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재수한다스버라마 [439243] · MS 2013 · 쪽지

2014-12-03 05:24:06
조회수 4,371

새벽에 잠이 안와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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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수

이제 진짜 다 끝났다. 성적표는 어제 저녁 고3 담임 선생님께 받았고, 수학 4점짜리 가채점 답이 달라서

아 진짜 *됐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진짜 가채점을 잘못했던 거였다.

쨌든, 이제와서 보니 94년 태그도 없고, 나도 진짜 나이 많이 먹은거 같다.

고3때는 그냥 놀았다. 공부 하기도 싫었고, 롤이 너무 재밌었다.

재수를 하면서도 그닥 열심히 했나? 수능 조지고 그냥 육사 갔다. 육사는 추합이 많이 도니까

근데 적성에 맞아야 하는게 군인일인데 이건 진짜 나하고 안맞았다.

그래서 5월 중순쯤 때려쳤다.

육사에서 핸드폰 못쓰게 해서, 3층 거기 전 대대에서 공중전화 2개 있는데

그거가지고 엄마한테 나이 21살 쳐먹고 더이상 못하겠다고 ㅅㅂ 펑펑 울던게 생각난닼ㅋㅋㅋ

엄마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아니 그것보다 내가 중요했다 내 인생을 내가 결정하고싶었다. 육사도 내가 결정한 거지만

육사 훈육 장교한테 나 더이상 이 생활 안할거라고 때 쓰던 생각도 난다

그래서 그분이 그럼 걍 일과하지말고 호실에서 공부하라고 배려해 주셨다

육사 나가기까지 절차가 뒤지게 복잡했는데 2주-3주정도 걸렸던거 같다.

지옥같았다 ㄹㅇ 애들 씩씩거리면서 군장매고 행군하고 구보 발빠닥 땀나게 뛰는데

나만 호실에서 공부하니까 내가 보기에도 꼴보기 싫었을거 같다

그래도 나 이해해주던 소수 동기들은 며칠전에도 연락오더라 보자고

육사 자퇴하는 날, 자퇴심의회가 열렸는데 대령 중령 줄줄히 앉아서 심의했다

내가 자퇴 사유서에 육사에 남아있기 힘든 이유, 및 육사의 단점들을 썼는데

그 중대령들도 육사 출신이라 그거 보고 나한테 분노하더라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썼다고

그리고 그 심의 위원장, 생도 대장 바로 아래 직급이었는데, 나한테 뭐라 했는지 아직도 기억난다

"넌 나가서도 잘안될거다. 내가 이 자리에서 다른 애들한테는 나갈때 좋은 말 해주는데 너한테는 못해주겠다. 더이상 할 말 없다. 나가라"

그래서 경례하고 나왔다

노원에서 집까지 엄마 차 타고 돌아오는 길이 생생하다

엄마 복잡한 표정ㅋㅋ..

지금까지도 친척한테 내가 육사 때려친거 말 안하셨다

나 때문이겠지 내가 직접 말하는게 맞는거니까

어쨌든 집와서 하루 쉬고 다음날부터 공부했다

그 대령님 말씀대로 되면 안되니까 리얼 오지게 공부했다

마음속에 진짜 난 잘될거다. 그 생각만 했다. 걱정도 안했다

아침 6시 기상 11시 까지 공부만 했다. 집에서

한달정도 그짓하니까 또 인간이 간사한게 공부가 안되더라

독재학원을 갔다.거기서 1달 또 공부하다가

8월이 되었고, 혼자서는 공부가 이제 안되길래

종합재수학원을 갔다. 입시도 생각해야했으니까

그리고 수능을 봤고

표점 누백 0.8이 나왔다

입시도 아직 갈길이 멀고 그렇게 잘 본거는 아니지만, 작년에 언어 4뜬거에 비해서

그리고 내 노력에 비례해서 성적이 나온거라고 생각하니 100프로 만족한다

그리고 이 정도면 그 대령님한테 욕먹을 짓 안한거라고 생각하니 기쁘다. 

그 사람이 왜 나는 잘 안될거라고 했을까.

단호한 표정으로ㅋㅋ 내가 그렇게 잘못했나, 육사 단점들이 싫어서 나온다는게 그렇게 꼴사나웠을까

머암튼 동기부여 해주셨다고 생각해야지

오늘은 오후 2시에 반년동안 고생했던 재종반 가서 정시상담 일정잡고

어제 전화했던 고3 담임쌤 보기로 했다

수능 원서접수하러 갔을때 운동장에서 체육하고 계시길래

아씨 쪽팔려서 도망쳤는데.. 그러면 안되는 거지만

이제 좀 어깨 펴고 만나야지.

밖에 눈왔네여 눈 쌓인건 처음인거 같은데

작년 육사기훈때 눈치우던 그 날 이후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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