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kobi1 [1073799] · MS 2021 · 쪽지

2021-11-19 14: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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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첫 공부 세번째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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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공부머리가 있어서 딱히 공부를 하지 않아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1학년까지 항상 중~중상위권 성적을 받았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갈때즘 공부를 못하지는 않았지만 흥미가 없던 나는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겁고 심장이뛰는지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 생각난 건 영화였다. 평소 외모 칭찬도 친화력도 좋다고 주위에서 많이 들은 나는 그때부터연기자를 꿈꿨다. 매일 6교시만 하고 학원으로 가서 연기를 배웠다. 그렇게 1년쯤 했을까 연기는 재능이란 것을 깨달았다. 더불어 노력 또한 재능이란 것을 깨달았다. 당장 지방에 작은 연기학원에만 해도 나보다 훨씬 간절하고 나보다 훨씬 재능있는 사람들이 드글드글 거렸다.

그렇게 나는 첫번째 실패를 했다. 큰 패배감을 느꼈다. 일년의 세월이 아깝다고까지 느껴졌다. 

그럼에도 나는 영화를 포기할 수 없었다. 고3부터 영화연출을 희망하며 학원을 다녔다. 처음 연출해본 영화가 규모가 큰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고 학원 선생님, 친구들로부터 글짓는 능력, 영화를 분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칭찬을 들었다. 간절했다.

재능이 있고 하는 일이 즐거우니까 간절해졌다. 

그랬던 간절함이 자만으로 바뀌었다. 내 주위에는 항상 나를 칭찬하는 사람밖에 없었다. 부모님,선생님,친구들,여자친구.. 다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입시가 시작됐고 면접에서, 글쓰기에서 전문대를 포함해 8곳을 떨어졌다.

내 재능에 뒷통수를 맞은것 같았다. 2번째 실패였다. 그래도 금방 털고 일어났다. 내가 자만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순간부터 입시는 실패했어도 얻은 교훈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정시를 다시 지원했다. 물론 공부를 2년동안 놓았기에 성적은 형편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실기준비를 열심히 했다.

나름 유명한 영화과에서 예비3번을 받았다.

결국 떨어지긴 했지만 행복했다. 적어도 한달동안 열심히 했다는 사실이었으니까.

재수를 시작했다. 나를 세번째 믿어주시는 부모님께 미안해 영화과는 잠시 미루고 이공계 대학을 가려고 했다. 영화는 그때가서다시 배워도 행복하고 잘 공부할 수 있을것 같았다. 2년만에, 아니 평생 살면서 공부를 처음 해봤다. 3월까지 어영부영 시간이 지나갔다. 공부 하는법을 3월이 시작되고 깨달았다.

6월 국어 수학 성적이 비약적으로 올랐다.

국어 60점이던 내가 6모때 85점을 받고 수학 노베였던 내가 70점을 받았다. 9모때 국어 96점 수학 80점을 받았다. 그래서 그때부터 내가 약한 과탐과 미적분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재밌었다. 간절했다. 성적이 수직상승했고 푸는 실모마다 잘풀렸다. 일년간공부하면서 국어는 단 한번도 시간을 오바 한 적이 없었다. 항상 오르비에 들어와서 내가 푼 실모 난이도가 어땠는지 확인하고 확인했다. 남들이 어렵다한 걸 잘 풀었을 때 행복했고 남들이 쉬웠다는걸 못 풀 었을때 슬펐다. 나름 열심히 했다. 늦게 일어나는 날이 많기도 했고 딴 짓을 한 날도 많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열심히했다고 생각했다. 근데 아니였나보다.

이번에 세번째 실패를 했다.

국어는 한지문을 아예 읽지도 못했고

그 여파로 수학 문제는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결과는 국어 65 수학 63

다시 수학 문제지를 보니까 풀이과정이 하나 둘씩 떠올랐다. 후회는 되지 않는다. 내가 열심히 안했기 때문이다. 

근데 그럼 나는 평생 어떤 일을 열심히 하지 못할 것 같다. 신은 나에게 여러가지 어중간한 재능을 줬지만

꾸준함과 노력을 주지 않았다.



몇명이 이글을 읽을지 모르지만 자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의 재능이 어중간한 재능일 수도 있다. 항상 의심하고 의심해서 나같이 실패하지 말기를.

내년에는 수능 공부말고 앞으로 뭘 하고 살아가야할지 공부해볼것이다. 

이 긴 글을 읽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글을 쓰면서 반성도 생각도 많이 하게 되었다.


내년에 수능을 보는 04, n수생들은 모두 잘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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