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경오거 [444924] · MS 2017 · 쪽지

2013-12-04 01:16:16
조회수 4,942

재수하지만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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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이질감이 느껴진다.

이 한심한 잉여로움이..

근데

이 잉여로움이

너무나도

좋다.

나는 지쳐있었던건가.

갑자기 찾아온 이 무한한 자유가

너무 좋다.

나는 뭐에 이리 시달려 있었나.

수능이 끝났다.
수능이라는 거대한 압박감에 눌려있었나?

학교를 안간다.
학교분위기에 지쳐있었나?

소중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연락을 끊었다.
인간관계에 지쳐있었나?

수면시간이 늘어났다.
잠 부족에 시달렸었나?

뭐였을까.

내가 언제 한강을 달리며 마시는 차가운 새벽공기에도 이렇게 소름끼치게 살아있음을

느꼈었나.

놀이터에 앉아 음악을 들으면서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던건가.

20일가량 아무생각없이 지냈다.

그냥 아무고민이나 번뇌가 없는 지금이

너무 소중하다.

그래서 이 순간이 사라질때가 두렵다.

아니, 두려웠다.

나는 이제 순간의 즐거움을 안다.

7시간 자고 일어날때의 개운함과
아침에 한강을 뛰고올때 느끼는 상쾌함과
씻을때의 기분좋음과
밥먹을때의 만족감과
자기전에 놀이터나 동네한바퀴를 돌며 듣는 음악의 행복감을
느끼면서도
12시간을 즐겁게 공부하는 나를 오늘 봤다.

나는 더이상 쫓기지 않는다.

나는 힘들 필요가 없었다.

14시간 16시간 힘들고 고독하게 싸울 이유가 없었다.

밥을 먹으며 손에 단어장을 들고 있을 필요도 없었으며

몇십분 몇시간이 아까워서 쉬는시간 자는시간을 줄일 이유도 없었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주말에는 알바하고 각 과목별로 1시간씩만 하고

남은시간에
책이나 읽으며 푹 쉴 생각입니다.

3월이 지나면 알바를 그만두고 각 과목별로 2시간씩 하고
남는시간은 훨씬 많겠죠

그때가 되면 좀 잠수탄다고 할 때 잘쉬라고 하던 놈들도 만날수있겠죠.

그냥 행복하네요.

쫓길 필요없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열심히 할 필요없어요.

자기가 행복하고 충분한 공부를 하면 그게 최고입니다.

뭐 다행인 점은 제가 공부를 딱히 싫어하진 않는단 거죠.



수시기다리시는 분들 다 붙길 바라고
정시준비하시는 분들도 다 잘되길 바라고
+1하시는 분들 화이팅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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