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뚜와 나고 애정해 [952612] · MS 2020 · 쪽지

2022-02-14 14: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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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정말로 공정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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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메인글이 이 주제로 핫하길래 저도 한번 의견을 남겨보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메인글의 내용과 댓글을 정확하게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 내용이 마이클 센덴 교수님의 저서를 바탕으로 인간 사회의 평등과 공정에 대해 논의하는 글이라고 생각되어서 저도 공정에 대해 저만의 생각을 떠들어보고자 합니다.


일단 사전적 정의로 공정이란 무엇일까요. 네이버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선 공정을 '공평하고 올바름'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평이란 또 어떤 사전적 정의를 가지고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검색 엔진의 힘을 빌려보면 표준국어대사전에선 공평을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이라는 표현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이 모든 사전적 정의를 합쳐보면 공정이라고 하는 것의 사전적 정의는 '어느 쪽으로도 치우지지 않는, 골고루 퍼져있으면서도 동시에 올바른 상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구절을 딱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들은 저울을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법원 앞에 있는 저울을 든 여신상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어릴적 만화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었던 화려한 영웅들의 모습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영웅들이 소위 '악'으로 정의되는 무리에게 정의의 철퇴를 가하고 그들로부터 시민들을 구해내는 만화의 모습은 우리에게 정의로운 것이 가장 선한 것이다라는 인상을 남겨줍니다. 그런 인상은 다른 선을 판단하는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는 여러 과정과 과목의 교육을 받아오면서 '선한 것'의 종류를 배웁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남을 도와주는 것, 봉사 활동의 의미 등을 배우며 가장 원초적인 부분에서 선한 활동을 이해합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사회가 요구하는 범위 내에서 선한 것의 종류를 하나씩 배워나가게 됩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오늘 이야기할 '공정'이라는 것입니다. 모두에게 평등하게 대하는 것, 그리고 나 역시 평등하게 대우 받는 것을 공정이라고 여기며 학생들은 공정이 절대적인 선이라고 교육받습니다. 그런 학생들은 자신들이 아주 어릴적 보던 만화영화의 영웅들의 태도에 공정의 의미를 투영합니다. 그리고 영웅들의 모습이 곧 선한 모습이기에 다른 선함의 예시 중 하나인 공정 역시 영웅들의 모습과 비슷할 것이라고 인식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즉 처음 생긴 '선'의 이미지가 영웅의 모습이었기에 이후 배워나가는 다른 '선'의 카테고리 속 행위와 이념 역시 모두 그 영웅의 모습과 비슷한 것일 거라고 판단하며 살아가게 된다는 뜻입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에 대한 반박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영웅이 악당에게 철퇴를 내리는 모습이 정의롭기는 하지만 마냥 공정한 모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공정은 치우치지 않는 것, 그러면서도 올바른 것이라고 앞서 사전적 정의를 빌려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영웅들의 모습은 죄없는 시민들을 구해냈다는 점에서 올바른 모습이라곤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치우치지 않은 모습이라곤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은 '악'을 확실히 규정하고 자신들을 '선'이라고 가정한 후 악의 무리는 철저히 내치고 동시에 선한 집단에게는 호의를 베푸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 그들에게 '치우치지 않은 존재'라는 말은 다소 어색할 따름이지요. 사람은 한번 생긴 인식과 인상을 계속 가지고 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간의 습성상 인간은 자신과 자신이 포함된 집단을 '선'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과 집단의 발전이 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어릴적 만난 정의로운 영웅들의 모습에서 만든 자신들만의 선에 대한 기준을 바탕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다른 선의 가치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집단의 이점에만 국한된 행위이더라도 자신들의 집단을 우선적인 선으로 여기는 대부분의 인간의 특성이, 그런 소위 집단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는 행동에 힘을 보태주고 그것을 정의와 공정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눈속임을 마련해줍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치우치기 마련입니다.' 세상에 치우치지 않은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만든 사회 제도라도 인간이 만든 것이라면 결국 치우치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고층빌딩의 건축물이더라도 인간이 만든 것은 미묘하게 흐트러지기 마련입니다. 그런 인간 사회 내에서 '공정을 기대하는 것은 그렇기에 어리석은 것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공정만을 기대하고, 어떤 제도가 공정하냐고 묻는 것, 어떤 방식이 그나마 공정하냐고 묻는 것은 정말 바보같은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인간이 아닌 오직 신만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을 벗어난 초월적인 존재만이 인간을 바라보면서 가장 공정한 틀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인간은 인간에 속해있기 때문에 공정할 수 없습니다. 공정에 대해선 위대한 철학자의 답도 해답이 아니고 지금 제고 쓰고 있는 이 바보같은 글도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그 공정의 해답에 대해 답을 내릴 사람은 저 위에서 인간에 속하지 않고 우리를 똑바로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는 절대자만이 내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예외적으로 그나마 공정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마이클 센덴 교수님 역시 뽑기 등을 자신의 저서에서 언급하며 그나마 공정한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시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이런 논쟁조차 그리 의미있는 논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정을 찾는 것은 영원한 인류의 숙제이지만 동시에 절대 해결할 수 없는 미스테리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공정한 것은 누군가에겐 그나마 공정한 것이다라고 인식될 수 있지만 또 어떤 집단의 사람에게는 전혀 공정하지 않다고 이야기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쯤 되면 반박이 생깁니다. 먼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선의 인식에 대한 반박으로, 인간이 꼭 어릴적 인식한 선을 모든 절대선의 카테고리 속 행위와 이념들에 투영시키는 것은 아니다라는 반박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그 반박은 피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살 버릇 여든 간다'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인간은 보수적인 생명체입니다.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화심리학상 인류는 보수적이고 고지식한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고 자손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반박의 여지가 있는 이 가정에도 분명 옳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또 다른 반박은 저의 글이 그저 소피스트 같은 말만 존재한다고 비난할 사람들이 날릴 반박입니다. 그래요. 이 글은 명확한 해결점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해결점을 제시할 수 없다고 확고히 주장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제가 만약 해결점을 알고 있었다면 지금 이런 곳에서 글을 쓰고만 있진 않았을 것입니다. 거리에 나가서 세상을 개혁하고 사람들을 도왔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은 누군가가 또 새로운 해답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하며 막연히 부족한 글을 남길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인간은 선의 카테고리를 집단 안에서 파악하기 때문에 치우침은 반드시 존재하기 마련이며 완전한 공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말이 길어져서 중간 중간 내용이 이상할수도 있고 비유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제 이 최종적인 주장만큼은 품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완전한 공정은 인간을 벗어난 초월적인 신의 영역입니다. 그리고 완전한 공정이 아니라면, 그것이 그나마의 공정이라면, 그것은 공정의 가치를 단 1%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눈속임의 공정일 뿐이죠. 메인글의 이야기처럼 학벌도 하나의 자신을 정의하는 집단의 명칭인만큼 공정을 명확하게 이뤄내는데 장애물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하나만 이해합시다. 인간 사회가 반드시 선한 것은 아니며 꼭 선한 쪽으로만 가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해야합니다. 이를 버리지 못하면 그저 이상주의자가 되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으로만 보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현실에 살고 현실 속에서 죽어야합니다. 이상이 현실을 지나치게 앞서는 순간 나는 나를 잃고 집단을 잃고 나에 대한 정의를 잃어버립니다. 그러면 나라는 존재의 의미는 사라지고 맙니다. 그런 삶은 의미있는 삶이 아닙니다. 공정을 향한 기나긴 여정에 필요한 제도와 방식을 울부짓는 것이 마냥 옳은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뿐입니다.


긴글이었습니다. 저도 다시 읽어보려하니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네요.. 그래도 재밌게 잘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입시철이 되면 다시 칼럼글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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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앙뚜와 나고 애정해 · 952612 · 22/02/14 14:11 · MS 2020 (수정됨)

    줄여달라는 말씀이 있으셔서 답변 남깁니다! 짧게 줄이면, 사람은 자신이 어릴적 보고 자라온 정의로운 영웅들의 모습에서 선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이런 선에 대한 생각이 다른 선의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이념에도 투영되어 선을 이해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른 선의 예시 중 하나인 공정에 정의로운 영웅의 모습을 비추어보면서 문제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영웅들은 정의롭긴 하나 치우치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영웅이 포함된 집단에선 정의로울지도 모르지만 악당의 집단에선 영웅은 자신들을 괴롭히는 존재일 뿐이니까요. 무튼 그런 정의롭지만 치우치기도 한 영웅의 모습이 선의 다른 예시 중 하나인 공정을 판별하는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포함된 집단, 또는 자기 자신을 가장 우선적인 선으로 생각하는 사고를 바탕으로 공정을 바라보게 되고, 이런 치우침이 영웅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으니 자신이 지금 생각하는 자신의 가치가 선에 투영되는 공정을 벗어난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인지하더라도 무척이나 어렵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결국 집단의 특성이 존재하고 집단에 속해 자신만의 의미와 존재를 가진 인간은 완전한 공정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이는 오직 신의 영역이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동시에 완전한 공정을 추구하기 보단 현실을 살며 자신을 현실에 맞춰 키워나가는 것이 자신을 완전히 발현시키고 사회를 안정시키는데 더 좋은 태도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줄인 것도 너무 길긴 하네요;;;

  • 앙뚜와 나고 애정해 · 952612 · 22/02/14 14:27 · MS 2020

    덧붙여서 설명하자면 인간은 원래 집단에 포함되기도 하는 등 개인마다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치우치지 않음이 어려워 사실상 공정을 이륙하는게 불가능한데, 공정을 인간이 인지하고 있는 선의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사항중 하나인 만화영화 속 영웅들의 모습에 투영시키면서 그들의 정의롭지만 치우치 않은 것은 아닌 모습이 선 속에 존재하기에 선의 다른 항목 중 하나인 공정도 꼭 치우치지 않은 것이 아니어도 괜찮겠구나라고 어느 순간부터 착각하게 되면서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을 우선적 선으로 생각하는 인간의 태도가 이와 결부되어 결국 집단이기주의가 생기면서 제대로 된 공정이 정립될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 NucaBee · 1174453 · 22/11/14 14:07 · M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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