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Y한 독도바다 [1005719] · MS 2020 · 쪽지

2022-02-06 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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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쓴 레포트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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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해 사유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철학은 역사학과 유사한 역사적 흐름을 겪었다. 두 학문 모두 고대에 어느 정도의 사유 체계를 형성하였고, 일종의 암흑기와 같은 중세를 보냈다. 또 근대에 이르러 하나의 독립적인 학문 체계로 성장하였고, 비슷한 시기에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직격을 맞은 후 그 상흔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현재에 이르렀다. 두 학문은 학문으로서 당면한 문제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철학, 그중에서도 인식론은 앎의 문제에 대해 천착하면서도 ‘완벽한 앎의 총체’에 여전히 도달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래에도 도달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인다. 역사학 또한 과거를 복원하는 데에 주력면서도 ‘과거 그 자체’를 복원하는 것에는 완벽히 성공한 바가 없으며, 미래에도 과거를 있었던 사실 그대로를 복원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러나 철학이 앎의 총체에 완벽히 도달할 수 없다고 해서, 역사학이 과거 그 자체를 완벽히 복원할 수 없다고 해서 학문적으로 무용한 것은 아니다. 그 학문이 목표로 하는 바를 이루기에는 그것을 연구하는 인간이 가지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에 다가가는 과정에 있어 인간 존재에 대해 이해한다는, 이른바 인문학의 존재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철학과 역사학이라는 학문의 존재 목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학을 의미하는 philosopy는 사랑을 의미하는 philein과 지혜를 의미하는 sophia가 결합한 단어이다. 사랑은 욕망으로 치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철학의 의미는 지혜를 끊임없이 욕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욕망에는 필연적으로 결핍이 전제된다. 무언가의 결핍이 있기에 그것을 욕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철학을 하는 사람은 지혜의 결핍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지혜의 결핍이 해결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하지만, 철학의 목적은 지혜의 결핍을 해소하는 것에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혜를 욕망하는 과정 그 자체에 있다고 생각한다. 비단 철학에만 해당하는 말이 아닐 것이다. 철학이든 역사학이든, 그리고 어떤 학문이든 그것에 다가가는 행위로서 존재의 의의를 가진다. 그리하여 앎이란 우리가 감각하고 지각하는 모든 것에 대해 접근하는 행위의 총체라 생각한다. 앎의 총체가 존재한다면 그것에 다가간다는 의미가 생기기도 하지만, 앎의 총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접근 과정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접근 과정에서 우리가 얻어내는 모든 것이 앎의 가치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교양이긴 하지만 에쁠 받았던 ㅎㅅ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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