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관련해서 인상깊게본 작품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2127448
나는 의대생들이 부럽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열등감에 이를 간다....
내가 의대생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난 한의대생이니까... 지금 당장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한의학...그것을 배우는 한의대생이니까..
어느날 나는 외국인 친구 존에게 물어보았다
"연금술을 하던 시절의 영국 화학을 두고 현대에서 '영화학'이란 이름을 붙여 가르치면 어떨까??"
"천동설이 옳다고 믿던 시절의 로마 천문학을 두고 현대에서 '로마천문학'이란 이름을 붙여 가르친다면 어떨까?"
................
부끄럽다...나는 너무나도 부끄럽다....
그럴때 나는 속으로 수십번씩 외쳐댄다...한의대가 최고다 한의학이 최고다....
그러면 잠시 괜찮아진다....
하지만 곧 캠퍼스를 걷는 의대생들을 본다... 언제나 그들의 발걸음은 어쩐지 '떳떳해'보이는 것이다.
그들이 옆구리에 두꺼운 전공서적을 끼고 최신의 현대의학을 들으러 갈때
나는 칙칙한 교수에게....수백년전으로부터 전래된 본초학 따위나 들으러 무거운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우리의 열등감은 '양의학', '양의사', '양방'이란 단어들로 표현된다.
페라리 앞의 인력거처럼 도저히 상대조차 되지않는...완전히 다른 범주의 대상 앞에서
우리는 주눅과 열등감을 숨기려 '양방'따위의 구질구질한 접사를 붙여 마치 현대의학이 우리들의 '한방'과 라이벌 구도인양 교묘하게 어감을 맞춰넣는것이다
오후 7시 반....모든 수업이 끝나고 시내로 나가 동아리 동기들과 선배들과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신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본4선배가 한의학의 우수성을 열심히 설파한다....우린 모두 끄덕거리며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있다....한의학이 얼마나 열등한지를... 우리는 평생 의학과 의사에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야 할것을...
그들이 매일 빠르게 축적되는 데이터로 눈부신 현대의학의 상아탑을 쌓아올릴때.... 우린 때묻은 고서나 뒤적이며 땅속에 묻힌지 천년도 넘은 옛사람이 집약해놓은 약초와...침법과...증례에서 한발자국도 나아가지못했고
그들이 무서운속도로 외과학과 응급의료를 발전시킬때 우린 아직 인체의 분자적 메커니즘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이렇게 ...모두들 예1때부터 이어온 무겁고 음울한 생각 한 가닥씩을 뒤로 숨기고....술에 젖은 억지 웃음을 지으며 쾌활하게 큰 목소리로 건배를한다.
본4 선배는 술이 오를대로 올라 계속 한의학의 위엄을 미.친듯이 떠들어댄다..
이때 술집의 낡은 문이 열리고...의대 예과생들 다섯이 웃으며 들어온다... 본4는 입을 다물고... 꼭 짜기라도 한듯이 이제 아무도 한의학에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 우리의 대화주제는 자연스레 학우들의 밀애사와 추문 같은것으로 옮겨간다....
두시간 후....
다들 술이 오를대로 오른 우리 동아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술집을 나온다...
의대생들이 아직 이야기꽃을 피우고있는 그 술집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졌을 즈음
동기인지 선배인지....누군가가 외치기 시작한다...그리고 다들 한마디씩 크게 외쳐본다...
"요양 월 500!!!"
"우리가 qol하난 최고야!!!!!"
"한방실비보험!!!"
"양백 로딩 14년!!!!"
어쩐지 힘이없는 외침들... 비내리는 저녁의 공허를 담은듯 너무도 쉽게 골목 뒤로 바스라진다...
만취한 본4 선배가 계속 외친다... "요양만가도 월500!!!!"
ㅡ아직 한의대의 거품이 완전히 꺼지지 않았던 수년 전..... 의대를 예비 3번 차로 떨어지고 여기로 왔다고 했다.....
"요양만 가도 월400!!!!!"
ㅡ 젊고 푸르던 고등학생 시절...그의 꿈은 의료낙후국가로 가 인술을 펼치는 외과의사였다고 했다...
"요양만 가도 월400!!"
ㅡ맹자를 외우며 몰래 수학 문제를 풀던 예1시절... 동아리 선배들에게 끝없이 세뇌당해 반수를 접었다고 했다...
"요양만가도 월 400!!"
하늘과 같던 선배가 이토록 초라하게 무너진다...
한의학에 회의와 의구심이 들 때마다 나를 꽉 잡아주던 선배가...
"요양만 가도 월 400!!"
6년의 긴 울음을 삼킨 외침이다...
선배는 완전히 실패했다...그는 진정 헌신적인 의사가 될수도 있었다....
그는 명석한 두뇌를 길고 긴 청춘 내내 중국산 전래요법에 바쳐넣은 것이다.... 그 댓가로...
"요양만 가도 월 400!!"
무엇이 선배를 무너뜨렸을까... 선배는 비겁한 사람일까? 아니 단지 한명의 피해자일 뿐일까?
어쨌든 그의 인생은 이제 처참하게 무너졌다...그의 졸업 후 봉급은 얼마일지 모르겠으나...적어도 의학에 뛰어들어 한몸 불사르려던 재기넘치는 청년 ooo는 이제 죽어버린것이다..
"요양만 가도 월 400!!"
선배를 보내고... 집으로 가는길
뒤를 돌아보았더니
학교 언덕 위 눈부시게 희고 큰 대학병원 건물이 보인다... 그 아래를 한개의 작은 점처럼...비틀대며 걷는 본4 선배의 등이 오늘따라 쓸쓸하고 허전해보인다...
나는 의대생들이 부럽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열등감에 이를 간다....
내가 의대생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난 한의대생이니까... 지금 당장 세상에서 사라져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한의학...그것을 배우는 한의대생이니까..
퍼옴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https://m.site.naver.com/1Abu2
-
더 클래식 - 여우야김광진 - 동경소녀
-
경찰대 육사 둘다 생각해본 1인으로써 정리해보겠습니다 1.입학 난이도 공부:경찰대...
-
맛있진 않지만 그럭저럭 쏘쏘한데 악평을 많이 들으셨나 점심 저녁 메뉴는 바꿔주냐고 물어봄 ㅋㅋ
-
밸런스 퀴즈 2
본인이 금테 다는게 빠르다 vs 비갤에 저격먹는게 빠르다
-
건동홍 라인 수시 2점대 만들 노력이면 수능 공부 하는게 더 가성비 있는 것...
-
진심으로다가
-
은마 서적에 대문짝만한 포스터 붙여져 있으면 대치부엉이인싸책공인인증
-
그냥 고급수학 들을 걸 그랬나.. 수연때문에 시간표 좀 꼬인 것 같아요
-
야 근데 아뮤리 생각해도 얼굴 박제는 너무 한거 아니냐..?
-
기분만 더럽던데
-
존나 깔끔하고 여운도 남고 갓띵작임이 틀림없다 근데 깔끔해도 너무 깔끔해서 다보고...
-
새벽공부ON 3
가보자고
-
밖에 눈 4
ㅈㄴ 많이 옴
-
라는 말은 좀 어색한 것 같아요 - 24학번이었던 25학번 새내기
-
저격을 당해봤냐 안당해봤냐 같음
-
그러고 보니까 비갤 역사 생각보다 기네 3년 전에도 비갤 관련 글 있던 거 같은데
-
히힣
-
좃목 > 햇음 기만 > 저능부엉이 기만햇다고치면 나도햇음 인증 > 몸매인증인척하는...
-
1. 자만추가 ㅈㄴ어렵다 이게 진짜 제일 큰 단점이다. 같은 성향의 사람의 수가...
-
군대 진짜 가기 싫노
-
더 이상 제 인생에 토할 정도로 술을 먹을 날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
-
외고 재수생이고 내신 4초인데 영향 클까요 전공어는 abc로 변환돼서 들어간다는...
-
감사합니다
-
넌 장난이라 해도~
-
메인을 가고싶은 밤이다 ex) 치대생 분들 양치 얼마나 하시나요 약대생 분들 집에서...
-
하암 잘 잤다 0
제사 좀 일찍 좀 하시지...
-
What's up, guys? This is Ryan from Centum...
-
사실 8학군 아니고 그 지역에서 이름있는 명문고도 아닌 그냥 저냥한 수준의 일반고면...
-
사형집행 가기전 느낌이군
-
이글을본순간넌애플뮤직이든유튜브뮤직이든들어가서채널오렌지를검색한후플레이버튼을누른다음감상하...
-
예비고2이고 인강으로 1학기범위 거의 돌렸고 완자로 넘어가서 복습하려고하는데...
-
이게머야.. 12
-
꼭 1문제는 출제하네
-
우선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많이 달라지긴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언제...
-
작년꺼랑 겹치나요? 그 20회분인가 pdf 무료로 푸셨던거 풀었는데 중복 비율 궁금하네요
-
모르겠다 좋아졌다고 생각해야지 시이발 그냥 다 갈아엎고싶다 사회주의 혁명마렵다 존나...
-
디랩다니시는분? 0
밥맛있나요? 재종대성학원은 맛있던데
-
한 줄도 이해 못하는걸 어케 머리 박을 생각을 햇지,
-
갈매기랑 비둘기랑 1대1로 싸우면 누가 이기나요???
-
여장한다고개까일것같은데
-
대학가면 동아리 하나요 11
먼가 그런거 하고싶긴함 보통 하는게 정배임??
-
더프 모의고사 팔레트몰에서 사야 더프 푸는 날에 잇올에서 풀 수 있는 거?
-
신입생 군휴학 할건데 수강신청 해야하나요? 현재 군인입니다.
-
그럼 수많은 오빠들이 나한테 관심을 갖겠지?ㅎ
-
ㅅㅅㅎㄱㅅㄷ 3
저는 개인적으로 요번 수능에 한의대가고 싶습니다. 장작넣는게 아니라 글이 재미있어서 가져왔어요
재탕 삼탕 사탕 ㄱㅅㄲ
ㅋㅋㅋㅋ너무 사골임 뼈도 안 남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