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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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연속적으로 나이 들어 가지만 생의 과제-발달 과업-들은 불현듯 주어진다. 어떤 고난에도 대응할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은 착오일 뿐이고 얄궂게도 하나의 파도가 지나가면 그보다 규모가 훨씬 큰 파도가 온다. 그러니 숨을 고를 수 있을 때 골라야 한다.
스무살 초반, 그러니까 막 수능을 치고 대학생이 되었을 시절에는 고등학생 티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부끄러웠고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나 빼고 정말 다들 능숙하고 편안하게 사는 것 같아서, 그러니까 나만 이게 첫번째 생인 것 같아서 서러웠다. 항상 어리숙했고 허둥지둥댔고 당황스러웠다. 지금도 사실 그렇게 살고 있는데 문득 내가 본 닳고 닳아 보이던 선배들이 사실 나와 꽤 비슷한 분들이 아니었을지 생각이 든다. 그래도 선배라고 불리는 것은 언제나 멋쩍은 일이다.
두서없지만 나는 큰 질문들을 던져보는 걸 좋아한다. 인간의 존재 근거는 무엇인가? 행복은 무엇인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할 수 있을까? 원래 철학은 배 부르고 등 따신 유한계급이 하는 일이라지만 나는 여유가 넘쳐서 이런 것들을 물은 게 아니고, 대답을 듣지 않으면 내가 아무 이유 없이 태어나서 아무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채 쓸쓸히 죽어 없어지는 존재가 아닌가 싶어서 묻게 되었다. 실제로 그런지는 알 길이 없다. 그렇지만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들에게는 이 글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 솔직하게는, 나만 하는 고민이 아니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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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뭔가 깨달음이....좋은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