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머리 깨고다니는 현우진 [1074724] · MS 2021 · 쪽지

2022-01-05 18: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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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해서 재수하냐던 사촌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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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재수를 하면서 힘들긴했지만 운적이 거의 없었어요. 근데 딱 한번 울었는데 추석날 친척들 다 모인 할머니집 화장실에서 울었네요. 추석날 학원도 문을 닫아서 집에서 공부하다가 저녁만 먹으러 할머니 집에 갔어요. 그렇게 밥먹고 쇼파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사촌동생이 저한테 명절날 어른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 해보겠다며 갑자기 깝대더라구요. 그냥 어린애 상대하기도 싫고 그냥 그런말에 타격 잘 안받는 타입인지라 “어 ~” 이러고 폰보고 있었는데 사촌동생이 취업준비는 안하냐 취업은 어디로 할거냐 등등 뭐 전형적인걸로 깝대더라구요. 근데 제나이가 벌써부터 그런 걱정 할 나이는 아니어서 걱정 안한다하니까 “생각좀 하고 살아 누나 벌써부터 그러면 안되지” 이러더라구요. 뭐 일부러 저 화나게 하려고 저러는거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빡치진 않더라구요.


근데 사촌동생이 갑자기 “대학은 어디 나왔어?” 이러길래 다닌다고 거짓말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재수한다고 하니까 “누나는 멍청해서 재수하는거야?” 이러는데 이 말 듣자마자 사고회로 정지 + 뇌세포 분열되는 느낌 + 그냥 이새끼 죽이고 깜방갈까 + 세상 무너진느낌 이렇게 복합적인 감정 들면서 진짜 개빡치더라구요. 제가 표정관리가 안되니까 걔 입장에선 이걸로 걸고 넘어지면 누나가 빡치는구나 싶었는지 계속 막말하더라구요. “그러게 학교다닐때 공부 좀 하지 그랬어. 쯧쯧 그러게 왜 막살아서 재수를 하냐. 쯧쯧 수능 좀 잘치지 쯧쯧” 

말끝마다 붙이는 저 쯧쯧이 개킹받아서 애 옥수수털뻔했네요. 제가 너무 충격받아서 가만히 있으니까 애가 놀래서 그만하고 그냥 가더라구요. 사실 이거 쓰면서 다시 생각나서 지금 심장 터질거같이 흥분되는데 훙 ;


저때가 수능 몇일 안남은 시점인데 성적은 안올라서 돌거같고 안그래도 예민한데 저딴 쓰레기같은 말 들으니까 무너지더라구요. 근데 할머니 삼촌 숙모 다있는데 울 수가 없어서 화장실에서 펑펑울었던 기억이… 그날 사촌동생이 한말이 너무 충격이고 너무 상처였어요. 내가 애기때부터 엄청 이뻐하던 동생이었는데 어떻게 나한테 저런말을 할 수가 있지 싶고 아무리 중1이어도 그런 말 장난으로라도 하면 안되는거 알텐데 어떻게 그런말을 수능 앞둔 재수생한테 할 수 있지 싶고 아직도 충격이고 개빡치네요. 



근데 오늘 엄마가 이번주 일요일에 숙모가 삼촌 생일이라 놀러오라고 했다더라구요. “너 대학 어떻게 된지도 궁금하고 수능도 어떻게쳤는지 궁금하대” 이 말 듣는데 갑자기 기분 상하면서 추석날 사촌동생 막말한게 생각나서 너무 빡치네요. 제가 수능날 배가 너무 아파서 쉬는시간에 설사하고 장난 아니었는데 솔직히 이 말을 누가 믿겠어요. 수능날 3kg이나 빠질정도로 정말 죽을만큼 아팠는데 남들이 들으면 그저 “변명” 에 불과하잖아요. 이번 수능 특히 어려웠단것도 어른들 입장에서 보면 진짜 “변명”에 불과한 말인데… 괜히 가서 또한번 사촌동생한테 상처받기 싫은데 안 갈 수가 없을거같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욥…


그냥 그날 생각이 나서 빡치고 열받고 갑자기 우울해져서 긴글 적어봤어용… 근데 너무 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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