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넘어로 배우는 성장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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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클리닉, 한의원이 성장클리닉이니 성장판이라니 주저리 주저리 하면서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성장판이 아직 열려있다면서 비싼 한약을 팔기도 하고 이런저런 검사만 해놓은채로 대학병원에 보내기도하고. 다들 자기 아이들은 소중하니까. 남자는 키 180 여자는 키 168 결혼정보회사 1등급 만들어주고 싶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소아내분비학을 잘 하시는 교수님이 계시는 병원에서 수련을 받고있고 곁에서 어깨넘어로 이것저것 훔쳐 배울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참 다행이다. 교수님의 깊은 학식에 어찌 따라갈수 있으랴, 다만 사기꾼들 처럼 내가 할 수 있는것 못하는것 해야하는것 정도도 구분못하고 검사나 약팔아먹는 인간이 되지 않을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오늘도 모 한의원에 들렀다 온 부모가 외래를 찾는다. 한의원에서 뼈나이를 측정하니 6개월뒤 초경이 터질거라 한다. 그래서 그 말 듣고 걱정되어 온거라 한다. 나도, 교수님도 속으로 내심 푸후훕후붛부크핳하ㅏㅎ하핳 이랬을것 같다. 뼈나이가 성장 발달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초경 시기를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다. 오히려 가슴발달 같은 다른 2차 징후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어진다. 또한 사람의 성장과 호르몬이라는건 미묘한지라 내분비학의 대가라 할지라도 감히 초경이 언제 터질거라고 단언하며 예측하는 이는 없을듯 싶다.(그래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금 읽기 힘든 대화체의 전원소견서였지만. 말줄임표도 있고.)
일반적으로 소아내분비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은 크게 둘로 나뉘게 되는데 첫번째는 성조숙증, 두번째는 작은키 상담이다. 둘다 얼추 비슷하면서도 연관있기도 하고 막상 다르기도 하다.
주로 아직 어린데 가슴이 나오기 시작해요 라면서 찾아오는 대다수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여자아이들은 6세에서 10세 정도. 기본적으로 routine lab을 시행하며 기저 에스트로겐과 FSH, LH 레벨을 확인하게 되고 여자아이가 비만하여 가슴발달 모양이 애매한 경우 초음파를 통해 유선조직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sex hormone 과 관련하여 다른 기저 질환및 발달정도를 확인하기 위하여 골반 초음파또한 확인할 필요가 있겠으며 뼈나이를 체크할 필요가 있다.
뼈나이는 보통 왼쪽 손목사진으로 체크하게 되는데 기계로 굳이 체크할 필요없이 bone age 그림책을 이용해서 기준 나이에 따른 뼈나이 사진에 맞춰 뼈나이를 추정하게 된다. 사람마다 모양이 조금 다를수 는 있겠지만 대부분 손목뼈 8개가 자라나는 순서및 모양은 얼추 비슷하다. 사실 기계보다 사람 눈으로 맞춰서 보는게 더 정확한게 아닌가 싶은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리고 성장판(epiphyseal plate) 보다는 뼈나이가 실상은 더 중요할듯 한데 성장판이라는 초월번역이 주는 어감이 너무나 강렬해서인지 우리 아이의 성장판이 아직도 열려있나요 묻는 보호자들이 참 많다. 근데 사실 뼈는 나이가 있고 길쭉길쭉 자라는 순간들이 있고 완숙에 접어들땐 완숙해야 그것이 자연의 이치 아닐런지. 실제로도 성장판이 열려있든 어쩌든 늦게 growth hormone 을 쓰면 그닥 effect 없음. 세상에는 안되는걸 마치 된다고 현혹시켜 이득을 취하는 사기꾼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보통 이 나이때 무릎뼈는 그닥 의미가 업ㅂㅂㅂㅂㅂㅂ다. 무릎뼈 발달은 주로 1세 근방의 뼈연령 추정을 위해 사용되는경우가 많다. 위에사진보면 2세만 되도 손목뼈자체 아직 생길락 말락하니까.
만약 이런 기저검사에서 특별한 소견이 관찰되지 않고 기타 유전질환 및 기저질환이 의심되지 않으면서 2차 성징의 징후가 보일 시엔 성조숙증을 의심해 볼 수 있겠다. 성조숙증의 진단은 성자극호르몬 자극검사를 통해 확진하게 되는데 성자극호르몬 투여후 시간대별로 LH peak 를 측정하여 그 peak 가 5이상 넘어가게 되면 성조숙증으로 진단하고 GnRH agonist를 투여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자극검사 프로토콜은 병원마다 조금 다를수가 있고 딱히 이렇게만 해야한다는 프로토콜이 있는건 아니다. 일단 본원에서는 GnRH 투여후 15분간격으로 1시간동안의 LH, FSH 를 check 하고 있다.
어쨌거나 검사를 통해 확진하게 되는데 확진이 된 후에는 GnRH agonist 투여를 하여 성조숙증을 잠시 늦추는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보험기준은 9세 기준으로 보험 적용을 시행하고 한달에 한번씩 agonist를 투여하는게 생각보다 비용이 솔찬히 나가는지라 9세 이하 환아들의 경우 생일 즈음해서 검사를 시행하는 편이고 이미 9세가 넘어간 환아들의 경우 비보험으로 치료를 하게된다.
성조숙증에 대하여 agonist를 투여하여 성조숙을 늦추는 이유는 보통 너무 어린나이에 초경을 하게되면 그걸 관리하기 어렵거나 아이가 너무 힘들어 할수 있다는부분이 있고 다른 이유로는 가장 중요하겠지만 최종 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부분 사춘기에 spurt 하면서 키가 자라게 되는데 성조숙증 환아의 경우 성만 조숙한게 아니라 뼈나이도 같이 조숙하여 실제 연령보다 뼈나이가 앞서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9살 근방 기준으로 하여 1~2살 앞서있는 경우가 많은데 또래에 비해서는 성적으로도 조숙하고 키도 조금 일찍 컸으나 정작 부쩍 커야할때가 되면 뼈나이가 완숙기에 접어들어 더 크지 못하게 되는것. 그렇지만 뼈나이가 12~13세 이상 넘어가는경우엔 agonist로 성조숙을 억제하는것이 growth 도 같이 억제하게 되어 실제로는 무조건 성조숙증을 늦추는것이 최종키에 꼭 도움이 된다고만은 할 수 없다.
어찌되었건 GnRH agonist 를 투여하는것 자체로도 growth 를 늦추는 효과가 있고 실제 보호자들의 걱정도 키이기 때문에 성조숙증으로 인한 이차적인 치료로서 growth hormone을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
growth hormone은 카트리지에 담긴 주사를 매일 피하로 주사하게 되며 치료비용은 비보험시 약 1년에 1000~2000만원정도. 체중 베이스로 약 용량을 결정하기 때문에 체중이 많은 아이일수록 더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 성조숙증치료에 따른 저신장이라고 판단될 시 보험이 되는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경우외에 보험이 되는경우는 해당 나이에서 3percentile 미만의 저신장이거나 터너증후군같은 기저유전질환을 갖는 환아 외엔 거의 보험이 안된다고 보면 된다.
최근엔 예외적으로 출산시 부당경량아(small for gestational age) 인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를 보험처리 해준다. 올해 8월쯤 처음 시행되었는데 출생시 작은 아이는 커가면서도 꽤 작은경우가 많아 해외에서는 수년전부터 growth hormone 치료를 시행해오고 있었던게 사실이다. 문제는 심평원 이새 ㄲㄲㄲㄲ들이 지들도 보험을 줘야할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질 못하다는거다. 그래놓고선 몇개월, 몇년 지나서 돈 너무 많이 나간다 싶으면 모조리 삭감삭감. 보험을 주는 기준이 학술적인 기준이라기 보다 건보재정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는게 너무나 가슴아픈 현실이다. 는 그냥 미화고 그냥 나쁜놈들맞다. 보험을 해주려면 보험기준을 지네가 제시해야지 보험기준 물어봐도 알려주지도 않고 지들 멋대로 나중에 다 돈 다시 뺏어가는....
들어가는 비용 및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고 2주~12주마다 주사약을 타가야 하는 노력에 비해 보통 첫해에 추가로 얻게될 키는 약 3~4cm 정도라고 보면 된다. 그마저도 사실은 있을까 말까 반반. 냉정히 놓고 볼때는 들어가는 노력에 비해 얻는 이득이 미미하다. 단지 170과 175는 사실 도찐개찐이지만 150과 155는 천지차이라는 측면에서 부모키로 유추 해 낼수 있는 자녀의 예상키가 너무 작거나 할때 적극적으로 고려를 해볼수도 있겠다.
치료기간은 보통 2년을 잡고 성장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나 보통 처음1년의 effect가 가장 좋기 때문에 처음 1년동안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치료를 중간에 중단하기도 한다.
기존 study 나 연구결과로 분명 효과가 있다고 보는것이 사실이나 개인의 입장에서 봤을때 어차피 한창 클 나이인지라 치료기간동안 자라난 키가 growth hormone에 의한것인지 아니면 원래 자랄 키인지 판단하기엔 조금 애매한 측면이 있겠지만 그래도 대규모 스터디에 의해 그나마 검증된 치료다. 한약먹지마라.
이러나 저러나 어쨌거나
부모가 키 작으면 사실 자식들도 키작을수밖에 없는게 사실인데
이 부모들은 매우 절박해한다
마치 가난을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발버둥인양
그래서 나도 키큰 마누라 얻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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