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어린왕자 [376622] · MS 2011 · 쪽지

2014-05-21 09: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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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재수생의 국어학습태도의 차이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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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과 재수생의 국어학습 태도의 차이를 보며

 

어떤 이야기든지 ‘모든’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 수는 없지요. ‘대체로 그렇다’도 동의할 수 없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양해하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국어라는 과목은 어떻게 공부해야 한다는 원리원칙이 분명하지 않은 과목입니다. 유력한 정설도 없습니다. 나름 이야기하는 것들이 있지만 어떤 학습법이든 약간의 추종자와 나머지 글쎄...하는 불신자로 나뉩니다. 영어나 수학도 마찬가지겠지만 국어가 상대적으로 더 모호한 것은 사실입니다.

    

 

현역은...‘모든’은 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음을 상기해주세요...좋은 방법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재수생보다 적극적입니다. 어떻게 해야 해요? 교재가 뭐가 좋아요? 누구 인강이 좋죠? 라고 묻습니다. 결과를 내는 데 급하지요. 처음 경험하면서 마지막이 되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서 방법을 찾아 헤메는 학생들의 경우 그 방법이 정말 좋은지, 왜 좋다고 하는지를 생각할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부모님이 얼마나 지원해 주시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해볼 용의가 있습니다. 감사하게 받는 것이지요. 교재를 누구를 쓰고, 어떤 강사의 인강을 들어보고, ‘몇회독’하고...그러다보니 기출도 마구 풀고 읽습니다.


국어만큼 현재 자신의 방법을 알아야 하는 과목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갖고 있는 능력으로 보면 국어가 최상이기 때문입니다. 점수가 아닌 일반 능력으로서 국어능력, 수학능력, 영어능력 이렇게 보면 어떤 것이 가장 높겠습니까? 사실 국어능력은 고등학생이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일상생활을 위한 수학....그것도 이미 수준급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공부를 해서 현재의 상태인 것에 비해 국어는 별로 공부를 하지 않고서도 지금 상태에 도달해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국어(독해력)는 어떤 사람이 십대까지 마구 걷다가 엉겁결에 패션모델로 데뷔를 해야 해서 워킹 연습을 하는 사람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미 문제없이 능숙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함정’이지요. 밑 빠진 독에 물붓기처럼 워킹 연습을 하는데 그것과 맞지 않는 일상용 걸음걸이가 자리를 잡고 있는데다가 매일 그렇게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워킹용 걸음걸이를 ‘골반이 뒤틀어질’ 정도로 연습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 내 일상용 걸음걸이가 어떤지를 생각하고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간과합니다. 아무나 김연아 점프를 똑같이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태생적인 신체조건을 감안해서 연습을 해야 합니다. 현역은 이런 점에서 자신을 버리고 모범사례나 선생님(타인)의 가르침을 성급하게 좇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재수생은 일단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역으로서 학습과 생활을 한 경험이 있고 그것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반성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지원을 받았던 것에도 반성적인 태도를 가져서 혼자 할 수 있으면 혼자 하겠다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혼자 할 수 있으면 좋겠다와 이전과는 달리 해야 할텐데라는 갈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서로 충돌하지요. 도움을 받는 것에 신중해집니다. 그리고 금전적인 부분에서 선택의 폭도 좁아집니다. (당연히 반대로 더 큰 지원으로 나서시는 부모님도 계시지요) 주변도 어느 정도 정리되어 있는 상태다 보니 오히려 수험생 커뮤니티를 더 보면서 정보를 찾는 경향이 커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신중하기는 하지만 선택 자체가 늦고 실행이 없기도 합니다. 이전의 학습 방법에서 뭔가 부족하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았던 부분을 찾고자 합니다. 다행히 그 길을 찾으면 마음이 놓이고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마음을 졸이면서도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이런 학생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글을 쓰고 공부를 하느라 동네 도서관 몇 곳을 다녀보니 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독재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외로운 분들이지요. 대견하기도 합니다. 현역에게 불안감이 있다면 재수생들에게는 고민과 갈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강이나 단과를 수강하면 공부할 기회를 위해 부담한 금전적인 부분이 마음에 들어와서 여기서 꼭 뭔가를 배워야 해라는 압박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급하게 성과를 기대하면서 공부하는 면이 있습니다. 현역과 원인은 다르지만 조급하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제목에서는 일부러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사실은 현역과 재수생 모두 공부 이외의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음을 굳이 지적하려는 목적에서 쓴 글이었습니다. 그리고 위안과 격려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에게는 부담이 있습니다. 그런 부담이 여러분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계시겠지만 다시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그것을 떨쳐 버리세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것들이 여러분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공부의 효율을 떨어뜨립니다. 여러분은 아직 젊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지만, 해결이 아니라 인내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인생에는 인내로 견뎌서 ‘보내야’ 하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해결하고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여러분의 힘을 굳게 해야 하는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수험 생활에서 그런 것들을 만납니다.

 

물론 국어라는 과목, 그리고 나머지 과목들도 수험생들이 대체로 생각하는 것처럼 모두 모호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국어 특히 독해력에 있어서 모호하지 않은 방법이 있습니다. 이전에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추천해 주신 ‘시 해석 정석대로 하면 안될까요?’도 그런 명확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독해력은...독해력은 일반인들에게 역시 모호합니다만 전공을 한 저에게는 명확합니다...분명한 평가 기준과 학습 및 발전 단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말 역시 다른 가르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같이 일부의 추종자나 나머지 반대자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판단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위안과 격려를 드리기 위한 글이기 때문에 그런 길이 있음을 ‘위안’의 취지로만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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