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재수이야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803319
2012학년도 수능
국어 - 3등급
수학 가 - 4등급
영어 - 3등급
물리1 - 3등급
화학1 - 7등급
지학1 - 3등급
고등학생 때 과장 좀 보태면 교과서에 손끝 한번 안 댈 정도로 공부에 손을 놓았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서 수업 땐 퍼자고 주말엔 게임하고 그랬는데, 결국은 어떻게 안 되더군요. 지금까지 부모님한테 성적표를 감춘 것도 처참한 수능 성적표로 들통이 나서 너무 죄송하고 후회스러웠습니다. 아주대 컴퓨터공학과 수시 및 가톨릭대 컴퓨터공학과 정시 원서를 찔러보긴 했는데 당연하게도 대기번호도 못 받고 떨어졌습니다. 결국 재수를 하게 됐는데요, 주변 친구들과는 다르게 저는 딱히 명문 상위권 학벌에 욕심이 있는 것이 아니었고 수능 때 평소보다 못 봐서 재도전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학과로 진학해서 ~가 되고 싶다! 라는 꿈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지금까지 고등학교 3년을 엉망진창으로 아무의미 없이 보내면서 내게 커다란 기대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주신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을 배반했다는 커다란 죄책감에 사로잡혀 오로지 그 끔찍한 감정만을 재수생활 내내 뜯고 씹고 맛보면서 공부하는 추진력으로 삼았습니다. 지금도 그 트라우마가 남아있을 정도로 너무나 괴로운 과정이었지요. 뭐 중간중간에 딴 짓을 하기도 했고, 워낙에 기본이 없었기에 성적도 잘 안 오르고 하는 등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지만, 결과는 어떻게 잘 됐네요.
2013학년도 수능
국어 - 3등급
수학 가 - 2등급
영어 - 1등급
물리1 - 3등급
지학1 - 1등급
지학2 - 1등급
수능을 평소실력보다 잘 보는 바람에 보통 상향지원을 하는 수시 지원 대학들의 논술시험에 아예 안 가는 행복한 원서 돈낭비(...)를 하는 특이하면서도 행복한 경험을 했습니다. 정시에서 연세대 지질학과, 서강대 기계공학과, 시립대 컴퓨터공학과를 썼는데 앞에 껀 예비 한자리수 받고 떨어졌지만 나머지에는 합격해서 지금은 서강대에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비록 군인이지만 불과 몇년 전에 겪었던 대학입시 경험이 제 인생에 워낙 큰 영향을 준터라 아직 정돈이 안 된 생각과 추억들을 담아 이렇게 모자란 글을 씁니다. 재수를 최고로 잘 해냈다, SKY 같은 명문대에 붙었다, 누구보다도 점수를 많이 올렸다... 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스스로 만족하고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경험이 되었기에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에 대해서 좀 더 길게, 아니 아주 길고 자세하게 써보고자 합니다. 이제 여름도 다 지나갔고 9월 모평이 코앞인데, 수험생 여러분, 특히 재수생 여러분들께 아낌없는 격려를 드립니다. 파이팅.
p.s. 예전에 http://orbi.kr/0003601083 이런 글을 올렸던 사람입니다. 사실 예전에는 오르비란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았고 지금도 거의 그렇지만 정시 기간에 입시정보가 궁해서 기웃거리던 이 곳에 해당 취중진담(...)을 멋지게 써제끼는 바람에 제게 있어서 갑자기 남다른 의미를 가진 곳이 되었네요. 이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참 많지만, 역시 다음 기회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군대 가고 싶은거 마냥 관련 정보 밤새 찾는중 진짜 말 안되네
-
엔수해서그런지 1
중고등학생때연애하고 친구들이랑 크게 떠들고 작은거에 울고 약간 다투기도하고 진짜...
-
에서 저런새끼를 맡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안녕 나도 1학년이야 라고 나한테 말거셨는데 세상에 1학년이라곤 초1만 있는줄...
-
6년내내혼밥하고족보도못구하고엉엉울면서잠드는상상
-
통통이 평균
-
홍대입구 볼타 여기꼭가셈 신촌대학생들은 점심에 가도댐
-
T1 Poby kt YoungJae DK Sharvel DN Freecs X BNK...
-
걔가 무슨 얘기를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인연을 끝내는 내용이든 전처럼 지내자는...
-
Y / N 전 고1~고3 내내 컨셉질 하고다님
-
전 제 첫닉 기억남
-
파스타집 가고싶다 10
피자랑 리조또먹고싶다
-
에타에 본인 저격하고 주작치고 어그로끌었는데도 반응이 하루를 못버텨서 좀 내 한계가...
-
오르비 안녕히주무세요 14
썰푸는거 재밋네요
-
재밌어보이고 멋있어서 동경했던 내 꿈이 막상 현실은 각종 정신적 문제 + 사회적...
-
이게 xx지 쒸바
-
HLE Viper, Zeus, Peanut T1 Keria Gen.G X DK...
-
2등급목표 기하 괜찮나요? 백분위는 89~92까지 원추하면 기하를 선택해도...
-
메인글 정성 대단하네..
-
3년동안 1번도 제 생일 챙겨준 적이 없네요 챙겨줘야하나요?
-
크아아아악 2
대학가고 싶다 올해는 제발 이짓을 그만두게 해주세요
-
최고로 좋은 대학은 아니고 몇 급간 낮은 대학 뱃지 달고 인생 한탄글 , 푸념글...
-
사문 개념 강의 들으려는데 기출이랑 병행해야하나요? 3
이형수 커리 타는데 개념 - 도표 - 기출 이순서로 커리 알려주는데 그냥 이 순서로 들으면 되나?
-
장수생이 되어서 푸념글 쓰고 다니고 커뮤 고닉 되는 거였음 최고로 좋은 대학은...
-
집사님이랑도 친해져서 요즘은 걔네 엽사도 공유받음
-
벌써22네 졸업만해도28임... 모은 돈 없는 공부만 한 갓 대학 졸업한 찐따를 만나줄 사람이 없음
-
피아노 영상 볼때마다 멋지게 치는 나 자신을 상상함 캬
-
잘자요 9
다들 좋은 꿈꿔요
-
스카임 7
친구랑 잇음
-
기숙 작마 6
제가 6평보고 기숙 탈주하고 난 후,, 지금 생각해보면 서로가 서로의 작은 어쩌구였던듯
-
시1발 새터갔다가 04 신입생은 한 명도 못 봄..... 나름 중대형과인데 이게맞음??
-
인생이 슬프다..
-
좀 이기적인가요 7
좀 말걸지 않아줬으면 하는 분들 있는거 나만 그런가;; 인성이 파탄난건진 모르겠는데...
짤막하지 않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