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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자君 [27444] · MS 2003 · 쪽지

2014-04-11 22: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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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공부했는데도 성적이 안 오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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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쯤 되면 "공부를 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아요. ㅠ_ㅠ"라는 하소연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공부를 하면 성적이 올라야 할 텐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흔히들 공부방법이 잘못돼서, 선생님 실력이 없어서, 교재 질이 떨어져서 등을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변의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혹은 오르비나 수만휘 같은 사이트에 물어서 더 좋은 공부방법, 더 좋은 교재, 더 좋은 강의를 추천 받습니다.

하지만 사회과학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이론적으로는 성립하는데(공부하면 성적이 오른다) 현실에서 그 관계가 나타나지 않을 때(공부해도 성적이 안 올라요) 시간 요인을 놓친 것이 아닌가를 검토합니다. 결과가 나타날 만큼 원인이 충분히 오래 지속되었는지, 결과가 나타나기까지의 시간이 충분히 주어졌는지 등을 따져보는 것입니다. 냄비에 물을 넣고 불을 올렸다고 바로 끊는 게 아니듯이.

지극히 당연한 발상이지만 막상 절박한 상황에서는 의외로 놓치기 쉽습니다. 배고파서 라면 먹으려고 하면 ‘왜 물이 안 끓지?’ 하며 계속 냄비뚜껑을 열어보는 것처럼. 앞에서 봤던 하소연도 마찬가지입니다. 공부했는데 성적이 안 올랐다면? 성적이 ‘아직’ 안 올랐다고 생각하고 계속 나아가야 할 일인데 냄비뚜껑을 열고, 심지어 불도 잠시 꺼놓고 고민을 하니 성적향상은 더욱 더뎌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루함을 참지 못한다. 이는 곧 어느 한 가지 일에 능숙해질 때까지 매달리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자신이 왜 불행한지 궁금해한다. -피프티 센트, <50번째 법칙>(살림Biz)

그렇다면 왜 시간이 필요할까요? 여기에는 이유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공부가 기본적으로 반복이기 때문입니다. 머리 밖의 책이나 강의의 내용을 머릿속에 입력하려면 반복이 필요합니다. (공부법이라는 것도 결국은 반복을 좀 더 쉽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 번만 읽거나 들어서는 그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다음 글은 일본에서 ‘독서의 신’이라 불리는 마쓰오카 세이고 씨의 답변입니다. (굵은 글씨는 필자가 강조를 위해 표시한 것임.)

Q. 두 번 읽지 않으면 진정한 독서가 될 수 없나요?
A. 분명히 이전에 읽었는데도 그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책이 너무나 많았어요. 책의 내용을 설명할 수 없거나, 기억이 가물가물하거나, 일부만 기억나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엉뚱하게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책을 두 번 이상 읽기로 한 것입니다. ‘그게 뭐였더라?’ 하고 아리송해서 다시 읽어보면,전에 읽었는데도 마치 전혀 읽은 적이 없는 것 같은 때가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다 보니 ‘책은 두 번 읽지 않으면 독서가 아니다’라는 완고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요. _마쓰오카 세이고, (추수밭)

일반적인 독서도 이러한데, 내용을 속속들이 기억하고, 서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하는 수험공부라면 당연히 최소 세 번 이상 반복할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 각오에는 3번 이상 반복하는 데 필요한 지루한 시간도 인내하겠다는 말이고요.

공부해도 성적이 안 오르는 또 다른 이유는 최소율의 법칙(law of minimum) 때문입니다. 전체는 최저점에 구속된다는 뜻으로 다음 그림을 보면 이해가 쉽게 될 것입니다.

리비히의 물통(Liebig's barrel)

아무리 다른 부분을 덧대서 높이를 올려놓더라도 최저점이 그대로라면 통에 담기는 물의 양은 변하지 않습니다. 평가요소를 통합적으로 묻는 경향이 강한 수능에서도 이런 특성이 나타납니다. 영어를 예로 들면, 어휘력이 부족한 경우 아무리 문법과 구문, 논리력을 향상시켜도 점수 향상에 한계가 있습니다.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도 자신의 최저점, 즉 실력이 가장 부족한 부분을 극복하지 않는 한 점수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담기는 물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는 결국 최저점을 중심으로 모든 부분 점차 높여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공부한 것이 점수로 나타날 때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이런 두 가지 이유로 우리는 ‘시간’이라는 요인을 고려해야 합니다.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타난다. 단순한 얘기죠? 이로부터 얻어지는 실천적인 결론도 매우 단순합니다. 점수가 오르기까지의 지루한 시간을 견뎌라.





그러니 모의고사 점수가 낮다고 너무 낙담하지 말고 계속 공부해나가기 바랍니다. 여러분이 절망하느라 공부 속도를 늦추면 경쟁하는 다른 학생들이 기뻐해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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