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sell [478856] · MS 2013 · 쪽지

2014-05-25 00:23:23
조회수 276

시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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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철학책을 읽으며]

어제까지도 매력과 고귀함에 넘쳤던
세기의 결실인 심원한 사상들이
갑자기 빛바래고, 시들어 의미를 잃는다.
올림표와 음표를 지워 버린 악보처럼

마법 같은 요점이 맥락을 잃고
뜻 없이 주절거리며 이리저리 흔들리고
조화로워 보이던 것 무너져 내리지
끝없이 울리는 메아리를 남기며.

그렇게 우리가 사랑하고 경탄했던
노(老)현자의 얼굴도 볼품없이 쭈그러져 버릴 수 있고
찬란한 그의 정신의 빛도 죽을 때 되어
불안한 주름살 속에서 가련하게 떨릴 수 있지.

그렇게 우리가 느끼는 감각의 환희도
느끼자마자 불쾌로 바뀔 수 있지,
만물이 썩고 시들고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
오래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그런데 이 역겨운 시체의 골짜기에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부패하는 일 없이
정신은 동경에 차 빛나는 횃불을 치켜들고
죽음과 싸워 스스로를 불멸케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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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드디어 유리알 유희를 다 읽었다.
위 시는 주인공이 쓴 시..
뭔가 예술적 성취를 하고싶어졌다
하하 새벽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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