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답사여행 중 풍광 TOP 3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40813503
학부생 4년 다니는 동안 답사도 참 많이 다녀봤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사적지 돌아다니는 것을 참 좋아해서
정말 이곳저곳 많이 가봤죠...ㅎ
오늘은 제가 직접 가봤던 국내 사적지 가운데
역사적 의미니, 건물의 보존 상태니, 접근성이 뭐니 다 집어치우고
오로지 "풍광"만을 고려한 TOP 3 장소를 골라보았습니다.
제가 직접 가보진 못했거나,
풍광이 좋다고 소문은 들었는데 제가 갔을 때 날씨가 안 좋아서
개인적으로 크게 감흥이 없었던 곳은 제외합니다.
혹시나 순위 안에 못 든 사적지 중에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3위 전라남도 해남군 두륜산 대흥사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갔던 전남 답사는 첫날을 제외하고 3일 내내 비가 주룩주룩 왔습니다. 신발엔 물이 차고 남자 여럿이서 한 방에 콩나물 시루처럼 있을 때면 냄새도 고약했던 게 생생합니다. 하지만 비가 아무리 와도 답사 코스는 수정될 기미가 안 보였습니다. 산행이 포함된 다산초당을 제외한 모든 답사지를 일정 그대로 강행했죠.
셋째 날 아침, 기적적으로 비는 그치고 바람만 아주 강한 날이었습니다. 강풍에 밀려 비구름들이 두륜산 자락 아래로 흘러 넘어가고, 흐리지만 하얀 하늘이 대흥사 가람을 비추게 되었습니다. 이때 제가 직접 본 대흥사의 풍광은 마치 영화 속 산신령이 살 것 같은 비밀스러운 느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산등성이는 높지 않아서 병풍처럼 절을 감싸고 있고, 금방이라도 어디서 용이 나타날 것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구름과 안개가 저 멀리 산꼭대기서부터 서서히 내려오다, 우리가 모여 있는 금당 앞으로 밀려 들어와 마치 동양풍의 신화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2위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
낙산사는 풍광을 대표하는 절로 아주 유명하죠. 수험생들을 매년 괴롭히는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에도 등장할 정도이니 이미 조선 시대 때부터 이름난 명소였던 셈입니다. 가람으로서는 흔치 않게, 멋있는 동해 바다가 양양의 산들과 만나 연출하는 아름다움이 그야말로 장관이기 때문이죠.
제가 중학생 때는 정선, 강릉, 양양에 걸치는 수학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설악산 주변을 테마로 한 여행이었는데, 이때만 해도 날씨가 정말 꾸리꾸리해서 그닥 감명 깊은 느낌은 못 받았죠. 그리고 다시 대학교 3학년 때 강원도 답사를 통해 양양 낙산사를 재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고된 답사를 끝내고 해질 무렵 도착한 둘째날의 마지막 답사지였죠. 하늘은 그날 내내 청청했고, 때론 너무 강렬한 해 때문에 야속한 순간도 있었지만, 낙산사에서의 그러한 날씨는 우리에게 반전의 선물을 주었습니다. 비록 동해안이었지만 일몰 무렵에 주황색과 보라색이 뒤섞인 하늘이 의상대를 밝게 비추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해안이다보니 하늘에는 지는 해 대신, 일찍 떠버린 초승달이 떠 있었습니다. 붉은 하늘에 하얀 초승달, 검푸른 빛의 동해 바다와 초록빛 가득한 산, 대리석으로 만들어 희게 빛나는 해동관음상과 우리들의 모습은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답사의 피로를 싹 가시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교수님들께서도 낙산사를 참 여러 번 왔었지만, 하늘이 이렇게 예쁜 적은 없었다며 저녁을 30분만 늦게 먹자고 하시곤 카메라를 연신 눌러대곤 그랬습니다.
1위 전라남도 구례군 사성암
사실 사성암은 대흥사나 낙산사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구례에 있는 숨겨진 명소라고 할 수 있다. 사성암은 대학교 답사 때 간 곳은 아니고, 고등학교 때 학교 수행평가로 테마를 정해 답사여행을 하고 이를 발표하는 활동이 있어, 아버지와 함께 휴가를 기회로 삼아 섬진강 줄기를 테마로 한 여행에서 택한 답사지였다. 구례에는 화엄사라는 훨씬 유명한 절이 있지만 나의 마음은 그 장엄한 풍광에 이끌렸으므로, 너무 당연하게도 사성암으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날씨가 티 없이 화창한 날 가파르고 거친 길을 지나 사성암에 올라가면 그야말로 섬진강 곡류가 만들어낸 벌판과 형형색색의 격자무늬 논을 파노라마처럼 마주할 수 있다. 이 날 역시 날씨의 덕을 톡톡이 보았는데, 암자가 오산 꼭대기쯤에 달려 있어, 구례군 문천면 일대가 문자 그대로 한눈에 담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성암은 절벽에 그대로 붙여 지은 암자라, 전망대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바위까지 올라가는데 상당한 힘이 들지만, 바위에 올라서자마자 목도하게 되는 풍경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그때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어, 수많은 후보들을 제치고 구례 사성암이 이번 랭킹의 정점으로 뽑을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 순위에 들지 못한 후보들
- 봄철 벚꽃이 만개할 무렵 경상북도 안동시 하회마을
- 봄철 매화가 지고 벚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전라남도 진도군 용장성
- 여름철 구름 가득한 경상남도 남해군 보리암
- 가을철 단풍 질 무렵 전라북도 진안군 마이산 탑사
- 가을철 단풍 가득한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덕궁 후원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경북대 치대 vs 동아대 의대 중 의대 선택이 맞겠죠? 경북대는 장학금이라......
-
친구가 미적하는 정시파이터인데 나름 열심히 하는 애임. 근데 걔가 어제 나한테 수학...
-
일요일에 간다 0
갈때 오르비 지운다..
-
오늘이 발렌타인데이인데 뭐 어쩌라고
-
https://youtu.be/hvy266juECo?si=oE4z7PST79rnslxE
-
ㄷㄷ
-
여기는 뭐하는데임? 들어가보면 죄다 썩어빠졌다 얘기만 있네
-
지금보다 머리가 좋았을까요?
-
아가 일어나쪄 1
우웅
-
오늘도 늦잠 6
망했다진짜 늦게자는것도 아닌데 왜 늦잠을 자는거지
-
1.서울대 공대생이다 2.의대생이다 3.공대에서 반수한 의대생이다 4.현직 수의사다...
-
4년제면 좋아요
-
수면제(알프람정) 먹다가 수면유도제로 갈아타고 싶은데 효과 없을 수도 있음?
-
하 우리 학교 왤캐 잘 가노;;;
-
의뱃 달았습니다 25
넵 +) 어딘지 못 알려드려요 인증 못 해요
-
ㅈㄱㄴ 이제 퉆 되려나
-
울려라 이곳에 포에버
-
왜냐면 이제부터 기다림이 24시간이 넘을 때마다대가리를 존나 쎄게 쳐서 제 머릿속을...
-
446~451 / 452~456 여기중 어디라인임?
-
어 머야 0
투표를 어케 여는 거지
-
목동시대 본관 0
본관은 강사 라인업 안좋고 그러나요?
-
모 대학 인문대학 6칸. 최초예비 10번 (11명뽑음) 전년도 예비 22 전전년도...
-
3차언제하는지를 좀 알아야겠는데;;
-
아기창섭gif. 1
-
숭실 솦 넣었는데 작년이 모집 26명에 충원율 181퍼고 제작년이 모집 27명에...
-
공습경보 ~ 재학생 총동원!! 이제 추합 나오고 신입생 막차 등록할 타임이니까 더...
-
65키로됐다 2
오예
-
저는 일단 04년생 고1때까지만 해도 대치동 쪽 알아주는 일반고에서 1점대 내신으로...
-
ㅇㅇ
-
뭐가나음
-
굿즈 사려고 줄섰는데 왼쪽이 애니메이트 대기줄이고 오른쪽이 교복 빌리는 줄임
-
대성중에서. 평소에 듣는 커리는 없음.
-
예를 들어 삼육대 같은 대학들도 다군은 3바퀴씩 도나?
-
건국끼얏호우~ 18
149->104->65
-
인프피나옴 나 멘헤라임
-
이거 거짓말이죠??
-
!?!
-
튀긴정벽 13
진짜임
-
What's up, guys? This is Ryan from Centum...
-
1차부터 6차 ~n차 까지 있던데 지금 2차까지 충원현황이 나왔습니다.. 많이...
-
수의대vs치대 3
처음에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건수의를 1순위라고 생각하고 원서 접수 했는데 막상...
-
ㅈㄱㄴ 기적은 없는것인가…
-
원순은 킁킁 2
왜 들어옴?
-
한양대 빵꾸 얘기가 도는데 기계공학부 945.25로 될 만 할까요...? 최초...
-
작수 생1,지1 백분위 94,98임
-
유행 지난거 아는데 오해원 목소리 너무 귀여워서 계속 듣는중
-
진짜임
-
사이트에서 볼수있나
-
다른 대학 빨리 등록해야되는데 오전 10시에 처리한다고 공지써놓고 아직도 안해놨네 장난하나
첫짤 무슨 무릉도원같다,,,
사성암은 감성 제대로네요,,,지브리 애니에서 나올법한
나중에 시간 나면 꼭 가보세요!! 올라가는 길이 진짜 울퉁불퉁하긴 한데 사성암에 올라서 풍경을 내려다보면 정말 온 피로가 싹 가신답니다....!
![](https://s3.orbi.kr/data/emoticons/rabong/011.png)
넵!캬 지금은 못가는... 1박2일 2박3일 3박4일 답사 돌려줘요ㅠㅠ
3박4일 답사... 총 4일 중 3일 내내 비가 와서 엄~청 고생했던 기억이.....
첫째날 밤에는 조별로 술 마시고, 둘째날 밤에는 레크레이션 뛰고, 셋째날 밤에는 교수님과 술자리를 가졌다는 고행 코스도 딸려 있었죠
‘논술 당일 성균관대’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16.gif)
혹시 해외 답사도 가보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해외 답사는 학과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가는 건 못 가봤고요ㅠㅠ
해외여행 갈 때마다 제가 꼭 가보고 싶은 역사적 장소는 반드시 들리는 편이라 일반 여행자들보다는 꽤 여러 군데 가봤죠 ㅎㅎ
![](https://s3.orbi.kr/data/emoticons/oribi_animated/009.gif)
아하 고렇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