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a [795473] · MS 2018 (수정됨) · 쪽지

2021-11-28 12:29:46
조회수 2,388

헤겔 8번 출제진의 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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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은 반박/비판에 대한 문제입니다.


다만 '대화(토론) 상황에서 어떻게 상대의 주장에 반박할래?'를 묻는 걸 보니 화법 영역과의 융합을 노렸다고 생각되네요. 


우선 헤겔의 말에서 파악되는 건 '미적으로 세련되려면 지적으로 성숙해야 한다', 즉 '미적->지적'인데요,


이 부분을 읽으면 '이거 (나)의 주장인데?' 라는 생각이 떠오르시죠?


(나)는 철학 이후에 예술 단계를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사실 괴테와 실러가 그 근거가 되는 거죠.


최고의 지성적 통찰, 즉 철학이 있고 난 다음에야 진정한 예술이 있었으니까요.


그니까 (나)의 입장에선 "헤겔 당신의 말은 곧 제 주장을 뒷받침하는 꼴이 됩니다"라고 말할 찬스를 얻은 거죠.


그러면 (나)는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헤겔 당신의 이론에서는 예술이 철학보다 아래 단계인데, 현실에서는 반대입니다."


여기에 (나) 주장의 핵심 근거, 즉 위 단계는 아래 단계의 특성을 '종합'한다는 걸 엮으면 정답 선지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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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의 근거를 듣는 그 짧은 순간에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여 나의 주장을 강화하는 재치, 이게 어찌 보면 토론의 묘미가 아닌가 하는데요,


(나)에게 필요한 '괴테와 실러'의 근거를 굳이 헤겔이 제공해준 것으로 구성해서 문항을 출제한 점...


그를 통해 이런 토론의 짜릿함을 문항에서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한 점...


저 같은 사람들은 다들 보고 재밌어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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