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마스크를 왜 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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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스러운 졸업식에 축사를 하려고 나왔지만 제 눈앞에서는 검은 카메라 렌즈만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자랑스러운 얼굴은 말할 것도 없고 축하의 꽃다발도, 축하객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100년 가까운 서울대 역사 가운데 오늘 같은 졸업식을 치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되겠습니까. 좋든 궂든 여러분들은 비대면 강의를 듣고 학위를 취득한 최초의 그룹에 속한 졸업생이 된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디지털 세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앞당겨 학습하게 되었고, 동시에 살결 냄새 나는 오프라인의 아날로그 세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달았을 것입니다. 강의 듣는 수업만이 아니라 잔디밭 교정을 거닐며 사사로이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는 것 역시 대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 말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디지털 공간의 ‘접속’과 아날로그 현실의 ‘접촉’이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그것들이 하나로 ‘융합’하는 디지로그(digilog=digital×analog) 시대를 살아갈 주역이 된 것입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한 사람의 기침 하나가 내 일상을 뒤집어 놓는 상황도 겪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어떤 물질적 가치보다 생명의 내재적 가치가 우선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그 순간 물질 자본이 생명 자본으로 전환하는 현장도 목격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코로나 팬데믹의 학습 효과로 인해 누구나 쓰고 다니는 똑같은 마스크 한 장에서도 새로운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시각과 생각을 얻게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 여러분에게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이유를 물으면 “나와 남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변할 것입니다. 간단한 대답 같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그렇게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나를 위해 쓴다”라는 사적·이기적 답변이 아니면 “남들을 위해서 쓴다”의 공적·이타적 답변 밖에는 할 줄 몰랐던 것입니다.
오늘날 같은 경쟁 사회에서는 나(自)에게 득(得)이 되는 것은 남(他)에게는 실(失)이 되고 남에게 득이 되는 것은 나에게는 해가 되는 대립 관계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의 이분법적인 배재의 논리가 지배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우리는 마스크의 본질과 기능이 그 어느 한 쪽이 아닌 양면을 모두 통합한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나를 위해 쓰는 마스크는 곧 남을 위해서 쓰는 마스크”라는 공생 관계는 지금까지 생명의 진화를 먹고 먹히는 포식 관계, 남을 착취하는 기생 관계로 해석해 왔던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똑같이 마스크를 쓴 얼굴이지만 그것을 쓰고 있는 마음에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의 앞날이 결정될 것입니다. 상상해 보십시오. 70억 명의 세계인을 향해 당신은 왜 마스크를 쓰고 있는지 물어보면 어떤 대답이 돌아올까요. “나와 남을 위해서”라고 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부에서 쓰라고 하니까 쓴다고 대답할지 모릅니다. 오랫동안 획일주의와 전제주의 밑에서 길들여진 사람들이 많은 까닭입니다.
여러분은 자타(自他)와 공사(公私)의 담을 넘은 포스트 코로나의 시대를 만들어가는 주역입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손 안에 있는 학위 수여증은 우리의 미래를 담보하는 보증서인 것입니다. 이것이 비대면으로 치루어진 졸업생 여러분들에게 보내는 저의 축하 메시지입니다.
- 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1933.12.19-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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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늘 별세하셨습니다
아이고 ㅜㅜ 그러네요…
같은 것을 보면서도 저렇게 다르게도 생각 할 수 있구나…싶네요
헉 오늘 별세하셨군요...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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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이 다른 통찰력이네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