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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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입력 2010년 11월 25일
23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이 0-1로 끝나자 홍명보(41) 감독은 벤치에 앉아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다. 초점을 잃은 두 눈은 하염없이 경기장만 바라봤다. 지도자 인생의 첫 실패였다. 좌절을 경험한 적이 없는 스타였기에 충격적인 패배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한참 걸렸다. 초보 감독의 한계였을까. 지나친 자신감과 고집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축구계에서 나오고 있다. 무엇이 홍명보팀의 문제였나.
◆ ‘홍명보의 아이들’만 고집
홍 감독은 지난해 이집트 U-20(20세 이하) 월드컵에서 8강 진출에 성공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멤버들이 이번 대회 주축을 이뤘다. 홍 감독은 “이 선수들을 잘 키워 2012년 런던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기존 멤버만을 중용했다. K-리그 득점왕에 오른 유병수(22·인천), 성인 대표팀에서 가능성을 보인 이승렬(21·서울)은 끝내 뽑지 않았다. 아시안게임에는 23세 이하 선수와 와일드카드(24세 이상) 3명을 선발할 수 있다. 그런데 홍명보팀에는 1명(신광훈·23세)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가 모두 22세 이하였고, 와일드카드도 2명밖에 뽑지 않았다. 홍 감독의 고집은 대회 개막 전부터 위기를 몰고 왔다. 박주영(25·모나코)이 소속 구단의 반대에 부닥쳐 출전이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박주영이 구단을 적극적으로 설득하지 않았다면 최전방 원톱 자원으로 프로 신인 지동원(19·전남)과 대학생 박희성(20·고려대)만으로 대회를 치를 뻔했다.
◆ 교체 카드·타이밍 모두 실패
홍 감독은 “우리 팀에는 베스트 11이 없다. 선발 11명이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16강전부터 라인업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준결승에서 홍철(성남)이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게 눈에 띌 뿐이었다.
준결승전에서 공격수 조영철(니가타)과 김보경(오이타)의 발은 눈에 띄게 무거웠다. 김호 본지 해설위원은 “우리는 상대가 예측 가능한 패스를 했다. 패스가 나가는 타이밍도 조금씩 늦었다”고 분석했다. 그만큼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가 많았다는 뜻이다. 선발 활용범위가 좁았던 탓이다.
홍 감독은 UAE전 연장에서 두 번의 교체카드를 썼지만 둘 다 실패했다. 연장 전반 5분 홍철을 빼고 김민우(도스)를 투입했다. 하지만 김민우는 경기의 돌파구 마련은 고사하고 번번이 공격 템포를 늦추고 말았다. 벤치에는 최근 좋은 감각을 유지하던 윤빛가람(경남) 등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홍 감독은 연장 후반 14분 승부수를 던졌다. 승부차기에 대비해 골키퍼 김승규(울산)를 빼고 이범영(부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2분 뒤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이범영은 연장에 접어들자 부지런히 몸을 풀었다. 골키퍼가 몸을 푸는 이례적인 상황을 선수들이 모를 리 없었다. 결승골을 위해 공격에 나서면서도 무의식 속에 ‘승부차기’라는 소극적인 사고가 자리잡았다.
◆ “독선과 아집을 버려라”
홍 감독은 “골키퍼 교체는 결과적으로 내 실수였다. 이번 대회는 나의 실패”라고 인정했다. 그리고 “나도 선수들도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며 “중요한 건 런던올림픽”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내 지도자들과 축구팬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런던올림픽까지 임기를 보장받은 홍 감독이 독선과 아집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학팀 감독은 “홍명보팀에는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는 별로 없고 홍 감독이 좋아하는 선수만 있는 것 같다. 이들을 런던올림픽까지 끌고 간다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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