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수능 적중에 도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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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 작자미상 <편지> -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왔읍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 줌 넣고
글씨도 쓰지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쑥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까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온다기에
- 윤동주 <편지> -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로 들어가고
바다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뒤에서
팽팽한 바람이 멧새의 발목을 툭, 치며
다시 더 큰 여백을 일으켜
막막궁산 오솔길로 사라진다
오 모든 사라지는 것들 뒤에 남아있는
둥근 여백이여 뒤안길이여
모든 부재 뒤에 떠오르는 존재여
여백이란 쓸쓸함이구나
쓸쓸함 또한 여백이구나
그리하여 여백이란 탄생이구나
나도 너로부터 사라지는 날
내 마음의 잡초 다 스러진 뒤
네 사립에 걸린 노을 같은, 아니면
네 발 아래로 쟁쟁쟁 흘러가는 시냇물 같은
고요한 여백으로 남고 싶다
그 아래 네가 앉아 있는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김수영 <풀> -
가을밤 아주 긴 때 적막한 방 안에
어둑한 그림자 말 없는 벗이 되어
외로운 등 심지를 태우고 전전반측(輾轉反側)하여
밤중에 어느 잠이 빗소리에 깨어나니
구곡간장(九曲肝腸)을 끊는 듯 째는 듯 새도록 끓인다
하물며 맑은 바람 밝은 달 삼경(三更)이 깊어 갈 때
동창(東窓)을 더디 닫고 외로이 앉았으니
임의 얼굴에 비친 달이 한 빛으로 밝았으니
반기는 진정(眞情)은 임을 본 듯하다마는
임도 달을 보고 나를 본 듯 반기는가
저 달을 높이 불러 물어나 보고 싶은데
구만리장천(九萬長天)의 어느 달이 대답하리
묻지도 못하니 눈물질 뿐이로다
어디 뉘 말이 춘풍추월(春風秋月)을 흥 많다 하던가
어찌한 내 눈에는 다 슬퍼 보이는구나
봄이라 이러하고 가을이라 그러하니
옛 근심과 새 한(恨)이 첩첩이 쌓였구나
세월이 아무리 흐른들 이내 한이 그칠까
몇 백세(百歲) 인생이 천년의 근심을 품어 있어
못 보는 저 임을 이토록 그리는가
잠깐 동안 아주 잊어 후리쳐 던져두자
운수에 정해진 만남과 이별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언약을 굳게 믿고 기다려는 보자구나
행복과 불행은 하늘의 이치에 자연 그러하니
초생(初生)에 이지러진 달도 보름에 둥글듯이
청춘에 나눈 거울 이제 아니 모을소냐
신혼에 즐거웠거늘 오랜 옛정이 지금이라고 어떠하랴
흰머리 속의 소년의 마음을 가져 있어
산수(山水) 갖춘 고을에 초막(草幕)을 작게 짓고
편안치 못한 생애를 유여(有餘)하고자 바랄소냐
두세 이랑 돌밭을 갈거니 짓거니
오곡이 익거든 조상 제사 받들고 성경(誠敬)을 이룬 후에
있으면 밥이오 없으면 죽을 먹고
좋은 일 못 보아도 궂은 일 없을지니
오십에 아들 낳아 자손 아기 늙도록
일생에 덜 밉던 정을 밉도록 좇으리라
- 박인로 <상사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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