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튠. [212641] · MS 2007 · 쪽지

2014-10-02 00:50:14
조회수 13,296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이틀 전. 조언 한 토막.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916840

연세대학교 논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번잡한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각 기출 문제, 모의 문제의 해설들을 전달하는 것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라 보고요.

제가 일관되게 말씀드릴 수 없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의 현재 상태는 아마 굉장히 상이할 것이기 때문이에요.
이미 기출문제들을 2~3회독 하실 정도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신 분들도 분명 계실테고
발 동동 구르면서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막판 스퍼트를 달리고 계신 분들도 계실테고
아니면 최저 문제로 고민하시다가 아직 제대로 문제를 풀어보지도 못해 난감해하시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어쨌든 여러분.
오늘 저는 모든 여러분들이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고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공부를 지금껏 많이 해왔건 아니건
이 한 마디는 굉장히 소중하기 때문이에요.

여러분.
모든 시험은 그렇습니다.
논술도 마찬가지고요.
10월 4일에 마주치게 될 시험지는 나에게 "묻는 바에 대답을 하는 것"을 요구합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것 아니냐고요?

글쎄요.

발문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묻는 것에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



예를 들어보죠.

12 사회계열 문항이 있습니다.
문제 1번 발문은 이러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 사회에 새로움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다수가 수행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제시문 (가), (나), (다)의 논지를 비교하시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조금 공부를 해 본 학생들은 이걸 이렇게 읽고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연세대학교에서 또 세 제시문을 비교하는 '삼자 비교형' 문제를 출제했구나. 세 제시문을 정확히 읽고 독해해서 좋은 답안을 만들어야 겠다.'

아닌가요?
연세대학교 기출 깨나 풀어봤다는 학생들도, 
심지어는 이미 답을 외우고 있다고 자신하는 학생들도 이렇게 읽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


발문을 천천히 보세요.

> '한 사회에 새로움이 부상하는'
= 사회에 새로움이 등장해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세 제시문에 이미 그러한 양상이 전개되리라는 것이 이미 발문에서 예고됩니다.

> '(그) 과정에서 다수가 수행하는 역할'
= 그러한 상황, 즉 새로움이 사회에 등장해 떠오르는 상황을 바라보는 다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다수가 어떤 역할을 수행한다고 합니다. 당연히 새로움이 떠오르는 상황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겠죠?

>'을 중심으로 제시문 (가), (나), (다)의 논지를 비교하시오.'
= 다수가 새로움이 등장해 떠오를 때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걸 중심으로 해서 (가) ~ (다)를 비교하라는 겁니다.

+++++++++++++++++++++++++++++++++++++++++++++++++++++++++


'삼자 비교형' 문항이라는 유형 분류. 
물론 맞습니다만, 절대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겁니다.

발문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굉장히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문제를 만드시는 교수님이 가장 신경써서 만드시는 것이 발문이며
여러분의 운명을 결정지을 '채점기준표'도 역시 발문에 근거하여 만들어집니다.

+++++++++++++++++++++++++++++++++++++++++++++++++++++++++


이왕 12 사회문항을 예로 들었으니 각론이지만 설명을 해보기로 하죠.

많은 학생들이 이 문제에서 오류를 범하는 것은 이겁니다.
첫 번째 비교를 '새로움을 만드는 주체의 차이'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가)에서는 소수가 새로움을 만들어내고요.
(나)에서도 소수가 새로움을 만들어내고요.
(다)에서는 다수가 새로움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비교를 합니다. 
물론 비교는 가능하겠죠?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발문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 생각입니다.
왜냐구요?

발문은 '무엇을 중심으로' 세 제시문의 논지를 비교하라고 했나요.
분명히 '새로움이 떠오르는 사회, 그 사회에서 다수가 수행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비교하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당연히 다수가 무엇을 하는지에 주목을 해야 합니다.
방금 위에서 말한 기준이 그렇던가요? 아니죠.

위에서 말한 기준은
'새로움의 등장'이 무엇을 근거로 하여 생겨났는가?라는 발문에서는 중요하게 다루어질 수 있겠지만
'다수가 새로움이 등장하는 과정에서 무슨 역할을 수행하는가?'라는 발문에서는 중심으로 읽힐 수 없다는 겁니다.

++++++++++++++++++++++++++++++++++++++++++++++++++++



자.

누군가는 제 부족한 설명에서 무언가를 깨달으셨을지도.
또 누군가는 아리송함을 느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제 능력의 부족이겠지만요.

이건 확실히 해두죠.

위에 예시로 든 문제의 간략한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하실 것은 없습니다. 지금에 와서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출문제 답안을 모조리 외우면 10월 4일에 나올 문항의 답안도 외워지나요? 그게 아니죠.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바의 본질을 보세요.
본질을 보실 수 있다면 저 문제의 해설 '따위'는 전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의미입니다.

부디 이것을 놓치지 말아주세요.


"여러분이 마주할 문제의 발문은
출제자가 여러분에게 제시하는 가장 큰 힌트이고 사실 정답 그 자체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발문은 여러분의 생각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치밀하게 짜여져 있습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올해 시험장에 가는 여러분에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중요한 조언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기억하세요.

모든 시험은 나에게 답을 요구합니다.
그 요구는 발문의 형태로 나에게 주어집니다.
발문을 제대로 이해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요구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10월 4일 신촌에서 봅시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