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하지말자 [401975] · MS 2012 · 쪽지

2014-11-09 22: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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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5011039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것을 이르는 한자성어.

[네이버 지식백과] 진인사대천명 [盡人事待天命] (두산백과)


환상통이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환상통이란 사지절단으로 인해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신체의 부위가 있는것 처럼 통증을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수능시즌만 오면 환상통을 느낍니다.

고1때부터 자이스토리를 풀고, 쌩삼수까지한 

저에게 수능은 신체의 일부분으로 남아있습니다.


수능공부를 5년동안 했고, 세번 연속, 어쩌면 고2때본 모의수능까지 포함하면

네번 연속 수능을 본 셈입니다.

올해는 수능을 안본지 이년되는 해입니다.


5년 공부하고 2년쉬었다고 과거에서 자유로워지진 않더군요.

가끔 이시기엔 수능의 기억이 꿈으로 간간히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 기억들을 억눌러 볼까. 하고

수험시절 썻던 플래너들을 들여다 봅니다.

플래너의 11월달을 들춰봅니다.


첫번째  수능날의 계획에는

정신병자(?)같은 이야기들이 적혀있습니다.


안 보인다고 알려달라고 하지마세요. 창피하니까.

글씨 못쓴다고 놀리지도 말고.


저는 고3때 첫수능 전 주말에 서울대에 찾아갔습니다.

수능 4일남고 미친짓이지만, 도저히 공부할 수 있는 심리상태가 아니었습니다.

서울대 찾아가서 와플도 먹고, 길 물어보는 사람에게 

'저 서울대생아니라 잘 모르는데요'라고 대답도 해주고,

학년물어보는 아줌마에게 고3이 아닌 고2라고 대답했습니다.

쨋든 로망의 대상에 다가서고 새로운 경험을 하니

마음이 조금은 정화되더군요. 그 정화된 마음을가지고

스스로의 힐링을 위해 메가플래너에 이상한 말들 썼습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세상으로 나아가라'


따위의 오글거리는 말들.

오글거리지만 수능이 얼마 안남은 학생이기에

해도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독학재수를 했던 두번쨰 수능.



스스로에게 수능날을

'필연적 승리의 날'이라며 암시했습니다.

그리고 내 안의 세계에서만 살아 

타인을 돌아볼 여력이 없던 시기를 벗어나

영광스런 새출발과 비상을 바랐고,

뜨거운 열망으로 세상에 뛰어들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약간 뜬금 없는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재수했기때문에 상근선발 우선순위가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상근예비역에 당첨되어, 군 문제도 편해지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세번째수능.

세번째 수능의 플래너를 보는데 기분이 야릇합니다.


이젠 많은 이야기 없이.

그냥 '안녕'이라고 적어두었습니다.



묻고싶습니다.


'안녕?'


수험생들은 '안녕'하신가요?


지금의 수험생들은

'일주일만 더 공부했으면 좋겠다.'

혹은

'빨리 끝내고 쉬고싶다.'

혹은

'~@쾀ㄴ류ㅏㅁㄴ~~ㄻㄴㅇㄹㅇㄴㄹ뫄ㅣㄹ@@@'

라는 생각을 하는 수험생들로 나뉘어지겠지요.


'웃프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습니다.

저는 수능을 보는 세번 내내,

지금 이 시기에는

~@쾀ㄴ류ㅏㅁㄴ~~ㄻㄴㅇㄹㅇㄴㄹ뫄ㅣㄹ@@@'

상태였습니다.


~@쾀ㄴ류ㅏㅁㄴ~~ㄻㄴㅇㄹㅇㄴㄹ뫄ㅣㄹ@@@'

~@쾀ㄴ류ㅏㅁㄴ~~ㄻㄴㅇㄹㅇㄴㄹ뫄ㅣㄹ@@@'

~@쾀ㄴ류ㅏㅁㄴ~~ㄻㄴㅇㄹㅇㄴㄹ뫄ㅣㄹ@@@'


저또한 그랬고

많은 수험생들이 지금 이러한 상태라고 여겨집니다.


가능성과 불안의 영역으로 남은 앞날.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세상에서 중요 '하다고'여겨지는

대학을 준비하는 수험생들.


그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도 있었을 것이고

많은 상처도 받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끝났습니다.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남은 기간 온전한 정신상태로 수능정리하고


수능 당일 날에는

적당한 긴장감과 

극한의 집중력을 가지고

시험을 치릅시다.


그리고 시험장을 나옵시다.

그러면 이제 당신은 해방입니다.


남은 것은 진인사대천명뿐.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다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릴뿐.


응원 합니다.

수능 끝나고

웃는 얼굴로 다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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