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을끕시다 [920008] · MS 2019 · 쪽지

2021-12-11 02:43:43
조회수 4,816

내가 N수를 해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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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번 더 해요? 


수능이 끝나고 충격이 어느정도 가신 이후


미래를 직면하는 일을 미룬지도 3주가 지났다




기억은 미화되고 지나간 약점은 메우기 쉬워보인다


더 이상 수능 준비과정의 기억이 희석되기 전에 생각을 한 차례 정리해보자




ㅣ참고 : 재수를 하려는 학생들이 해야하는 것들 (feat 새벽하늘) 




l 목차


1. 나는 왜 1년반을 투자해 수능 공부에 나섰나? (나의 상황과 연결지어 서술)


2. 수능까지의 여정, 난관, 공부 분량 평가


3. 결과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소회 


4. 내년에 수능 공부를 이어나가야할까? (미래 진로, 변화하는 세상, 주변인 평가와 연결지어 서술)





1, 나는 왜 1년 반을 투자해 수능 공부에 나섰나? (나의 상황과 연결지어 서술)



요약하자면 문과에서 꾸던 꿈의 현실 버전을 보게 되었고 동경이 깨졌다 


(그만큼 간절하게 원하던 꿈이 아니라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크게 네 범주의 문과 취업 분류에서 (사기업, 공기업, 공무원, 전문직) 마지막 범주에 끌렸고



염증성 장질환으로 군대 면제인 내 상황 + 반토막난 이과 수학의 영향 속



 이공계열 전문직을 눈여겨보게 되었던 점이 결정적일 것이다



l 코로나로 기대보다 재미없는 대학 생활


l 국어 영어에 자신이 있었고 (잘한다고 자만했다) 


l 수탐만 잡으면 된다는 자신 + 1년 반이라는 시간 + 군 면제 + 과거 이과였었던 전과 경력 



여러모로 내게 유리한 조건처럼 보였고 그렇게 20년 중순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2. 수능까지의 여정, 난관, 공부 분량 평가



공부를 시작한 7월 중순  수탐(기하, 생1, 지1) 개념 완성 시기는 11월 중순 



재수 의대생 4월까지 공부 분량 (feat 세레나)



수능 시험까지 어느 정도의 공부량을 쌓아야 원하는 전문직에 도달할 수 있는지 알게 된 시기



날고 기는 친구들이 가득한 모교에서조차 의치한 진학수는 손가락에 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갖고 열중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낸 공부량은 


12.03 21 수능일 전까지 수1, 수2 기출 한번, 오답 위주 복습 , 수1 개녕, 기하 개념, 확통 기출 복습, 생1 윤t 개념 듣다가 포기 


지1 김t 강의 전부 노트정리 



당시에는 문제를 의식하지 못했으나 지나고 난 뒤에는 몇 가지 문제가 보인다 


l 개념 수준에서 그친 수학과 과탐 공부


l 불필요한 확통 공부, 비효율적 과탐 개념 노트필기 



후자의 시간을 가져다가 전자의 기출 분석에 조금 더 힘을 쏟았다면 입시 후반기에 


n제와 실모를 풀이할 시간이 부족해 첫 시작 때 세웠던 공부분량만큼 소화하지 못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어찌되건 간에 21 수능을 치렀고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내가 생각보다 국어와 영어를 못했다 



이는 국어와 영어에도 당초 생각보다 공부 시간을 들여야 함을 의미했고 


연쇄적으로 안그래도 취약한 수탐이 더 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ㅣ80점대에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국어 


ㅣ연계 공부가 사라지자 나에게는 어려워진 영어






위기 덕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집독재를 계획한 스스로를 다잡고자 학습 스위치pt를 신청했고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 시간 자체를 늘려 공부량도 늘리려고 노력했다 



세레나 님의 글은 좋은 자극제가 되었다 


그만큼 해내면 나도 의대생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건강 리스크...


슬럼프도 있었지만 



4월 10일까지 공부량 기록 (feat 나)



나름 목표로 삼은 분의 공부량에 수렴해 가는 모습에 기뻤다



밤을 새지 않고 정시에 맞춰서 생활했고 아침에 일어나면 운동부터했다


문과 시절에 수행했던 이상적인 수험생활이었다 






그러나 4월말, 5월 중순의 연이은 슬럼프를 잘 관리하지 못했다 


이는 휴일을 정하지 않고 풀타임으로 스스로를 쥐어짠 내 책임이다 


더불어 스스로에게 보상을 따로 설정하지 않고 스스로 성정하는 모습, 공부 그자체에서 


만족,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부에만 몰두한 결과 


공부에서 찾아오는 슬럼프를 슬기롭게 이겨내지 못했다






6모가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나는 제대로 대비되어있지 않았고 


평가원에게 제대로 조리돌림 당했다 



6모 결과는 국어와 영어 실력의 현상유지 


수학의 패망 


탐구에서는 유전의 벽, 지학의 2% 부족함을 느끼게 해줬다




그나마 다시 풀어보았을 때는 수학 점수가 84점으로 올랐지만 


예상 외로 기본적인 개념이 무너져 있어서 충격을 받았다






원래대로 라면 n제 계획을 수행해야 할 시간이었지만 


다른 부분에서도 구멍이 크게 뚫려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3차례 복습했고 수업 들을 때마다 노트에 새로이 배운 내용을 가득하게 정리했던 뉴런을 


먼저 전부 다 복습하기로 했다




이게 내 패인이기도 했다


쌍사를 공부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훑어내는 복습을 매주 했던터라 


전범위를 복습하는데 익숙했던 나는 내가 부족한 부분을 찾고 적극적으로 보완하기보다는 


알고 있는 것을 지키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6모 분석과 더불어 뉴런 총복습을 마쳤을 때 시간은 7월 중순에 접어들고 있었고 


드릴과 여타 n제를 풀고 강의를 듣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가뜩이나 실력도 부족한데 현t는 모든 강의를 다 들어야 한다고 하고 


내 나름대로 고민할 시간까지 합치면 수능 이전에 내가 계획한 공부, 강사들의 풀커리를 따르는 것은 불가능했다






무리수라도 둬보기로 했다 


절대로 건드리지 않았던 밤시간을 공부에 활용했다 


내 실력에 비해 목표와 그것을 이루기 위해 수행해야하는 공부분량은 많았으니 


조금이라도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서 수행해야하지 않느냐 하는 생각이었다



내 체력은 그런 강행군을 견딜 수 있을 만큼 강하지 않았고 


오전에 쓰러져서 자는 악순환이 생겼다



이떄부터 장기 계획은 포기하고 단기 계획 위주로 살기 시작했다


그렇게 btk수1,수2를 완강하고 드릴 1과 워크북을 전부 풀어 넘겼으나 


진도나가기에 급급하여 부족한 부분의 복습에 소홀 했고 드릴 2와 나머지 n제는 불가피하게 포기해야했다




9모를 치렀다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가는 듯 했다 


수학에선 6모에서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한 문제들을 맞췄다


평가원 시험에선 처음으로 국어 90점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영,탐을 조금 보완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실모 시즌에서의 처참한 점수들과 슬럼프



실모는 배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하고 느낄만큼 



어려운 실모들에 마음이 병들어 갔다 



예전에 다져둔 멘탈도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가 여기서도 실수한 게 실모를 깨지면서도 꿋꿋하게 풀고 배워나가지 않고 


내가 생각하기에 적정한 난이도라고 생각한 실모들만 20회 가량 푼 이후에 해설 강의도 발췌 수강하고 


기출로 회귀한 점이다 







그렇게 고강도 훈련을 거치지 않고 마주한 수능은 처참한 성적을 안겨주었다 



과목별로 원인을 살펴보자 



수학은 공부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더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다양한 문제를 풀며 경험을 쌓고 수학적 피지컬을 키워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시간에 풀었던 문제를 다시풀고 뉴런의 내용 복습에 치중했다 


풀지 못한 n제와 실모들을 풀고 꼼꼼히 점검했다면 


국어에서 눈으로만 정보를 처리하며 국어적 피지컬,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고 훈련했던 것처럼 + 양적 확대를 병행했던 것처럼



수학 역시 문제당 고민하는 시간을 늘리고 더 많은 문제와 씨름하며 수학적 체력을 기르는데 힘썻다면 이런 참담한 결과까지 나오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국어는 아직 구체적으로 따져보진 않았으나 양적확대를 더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리트 교육청, 사관 , ebs 배경지식까지 갖추고 간다면 국어는 충분히 대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어는 풀 모의 이후에 실전 연습을 더해야 했다 


단어도 알고 해석도 유연하게 되는데 31~39를 통째로 날린건 전 시간 수학 시험 영향이 컸다 


탐구들에 대해선 수학 공부를 채우느라 n제도 발췌해서 풀고 파이널까지 듣지도 못한지라 성적이 저러한걸 변명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기출 반복에만 힘을 쏟은 상황 속에서 많은 실모를 풀지도 못했다 


그냥 공부 밸런스 조절을 못한 내 잘못이 크다 





처음 시작 시에 수능까지 계획한 공부 분량들을 총 100으로 나타내면


과목
원 계획 (총합 100)
실제 수행정도
국 (언매)
10
15
수 (기하)
50
40
5
10
생1
17.5
12
지1
17.5
15


국영의 공부 비중이 증가해서 수탐 공부 분량이 줄었다 


하루 수학공부 6시간 이상을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탐구가 부족해서 탐구 공부에도 시간을 많이 배정했기에)








3. 결과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소회


위의 성적표가 내 성적이 아닌 다른 친구 성적이라고 한다면 



애당초 목표인 의치한수약은 절대 불가능하고 지방 교대도 추합을 노려야 하는 수준이라 본다



라인을 잡는다면 국숭 ~ 광명상가  어디쯤 위치하지 않을까? 



지거국 공대는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면 지극히 냉철해지는데 


내 성적인걸 확인하면 차마 냉철하게 반응할 수가 없다 


완전히 수능을 망쳤다 


아직 냉철한 반응이 나오기엔 이르지만 


성적표가 나온만큼 정신을 추스리고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한다 




문과 수능 때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면 


이번은 아쉬움이 크다 


못푼 문제집과 보완하지 못한 약점들이 


시험이 끝난 지금에 와서야 눈에 들어와서 


마음한켠이 시리다 





아직 내 미래를 어디로 이끌어야 할지 정하지 못해서 


수험서들을 책상에서 치우지 못해 더욱 기억에서 떠나질 못하는 것 같다 


22 수능에 이르기 까지 배운 것들을 말하기에는 수능이 남긴 상처가 많이 크고 아프다









4. 내년에 수능 공부를 이어나가야할까? (미래 진로, 변화하는 세상, 주변인 평가와 연결지어 서술)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왔다



2022년에 2023 수능을 준비해야 할까?



질문을 던진다 


왜 수능을 치는거야?

- 의_약까지의 전문직을 따려고 


왜 전문직을 따려고 해?

- 타 직종에 비해 돈도 많이 벌고 안정적이니까


그럼 돈도 많이 벌고 안정적인 대안이 있다면 수능을 볼 필요가 없네?

- ㅇㅇ






사실 2020,30 년대에 안정적이라는 가치를 찾는 것은 욕심일지 모른다 


공무원, 공기업조차 방만한 운영으로 인해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대기업에 입사해도 40대 이전에 퇴직할 가능성이 크다 


전문직을 딴다해도 다른 업종에 비해 해자가 둘러져 있을 뿐 미래의 안정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타 직종에 비해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지만 미래의 변화에도 100% 안정적인 직종은 없다)





하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창구는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3배 이상 오른 부동산과 급 상승한 주식, 코인  새로운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정 받고 있는 NFT 



내가 입시를 다시 준비하는 1년 반동안 세상은 고교 시절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의_약이 내가 간절하게 원하는 꿈도 아니고 단지 돈, 안정성, 경제적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수단일 뿐인데 


다른 수단을 이용해 이들을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수능 판에 오래 머무를 필요가 있겠나? 하는 게 지금의 생각이다 




물론 의_약 계열에 진학했을 때 내 삶은 보다 안정적인 하방 덕분에 여러 가지가 달라질 것이다 


내가 따지는 못했지만 의_약은 훌륭한 포도이지 신포도가 아니다 


하지만 20대의 1년의 기회 비용과 변화하는 미래 사회를 생각해봤을 때 


단 하루 사용하고 쓸 일 없는 수능 시험에서의 실력을 기르는 것보다


다른 부분의 경쟁력을 기르는게 맞지 않을까?




아쉬움이 이끄는 N수의 길에서 빠져나오게 도와준 생각이다 



나는 수능 판에선 경쟁력이 없다 


다른 시장을 찾아보자.



오늘의 결론이다 



내일의 생각은 또 다를 수 있겠지만



그때 이 글을 다시금 읽어보며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보길 바란다

rare-정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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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가다 · 805033 · 21/12/15 00:18 · MS 2018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하는 고민하고 거의 동일하네요

  • 신경을끕시다 · 920008 · 21/12/15 08:30 · MS 2019

    결론은 내리셨나요?

  • 야가다 · 805033 · 21/12/15 21:18 · MS 2018

    군대 전역하고 알바하면서 매일 머릿속으로 고민하고있습니다. 1. 우리집이 넉넉하지 않은 편인데 내가 취직하고 돈을 굴린다고 돈이 모아질까? 2. 그나마 내가 제일 잘 알고 가성비가 좋은 루트가 수능인 거 같다. 3. 지금까지 승리감을 맛보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감,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4. 투자 재테크 말이 쉽지 쪽박찰 확률이 높다는 불안감 등등 이런 복합적인? 답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 뭣도 모르고 철이 없는 거 같네요 하 ㅋㅋ

  • 신경을끕시다 · 920008 · 21/12/15 22:06 · MS 2019

    남들이라고 뭐 얼마나 다를까요

    성숙해보여도 속은 다들 비슷할거에요

    어차피 인생에 정답같은 건 없고

    정답으로 만드는 과정만 있는거라고 옛날 담임쌤이 그러셨어요

    어느 길이건 잘 해내실거에요

  • 216의 SCHEMA · 859990 · 22/01/07 13:18 · MS 2018 (수정됨)

    글 정말 잘쓰시네요
    저는 장수생인데 올해
    수능 국영 언어에서 녹아 내려서

    이번에 정말 깊이 신중히 생각하고 고민하고
    여러가지 찾아보고 고려하고 있는데

    제가 최근 했던 생각들과 매우 유사하고
    복잡하게 꼬여있던 생각들이 정리되지 못하고 있었는데
    정리하지 못한 것들을
    님덕에 어느정도 정리가 되네요

    일단 정시 나온 성적으로 상향써서 원하는 학과 썼는데
    저는 원하는학과 붙으면 갈지
    또다시 의치한을 목표로 수능을 다시 볼지
    아니면 그냥 고졸로 다른 시장을 찾아볼지

    저랑 사실 목표한 바도 같고 목적도 같기때문에
    굉장히 공감이 많이 됩니다.
    아직 딱 님처럼 완전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님 글 덕분에 어느정도 생각이 정리가 됐네요ㅎㅎ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2022 수능 보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