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想 [870531] · MS 2019 · 쪽지

2022-02-28 08: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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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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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이슥한데 나는 사실 그 친구와 이런 회화를 했다.는 이야기를 염치 좋게 하는 것은 요컨대 

천하의 의좋은 내외들에게 대한 퉁명이다. 친구는 


"여비(旅費)?" 


"보조래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지만." 


"둘이 간다면 내 다 내주지." 


"둘이." 


"임(姙)이와 결혼해서―." 


여자 하나를 두 남자가 사랑하는 경우에는 꼭 싸움들을 하는 법인데 우리들은 안 싸웠다. 나는 결이 좀 났다.는 것은 저는 벌써 임이와 육체까지 수수(授受)하고 나서 나더러 임이와 결혼하라니까 

말이다. 


나는 연애보다 공부를 해야겠어서 그 친구더러 여비를 좀 꾸어달란 것인데 뜻밖에 회화가 이 모양이 되고 말았다. 


"그럼 다 그만두겠네." 


"여비두?" 


"결혼두." 


"건 왜?" 


"싫여!" 


그러고 나서는 한참이나 잠자코들 있었다. 두 사람의 교양이 서로 뺨을 친다든지 하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고 그런 것이다. 


"왜 내가 임이와 그런 일이 있었대서 그러나? 불쾌해서!" 


"뭔지 모르겠네!" 


"한 번, 꼭 한 번 밖에 없네. 독미(毒味)란 말이 있지." 


"순수허대서 자랑인가?" 


"부러 그러나?" 


"에피그램이지." 


암만해도 회화로는 해결이 안 된다. 회화로 안 되면 행동인데 어떤 행동을 하나. 


물론 싸워서는 안 된다. 친구끼리는 정다워야 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 두 사람의 공동의 적을 하나 찾기로 한다. 친구가 


"이(李)를 알지? 임이의 첫 남자!" 


"자네는 무슨 목적으로 타협을 하려 드나." 


"실연허기가 싫여서 그런다구나 그래둘까." 


"내 고집두 그 비슷한 이유지." 


나는 당장에 허둥지둥한다. 내 인색한 논리는 눈살을 찌푸린다. 나는 꼼짝할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나는 인색하다. 


친구는, 


"끝끝내 이러긴가?" 


"수세(守勢)두 공세(攻勢)두 다 우리 집어치우세." 


"엔간히 겁을 집어먹은 모양일세그려!" 


"누구든지 그야 타락허기는 싫으니까!" 


요 이야기는 요만큼만 해둔다. 임이의 남자가 셋이 되었다는 것을 누설한댔자 그것은 벌써 비밀도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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