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평일] 어느 날 한 예비고3의 질문 : 무엇을 더 공부해야 국어 1등급이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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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예비고3인 학생이 기말고사 직전대비 수업이 끝나고 저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선생님, 저는 무엇을 더 공부해야지 1등급이 나올까요? 항상 2등급까지는 가능하겠는데, 그 이상을 못 넘겠어요.”
저는 그 말에 이렇게 답해줬습니다.
"너가 1등급을 받는 방법은 아는 문제를 틀리지 않는 것이다. 너가 항상 시험에서 틀린 문제 중 절반 이상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한번 돌이켜 봐라. 시험이 끝나고 항상 ‘아 이 문제 알았는데...’, ‘이 문제 풀 수 있었는데...’, ‘아 말장난에 낚였어요.’였다. 너는 무엇이 부족해서 1등급이 안 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알지 못하기에 1등급을 못 받는 거야."
그 학생은 유독 실수로 틀리는 문제가 많습니다. 꼼꼼히 읽지 않아서 틀리는 경우, 이 선지도 정답 같고, 저 선지도 정답 같아서 고민 끝에 결국 하나 골랐다가 틀린 경우, 처음에 정답을 고쳤는데 아닌 것 같아 고쳤다가 틀린 경우, 시험지에 정답을 고쳤는데 깜빡하고 마킹은 고치지 못한 경우 등 실수로 틀리는 유형도 가지각색인 친구였습니다. 이런 친구들을 보면 강사의 입장으로서 여간 속상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학생들이 저런 이유로 틀려오면, 그럴 때면 항상 이런 말을 해줍니다.
“너가 계속 똑같은 실수를 하는 것은 실력이라는 말이다. 실력이라 받아들이고 그 실수조차 틀리지 않도록 공부해야한다.”
‘실수도 반복되면 실력이다.’ 학교와 학원, 그리고 집에서 어른들께 많이 들었던 이야기일 것입니다. 저도 학창시절 실수로 틀릴 때면 선생님과 부모님께 종종 들었던 말이었습니다. 참 재밌습니다. 정답을 고쳤다가 틀렸거나, 고민해서 틀린 경우에야 실력 부족이라고 하더라도, 꼼꼼히 읽지 않아서 틀린 것이, 깜빡하고 마킹을 고치지 못한 것이, 뒷장에도 문제가 있는지 몰라서 못 푼 것이 어찌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냐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고3 끝날 때까지 해당 실수들을 실력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해당 실수가 실력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했으니, 해당 오답 실수는 끊임없이 반복됐었죠. 수능 때까지 말이죠.
하지만 다시 공부를 시작할 때, 문득 ‘해당 실수도 정말 실력이라고 봐야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실력이 아닌 실수인지, 아니면 이것 또한 실력으로 봐야할 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고민 끝에 저는 위와 같은 실수들도 실력이라는 결론 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최상위권 학생들은 위와 같은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전교 1~2등의 학생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무엇이 그렇게 탄탄한지, 그들 입에서 대부분 학생들이 범하는 위와 같은 실수로 문제를 틀렸다고 한탄하는 것을 듣기 힘듭니다. 이유는 그런 이유로 그들은 틀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대부분 학생들이 틀리는 이유로 틀리지 않을까요? 그들은 대체로 그런 이유들로 틀릴 만큼 실력이 부족하지 않고, 그만큼 시험에 철저히 대비했기 때문입니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자신의 철저한 준비와 실력을 믿기에 시험에서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상대적으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시험에서 여유롭기에 문제를 검토할 시간이 생깁니다. 그렇기에 여유롭지 못해 발생하는 실수인 꼼꼼히 읽지 않는 경우, 마킹 실수와 같은 경우를 최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잘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시험에서 최상위권 학생들은 위와 같은 실수로 틀리지 않는데, 다른 학생들은 위와 같은 실수로 틀린다는 말은 결국 위와 같은 실수들도 실력 부족으로 야기된 실수로 봐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다시 공부를 할 때, 해당 실수들도 실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해당 실수를 범하고 있는 이유와 그를 해결할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한 끝에 위와 같은 실수를 없앨 수 있었습니다.
② 출제위원은 학생들을 괴롭힐 생각이 없다. ‘말장난’의 선지에도 다 ‘의도’가 있다.
간혹 지문이나 선지에서 글자 하나를 잘못 읽어서 틀린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말장난’, ‘문제 완전 더러워. 왜 이렇게 내냐?’라고 투덜댑니다. 저도 고민하기 전까지는 똑같이 생각을 했고, 이런 문제는 다음에 꼼꼼히 읽으면 맞출 수 있는 문제이므로 내 실력이 아니라고 스스로 정신승리를 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고민을 시작하면서 왜 끊임없이 위와 같이 한 글자를 가지고 정답이 바뀔 수 있도록 문제를 출제하는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고민 끝에 해당 선지들은 출제위원들이 마치 ‘꼼꼼함’을 학생이 갖춰야할 능력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군 생활 중이던 저는 밖을 바라봤습니다. 밖에 근무 중에 실수하여 선임에게 혼나고 있던 후임이 보였습니다. 군 생활 중 혼나는 이유는 대체로 사소합니다. 암어를 깜빡했다던가, 근무 중 빵꾸를 냈다던가, 근무 중 무엇을 챙기지 못했거나 등 대체로 깜빡하거나 순간적인 실수로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런 일들이 밖에서 보면 상당히 사소해보이지만, 군대에서는 상당히 심각하게 다룹니다. ‘군대에서의 실수는 곧 죽음’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평화로운 시기에 저런 실수한다고 무슨 죽음까지 일어나겠습니까. 그러나 적(敵)은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듯이, 평소에 긴장하고 있지 않는다면 적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하물며 군대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촬영 중 소품에서 총알이 나가 스태프가 죽는 경우(알렉 볼드윈 총기사고), 증권사 직원이 가격을 잘못 기입하여 463억원 손실로 끝내 회사가 부도한 경우(한맥투자증권), 계약서의 한 글자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경우 등 사회는 아주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한 사람 더 나아가 한 집단의 존재를 위협하는 경우가 파다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수능은 고3이 사회인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시험이라는 상징성을 고려했을 때, 출제위원들은 학생들에게 꼼꼼함을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수능을 잘 본 학생일수록 못 본 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꼼꼼하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회사 입장에서도 좋은 학벌을 뽑음으로써 위와 같은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위와 같은 경우는 상당히 극단적이므로 적절한 예시가 아닐 수도 있으나, 사회에서의 부주의는 곧 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기에, 학생들은 앞으로 ‘말장난’ 선지를 그저 ‘말장난’이 아닌 자신의 꼼꼼함 부족으로 받아들이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시는 자세를 갖추길 권합니다.
③ 고민했다가 틀린 경우는 운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실력이 없는 것이다.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설명했던 부분이지만, 국어가 ‘감(感)’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생각하면 이 선지가 맞는 것 같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 선지가 맞는 것 같은 경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학은 ‘감상’의 영역이고, ‘감상’은 주관적인 성격이 매우 강하기에, 문학에 어떻게 정답이 존재하느냐라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문제라고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국어가 정말 ‘감(感)’의 영역이고, 이렇게 생각하면 이 선지가 맞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 선지가 맞다면 국어는 27년의 수능 역사 동안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주관성이 강한 시험에 누가 자신의 인생이 좌지우지 되도록 가만히 있겠습니까. 지금까지 국어가 수능에서 살아남아있고, 그 중에서도 중요한 과목 중 하나로 남아있는 이유는 바로 국어가 ‘객관적’이기 때문입니다.
정리하자면 국어가 27년 동안 수능 과목으로 남아있다는 말은 곧 객관적인 시험이라는 말이며, 객관적인 시험이기에 정답인 이유와 정답이 아닌 이유가 명확히 떨어집니다. 그런 시각에서 고민했다가 틀린 경우는 결국 완벽하게 알고 있지는 않아서 틀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고민해서 틀린 경우는 해당 문제를 맞출 정도의 실력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을 해도 몇몇 학생들은 ‘비문학은 인정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끝내 주관성이 강하다’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칼럼을 통해 평가원이 주관적인 문학을 어떻게 문제와 선지를 구성하여 객관적으로 출제를 하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결론]
위의 3가지 이유를 통해 저는 실력이라 말하기 어려운 것 같은 실수조차도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상당히 다행입니다. 단순히 다음에는 실수를 안 하기를 바랄 것이 아닌, 해당 실수들도 실력이기 때문에 충분히 공부와 연습을 통해 극복을 할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2등급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 1등급도 충분히 실력으로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웠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실력으로 갖추고, 그 실력으로 풀 수 있는 문제만 다 맞춰도 1등급이 나옵니다. 평균적으로 2~3문제를 제외하고는 배운 것에서 더 나아가서 깊은 수준의 사고 및 고차원의 논리를 요구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단지 조금 더 깊이 있게 개념 및 국어에 대한 이해를 물어보느냐 마느냐의 차이이고, 사소한 요소까지 잘 챙기고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듣고 계신 강사의 커리큘럼 중 문학, 비문학, 선택과목마다 1수업씩 모두 완강하였다면 여러분들에게 무엇인가 더 많은 개념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완강을 하였는데 1등급이 나오지 않는다면, 여러분들은 무엇이 부족해서 1등급이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알고 있는데 알고 있지 못한 개념(=배우긴 하여 개념을 알고는 있지만, 완벽히 이해하고 개념을 체내화하는 수준까지는 나아가지 못한 경우)때문에 1등급이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여러분은 충분히 많이 알고 있습니다. 배운 내용을 끊임없이 복습하며 완벽히 이해하고 개념을 체내화하세요. 그렇다면 아는 문제를 틀리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는 문제만 다 맞춘다면 여러분들은 1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끊임없이 강조한 문학이 ‘감(感)’이 아닌 ‘실력’으로 푼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칼럼을 통해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댓글과 좋아요 감사합니다!
※ 예정했던 국어 공부 방향성에 대한 글은 수능 성적 발표 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1~2주 뒤에 글을 게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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