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니 [516697] · MS 2014 · 쪽지

2014-09-10 23:52:34
조회수 9,255

성욕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무성애자인 제 이야기를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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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오르비에 딸이니 성욕이니 고민하는 남성분들의 글이 많은데요.. 개인적으로 부럽기도 하고 우월감을 느끼기도 하고 참 오묘한 감정이 듭니다.
전 동성애, 양성애자보다 훨씬 덜 알려진 무성애자라는 성 소수자에요.
저는 유년기부터 여자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었는데 전 그게 당연한건줄 알고 자라왔습니다. 그런데 중1이 되니 주변 친구들이 야동 이야기를 참 많이 하더군요. 전 아무런 흥미가 없었지만 약간의 궁금증으로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느껴지는 것은 극한의 혐오감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니 다들 처음에만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이후에도 저는 아무런 성적 욕망이란 것을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게 무슨 개념인지를 잘 모릅니다. 자위행위도 억지로 해보았습니다. 그냥 별 감정 없이 한참 후 끝나더군요. 그냥 별 감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여자친구도 억지로 사귀어 봤지만 (잘난척은 아니지만 제가 당시에 인기가 있어서..) 아무런 감정도 없이 지내다 헤어졌습니다. 결국 저 혼자 몰래 신경정신과를 주말에 찾아가 보았고 의사선생님이 무성애자일 확률이 높다고 하시더군요. 그것도 무성애자 중에서도 극히 성욕과 사랑이 없는 상태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결혼도 아마 못할 것이고 해도 스트레스 때문에 파경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날 충격을 받고 밤새 뒤척였습니다. 부모님한테 말해야 하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러나 오히려 저는 그것을 특별한 저의 무기로 생각하기 시작하였고 오히려 이 장점을 살려봐야겠다는 생각에 온갖 성에 대한 지식들을 흡수하였고 그것이 상당히 객관적으로 보여지더군요.

사실 지난번에 성매매 관련된 토론에 참여했었는데 제가 남들과 달리 성매매를 찬성한 이유도 아마 성에 대해 아무런 감정 없이 보았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처음엔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 고민하시는 여러분을 보니 성욕이 없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것 때문에 조금 더 진리와 합리성에 접근했다는 생각도 들구요.
그냥 좀 쉬다가 생각이 나서 끄적여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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