‘제발 적당히 쳐 놀고 공부 좀 하자. 대체 왜 애니는 입문해가지고...’


B:치의예과 목표(정시)

 1학년 때부터 내신이 망해서 내신을 버렸다. 공부를 안하는 것 같길래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치대를 가고 싶단다. 다행히 물리는 1~2등급이 뜬다.(3학년 모고 봤을 때) 근데 문제는 나머지가 다 망했다. 방학 동안 국어 공부는 당연히 안했고, 내가 제발 공부 좀 하자고 하는 거 겨우겨우 설득해서 한수 연간패키지 샀다. 근데 그걸 과연 다 할지는 좀 걱정된다. 보고있으면 제발 국어는 그거라도 하자 ㅁㅈ아...


C:서울대 문과 목표(수시+정시)

 난 얘가 제일 이해가 안된다. 다른 애들은 그냥 공부를 안 한 거지만 얘는 정말 어떻게 다양성을 존중하려고 해도 이해가 안된다. 국어: 작년에 수능특강을 샀는데 안풀어서 이제 풀거라고 한다. 당연히 기출은 안풀었고, 마닳 사서 이제 풀거라고 한다. 수학은 미적인데 사실상 노베다. 그나마 영어가 1이 뜨는데, 가장 이해가 안되는 건 탐구다. 내가 탐구 뭐 할거냐고 묻자 물리 할거란다. 심지어 얘 물리 내신으로도 안했다. 그래서 내가 말도 안되는 소리 집어치우고 다시 말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탐구 6과목을 준비해서 수능 날 무엇이든 대비가 가능하게 해서 골라서 볼거란다. 수학도 3과목 모두 대비를 할 거라고 한다. 난 이 말 듣고 진지하게 손절을 고민했다. 그래서 사문이랑 정법은 지금 수능 보면 몇 점 정도 나오냐고 했더니 40점 정도 나온다고 한다. 참고로 나는 2학년 때 내신으로 사문을 선택해서 개념강의 듣고 작년도 69수능 풀었더니 45/44/50떴다.(물론 지금 보면 저 점수 안나온다. 다 까먹어서) 즉, 머리가 어마어마하게 비상한 것도 아닌데 이런 망상만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내신이 좋은 것도 아니다.


D:외고생, 고대 목표(수시+정시)

 윈터 같이 다녔다. 근데 거의 맨날 학원간다고 해놓고 지 남자친구랑 연애질한다. 집이 가까워서 아침에 윈터 같이 갔는데 옷이 체육복이 아니다? 그럼 남자친구와의 데이트가 약속되어있는 날이다. 그리고 일주일에 4번은 그랬다. 그나마 외고여서 국어랑 영어를 잘해서 망정이지 수학은 작수로 34가 나왔다고 한다. 3~4등급이 아니고 원점수가 34점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는 고대를 갈 거라고 한다. 근데 수학을 일주일에 하루 한다.


E: 목표 대학 모름. 대학을 가려는지도 모르겠음.

 잠. 그냥 잠.


이 외에도 주변에서 애들이 말하는 거 들어보면

??: 아 3월 학평 직전에 뉴런 완강할 것 같다. 어카냐(당연히 수분감은 안함.)

??: 아 이제 3순환 12번 유형이다.

??: 야 나 ㅈ됐어 겨울방학에 쳐 놀았어(이 소리만 20번 넘게 들었다. 동일인물에게)

??: 요즘 롤 개재밌음 ㄹㅇㅋㅋ

??: 아니지 요즘은 롤체지



그럼 너는 뭐했냐는 질문에는 나는

강기분 4주컷(해설로 공부했다. 해설은 진짜 좋더라.)/본바탕1/수국김/신텍스/신텍스 체화1/뉴분감 끝/화1 킬특/물1 필수본VIP랑 3순환은 이번주에 끝남/화2 배개완 일단 나온대까진 다 들음.(아니 왜 완강이 3월 말인데)

남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하지는 않았어도 해야 될 건 했다고 생각한다.


공부할 의지도 없다.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많은 경우에, 일반고 고3은 3월 4월에 타올랐다가 수시 원서를 쓰고 나면 벌써부터 애교심이 막 생겨서 우주상향했음에도 불구하고 붙을 거라는 생각으로 놀고, 이에 따라 자습 분위기가 개판이 된다고 한다. 근데 벌써부터 자기는 수능을 잘 볼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애들이 있다. 이 상태에서 8,9,10월에는 얼마나 더 개판이 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매우 유명한 자사고에서도 이런데, 다른 일반고에서 더 열심히 할 리 만무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는 원래부터 4년제라고 정신승리하며 어디 빌보드에 우리 학교 선배들 이름이 다 적혀 있더라- 라고 벌써부터 올해는 망했다며 공부할 의지도 없는 애들, 내가 봤을 땐 내년 이맘때에는 ‘아 원래 4년제 고등학교니까 이제 재수 하는거지 ㄹㅇㅋㅋ’ 할 게 뻔하다.

 우리 학교는 기숙사라 토요일은 아침부터 저녁, 일요일은 점심부터 저녁까지 의무자습이 있다.(아 이러면 학교가 너무 특정되나) 그래서 주변 친구들에게 일요일 오전에도 학교 여니까 오전에도 가서 공부하자고 하니 됐다고 한다. 그렇다. 공부할 의지도 없다. 개인적으로 이런 사람들 혐오한다. 그래서 요즘 진지하게 공부 안하는 애들 다 손절하고 개인플레이로 해야 하나 고민중이다.

 난 러셀을 다녔는데 알다시피 10시 이후에는 심야자습, 일요일은 자율등원이다. 나는 HS관이었는데, HS관 심야자습 신청 50명 중에 8명 한다. 일요일에 등원하는 사람은 6명이다. 러셀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에서 들은 바로는, 솔직히 여기서 올해 의대 가는 사람 10명 이하일 거라고 하신다. 당연하다. 공부를 안하고 애초에 한 게 없는데 어떻게 정시로 의대를 가냐.

 러셀 급식 먹고 바로 공부하자 그러면 자기들은 옥상 테라스에서 좀 놀다 오겠다고 한다. 물론 자신들은 옥상에 갔다오면 환기돼서 더 집중이 잘 된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난 기본적인 태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잠시 이야기를 n수생 쪽으로 돌려서, 개인적으로 난 돈이 부족하지 않은데 군수 제외 4수 이상인데 연고대 갈 성적이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면 난 그건 공부를 안 한 거라고 생각한다. 좀 워딩이 쎄지만, 난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반박 시 그건 당신의 특별한 사정에 의한 것이므로 인정하겠다.

 물론 겨울방학에 공부를 많이 못했다고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거나, 아니면 자기는 이제 시발점 끝나간다고 불안하다는 사람들은 내가 진심으로 응원한다. 나름 유베인 나도 끊임없이 불안한 게 수능인데, 자기보다 앞서서 진도 나가는 사람들 보면 당연히 불안하지. 열심히 ‘한다’는 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함. 문제는 안하면서 자기는 의대 갈거다, SKY갈거 라고 하는 사람들이지.


 물론, 이렇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도 있다. 예를 들어 뭐 윤도영 주간테스트 1등이라던가, 현장감은 없었겠지만 작수 수학 미적 100, 수학 수특을 3일만에 끝내는 애, 시대인재에서 열심히 하고 온 친구들(하 화2 서바같은 거 있으면 좀 구해달라 할 걸), 국어 노베에서 12월 사이에 1등급으로 만든 친구도 있지만, 그런 친구들은 전체의 30~40%인 것 같다. 이 정도 된다는 거에 감사히 여겨야 하는건가?

오르비언들은 이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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