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륙임 [521908] · MS 2014 · 쪽지

2014-12-12 00:10:14
조회수 486

오르비 문학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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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람의 성균관 훌리와, 과잠을 입은 서강 대표가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훌리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동무, 앉으시오."

명준은 움직이지 않았다.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고려대."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훌리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고려대도, 마찬가지 자본주의 대학이요. 호랑이와 사발식이 우글대는 낯선 곳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고려대."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하나만있는 원서를 왜 포기하는 거요?"

"고려대."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훌리가 나앉는다.

"동무, 지금 성균관대학에서는, 정시 용사들을 위한 장학 법령을 냈소. 동무는 누구보다도 먼저 기숙사를 가지게 될 것이며, 학생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오. 전체 학생은 동무가 입학하기를 기다리고 있소. 고향의 초목도 동무의 합격을 반길 거요."

"고려대."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훌리가, 다시 입을 연다.

"동무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수험 생활에서, 서열주의자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성균관은 동무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동무가 수시와 논술에게 바친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동무는……"

"고려대."

서강 대표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훌리는, 증오에 찬 눈초리로 명준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1. JOAH님 댓글에서 영감을 받앗습니다.

2. 재미로만 봐주세요..^^
3. 노잼이어도 욕은 하지 마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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