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썰-유급 문턱에서 개같이 부활하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3434214
유급
많은 전문직학과 지망생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실제 겪기는 쉽지 않으나 또 어버버 하다 보면 동기가 복사가 되는 찬스를 주는 망령과도 같은 것이다.
특히 본인의 경우 5수 레벨로 학교를 들어간지라 한번 삐끗하는 순간 현역 영장의 서늘한 칼날이 목 앞에 들어와 있었기에 지난 5년간의 의대 생활은 곧 유급과의 사투였다.
보통 장수생들 보면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으나, 예과 2학년때 야구 선수들 입스 오는 것 마냥 공부에 입스가 와버린 나는 본격적으로 본과 과목을 배우는 예과 2학년 2학기에 공부에 아예 흥미를 잃어버리고 군 입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특히 그 당시 나에게 가장 혐오스러웠던 과목은 해부학이었는데, 생리학이나 생화학은 공대 과목이랑 비슷한 점이 그나마 있어서 이해를 하고 넘어가면 외우는 양을 극단적으로 줄일 수 있었는데, 해부학은 도무지 해도해도 내가 뭘 하고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처음 시작때는 나름 열심히 해보겠다고 했는데, 뭐 나만 열심히 하는게 아니었고, 해도 안나오는 과목이라 더더욱 하기 싫어지는 악순환속에 나는 초반 시험 절반을 하위 5%에 단골로 출석하는놈이 되어 있었다.
여기서 나는 족보(야마)의 중요성을 비로소 꺠닫게 된다. 왜 보통 무지의 골짜기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학부생때는 내가 이 과목을 다 아는 것 같은데, 석사 들어가면 내가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는 무지의 골짜기에 진입하고, 박사때는 그래도 여기는 좀 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고. 의대 공부도 이 그래프와 같아서 애매하게 참공부를 하게 되면 정작 중요한 족보를 까먹게 되어서 족보만 본 사람들보다 성적이 안나오기 십상이다. 그것을 다 뛰어넘는 자 만이 천상계에서 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전략을 바꿔, 족보만 벅벅 긁기로 한다. 그런데 하필 그 와중에 탈족(족보에 없는 문제가 나오는 것)빔을 씨게 맞아버려서 성적은 더더욱 참사가 나긴 했다만, 그래도 족보만 벅벅 긁었더니 어째 이전보단 성적이 좋아서 유급권은 벗어나게 되었다.
땡시를 보기 전까지는
땡시. 카데바에 핀으로 문제를 표시해 두고 제한시간 내에 그 부위와 관련된 문제를 푸는 시험으로, 시험 순간순간에 치사량의 아드레날린을 느낄 수 있는 시험 방식이다.
문제는 내가 머리 회전이 조금 느린 편에 속한다는 것이었다.
애초에 5수까지 간 이유도 타임어택식 과탐때문에 발목 잡히는 경우가 많아서였는데, 나처럼 이렇게 머리 회전 느리고 한번 막히면 뇌절파티가 되는 사람에게 땡시란 극악의 상성을 가진 시험이었다.
당시 친하던 동기들에게 땡시 족집게 과외까지 받으면서 공부했지만, 결과는 처참하게도 100점 만점에 학번 유일 10점을 못넘긴 사람이 되어 있었다.
떙시 점수 비중이 굉장히 컸기에 이것은 곧 에프각이 날카롭게 선 것을 의미했고, 설사 재시를 본다 해도 애초에 해부학 재시를 통과할 수준의 사람은 재시까지 갈 일이 없다. 즉 해부학 에프는 그냥 다이렉트 유급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예2 2학기 종강 이후 성적 뜨기까지 시간은 나에게 있어 4수때 생2 믿고찍는 2번 사태로 백분위가 작살난 뒤 성적표를 받으러 가기 직전보다 더한 걱정과 악몽이 함께했던 시간이었다.
대망의 성적 공개날, 나는 도저히 집에서 성적을 볼 자신이 없어 근처 피씨방에 나와서 줄담배를 태운다.
그런데 시발, 9시에 공개되어야 할 해부학 성적이 공개가 안되는 것이다.
다른 과목은 이미 유급과는 거리가 먼 성적이었기에 해부학만 넘기면 되는데, 아무리 새로고침해도 성적이 안나온다. 그렇게 점심도 못 먹고 담배를 거의 두갑 가까이 태워가며 애꿎은 머리만 졸라게 잡아뜯었다. 중간에 동기한테 씨발 왜 해부학 성적 안나오냐고 징징거리기도 하고.(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친구는 이미 에프가 하나 뜬 상태였다ㅋㅋ 물론 그 친구는 재시 가서 마찬가지로 개같이 부활해서 내 죄책감은 좀 덜게 되었다)
그리고 원래 공개시간보다 8시간 반이나 늦은 오후 다섯시 반, 대망의 해부학 성적이 뜨게 된다.
D-ㅋㅋㅋㅋ
알고보니 나보다 더 조진 사람이 하나 있어서 그 사람만 에프받고 나는 아슬아슬하게 살았던 것이다.
그때 에프였으면 그레이, 아틀라스, 무어(해부학 교과서)전 범위를 다 공부해야 했던지라 짤없이 유급각이었는데 단 하나의 등수 차이로 나는 아슬아슬하게 살아남고, 그 사람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다니, 생각해보면 참 잔인한 순간이었다.
뭐 그래서 그렇게 해부학 못하면 그 이후 학년은 어떻게 진급했나 궁금할 수 있을텐데, 생각보다 의머 교육과정은 튼튼해서 나같은 해부학 버러지도 본3때 들들 볶이다보면 어느정도는 해부학 아는 흉내는 낼 수 있게 된다. 지금 돌아가서 해부학 시험보라 하면 솔직히 본2때 보던 내용보다 양이 훨씬 적어서 할만하다 생각하는데, 떙시는 지금도 어떻게 할 방법이 안보인다.
생각해보면 이 순간이 가장 크리티컬했지 유급 위기는 늘 나와 함께였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게 본2때인데 그것도 성적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공부 안하다가 돌팔이 되면 진짜 환자 죽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빡공을 하게 된 것인지라 나의 예2-본1 이 시기는 뭐 어마어마했다.
약리학에서도 큰 위기를 한번 겪어본 적 있는데 이것은 후에 다시 푸는 것으로...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시즌2가 어렵고 시즌1은 입문엔제의 성격인가요???
-
왜...
-
빨래를 안했구나....
-
뭐로하지
-
(가) (나)지만 세 문제인건 안비밀
-
김범준 스블 다 듣고 이제 허들링 하는 중인데 뭔가 수학이 일정 이상을 못 넘김...
-
2026 이동훈 기출 https://atom.ac/books/12829 안녕하세요....
-
교과서 내용 아예 다외우시나여 아니면 그냥 지엽적이고모르는부분만 외우시나여...
-
국어황님들 국어 4따리입니다 올오카 다음에 TIM 안 듣고 그냥 마더텅사서 안...
-
코딩시험 진짜 100점만점에 30점도 안나올거같음 학점 B도 못받을거같다 시발......
-
미안..
-
갑자기 과탑 욕심이 막 생기네요 이번 학기 올 에쁠로 4.3 만점이면 과탑 되는...
-
여느 힙합보다 신남
-
데이트 3
-
많이 하는 오해중 하나가 수능 비문학은 좋은 글을 출제한다 이거임 3
팩트는 가독성 좆구린 정보량폭탄 글이라는거임
-
중요하구나 언매공부중인데 첨에 왜 음운부터 안가르치고 형태소부터 시작인가햇는데 첨에...
-
많관부
-
ㅇㅇ
-
새로운 걸 풀 힘이 없어..
-
ㅅㅂ 생명에 벽이 느껴진다야
-
의미 있다고 봄? 아님 옛기출을 풀어볼까
-
오늘은 뭔가 1
투과목 바이럴이 하고싶은 날이네요
-
유전은 논리적으로 풀라면 시간내에 풀수라도 있지 막전위는 좀만 기출보다 어렵게...
-
06 수능 가형 21번 16
어케 푸러..
-
아니,,, 가뜩이나 공부하느라 우울한데 좀 날씨도좋으니까 햇빛이 좀 비추던지 바깥이...
-
과외알바를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한 매뉴얼&팁입니다. 5천원 커피값에 미리 하나...
-
3시가아니라 1시였군
-
요새 자빠서 문제 만들 시간이 없네요 ㅜㅜㅜ 한시간 정도 있다가 힌트 드릴게요!
-
아무리 생각해도 차단하고 푸는 새끼들은 이해가 안되네 1
어제 저격먹은것만 해도 예전에 병신이어서 차단했다가 지가 궁금함 못이기고 정말 정말...
-
너무 졸려서 집중 자체도 안되고 글도 안읽혀서 20분만 자야지 하고 누우면 3시간씩...
-
고..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해요..
-
4문제정도는 있어야함 그래야 재밌음 지문 정보량 핵폭탄에 말장난 조지는 리트식 운영 해야햠
-
있긴하겟죠? 상위권엔 거의 없으려나..?
-
답이 뭔가 애매모호하게 끊기는 느낌인데 정상인건가요? 해설집을 봐도 근거가 좀 납득이 어려워요
-
님들은 공부할때 18
어느 쪽 타입인거같음??
-
연대 학생홍보대사 거기 얼굴 좀 보긴한데..
-
병인박해의 그 조선이 맞냐? 진짜 가슴이 웅장해진다
-
영어 치고왔는데 10
내신이랑 안 맞는 걸 뼈저리게 느낌 문법이 안되니까 아무것도 안됨 작년/재작년...
-
절려죽겟는데 커피가 몸에 안받아서 잠 깰 방법이 필요해요 스트레칭 세수 샤프로...
-
안녕하세요 선생님 경력: 논술로 한양대 입학 후 한양대 로스쿨 졸업 수업 방식:...
-
마음속에 있는 어떤 큰 구멍이 메꾸어지지 않는이상 무슨 일이 일어나든 커뮤를...
-
ㅈㄱㄴ
-
뒤의 극한식을 f를 y축대칭한 후 우극한이라고 해석하면 안되고 y축대칭한 후...
-
Sometimes it shines Sometimes it rains 3
sometimes u break my heart
-
강게이 사문은 풀어보고 싶단 말이다…
-
올해 철학과나 인문학부쪽 논술을 쓰고 싶은데요. 이런 경우에는 사탐 공부를...
-
ㅂㅂ
-
연관개념이랑 검토진 풀이시간도 알려줌 1승 3패
ㄹㅇ스펙타클하네요.....
스펙타클하게 살아서 그런거 같습니다
이런말씀 죄송한데 꿀잼...
필력이....
동감.. 너무 실감나게 와닿아요
감사합니다ㅋㅋㅋ
글만 읽어도 숨이 턱턱 막히네요
의머생이면 모를수가 없죠
와,,, 의대 공부에 비해 생2는 아무것도 아니군요
얼마나 상상이상일지
그정도는 아니에요ㅋㅋㅋ생2는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서
타임어택 핵쥐약인데 의대 가도 문제일듯요
땡시만 조심하심 됩니다
진짜 글 재밌게 쓰시네 ㅋㅋㅋㅋ 가독성 너무 좋음
감사합니다ㅋㅋ
스펙타클하네요…ㅋㅋㅋㅋㅋ
굿굿 역시 레이븐 형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선생님 글 너무 재밌게 쓰시네요 ㅎㅎ
본1은 첫 해부랑 약리가 빡세죠
이 글을 보고 설대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너무 재밌습니다 형님 이런거 많이올려주세요 의대 공부랑 시험 궁금해요
좀 많이 순화해야 할듯 합니다ㅋㅋ
과는 내과쪽 노리시나요??
아직 고민중입니다.
글이 매우 재밌읍니다
허헣.. 그쵸.. 저도 땡시가 최악
개추
이게 내 야동
다음 학기 해부학인데 두렵읍니다...
혹시 땡시가 뭐죠..
카데바 앞에두고 교수가 문제를 내면 푸는거임 풀다가 종 땡 치면 문제못풀고 나가리되는게 규칙이라 땡시 라고부름 의대생에겐 죽음의시험과도 같다
오..압박감지릴듯..
ㅈ..조...좆됐다 !
저공비행은 신이고.... 나는 무적이 아니네.....
와.. 치대도 이런가요?
해부학 정말 너무하던데요ㅜㅜ
정말 부위마다 다 외워야 하는 그 고통을...

재밌다재밌어요 또 올려주세용
필력 ㅆㅅㅌㅊ네요 ㅋㅋㅋ
너무 재밌어요 약리학 얘기도 기대하겠습니다!!
ㅋㅋㅋ필력도 장착돼있네여 개추
Mbti가 뭔가요?? 예상가는게 있긴함 ㅋㅋㅋㅋ
ENTP요
ㅋㅋㅋㅋ맞췄다 4수 썰 보고 딱 이 사람은 엔팁이다 생각들엇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