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털2 [970324] · MS 2020 · 쪽지

2022-01-24 19:35:32
조회수 215

코로나로 인한 격리, 디프레션, 그리고 라흐마니노프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3390981

하 죽을 것 같은 공황장애 비슷한 불안증이 격리 한 6일차 되니까 스멀스멀 올라오더라.. 이거 진짜 안느껴본 사람은 모르는데 심장에서 ㅈ같은 뭔가가 올라오는 느낌 들음. 진짜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울고 싶어짐. 나 자해 자살 이런거 존나 싫어하는 사람인데, 그 순간만큼은 그 자살하는 사람들이 이해가 갔을 정도로.....그냥 내 의식을 내가 셧다운 하고 싶은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음. 이 불안감이 강박적으로 날 공부하게 만들었는데, 공부는 별로 되지 않았고, 오히려 이런 컨디션에서 공부는 그냥 불안감을 키우기만 할 뿐이였음. 근데 불안감은 또 강박증을 만드니, 이게 양성 순환 고리를 만들면서 내 정신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해지고 심장이 조여왔음. 도저히 못 버티겠어서, 처음으로 가족한테 전화 걸고 대화를 좀 했음. 아빠가 그냥 공부하지 마라... 쉬어라 하셔서, 생각해보니 며칠 공부 안한다고 큰 문제 될 것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동의를 했고, 마지막에 아빠가 힘들면 전화했어야지 하는데, 그 말을 들으니 슬펐음. 이유는 모르겠는데, 암튼 감정을 누르며 전화를 끊음.. 처음으로 호텔 안에 있는 티비를 켰는데 무슨 허니 TV 플레이보이 이런것도 있더라 ㅋㅋ 와 이런것도 있네 하며 억지로 나의 감정을 좋게 만들려고 했음. 야동을 보면 괜찮아질까 해서 정말 아름다운 일본인의 나체를 보며 현자가 되었는데, 현자 상태가 되니 불안감이 다시 엄습하기 시작했음... (이때 진짜 알코올 중독자의 심정이 이해가 갔음. 술을 계속 마실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악장 듣는데 뭐랄까... 정말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약한건지 아니면 원래 보통 이런건지 모르겠는데, 겨우 격리 좀 했다고 이런 상태에 빠지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당장 들리는 곡조에 동화되버리면서 40분을 멍하니 듣기만 했음. 이 순간에 카타르시스라는걸 느껴봤다는 생각을 함. 양성 사이클로 인해 기하적으로 팽창해버리는 고통과 공포를 없애기에 충분했던 40분이였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