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ROSÉㅤ [884965] · MS 2019 · 쪽지

2022-02-27 22: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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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재종을 나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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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조그마한 사설에만 분개하는가

저 평가원 대신에 수능 대신에

5천원짜리 간쓸개 비문학 오답이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이감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 간 수험생을 위해서

휴대폰의 자유를 요구하고 주말 자습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실모를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노베이스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종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재수때 모 재수학원의 2층 뒷반에 있을때

선생이 실모 대신 기출을 하다 걸린 나를 보고 이감, 상상 안 풀고 뭐 하느냐고

수험생이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학생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기출 풀기와

EBS를 하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나무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옆에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사설시험지에게

재종선생에게는 못하고 사설시험지에게

평가원에게는 못하고 수능에게도 못하고

간쓸개에게 3문제 때문에 2문제 때문에 1문제 때문에

우습지 않으냐 1문제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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