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학생의 이과 지문 이해하기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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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이과 학생에게는 있고 문과 학생에게는 없는 독해력을 말씀드렸습니다. 이과 학생만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은 아니지만 대표적으로 이과 학생들이 갖고 있는 공간추론 능력을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 능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이번 수능 문제가 바로 국어 B형 26~27(홀수형) 지문입니다. 지문의 일부를 Test로 만들어 온라인으로 올렸더니 문과계열의 대학생이 아래와 같이 답을 했습니다. 왼쪽은 지문의 일부이고 오른쪽은 왼쪽 문장을 읽으면서 생각하는 것을 적은 내용입니다.
한편 북위 30도 지점은 약 1,400km/h의 속력으로 자전하고 있다. 목표 지점은 발사지점보다 약 200km/h가 더 느리게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 그러므로 발사된 물체는 발사지점에서 최고속력이며 발사지점에서 멀어질수록 속력이 느려지며 원래 목표지점으로 정한 곳보다 북서쪽에 떨어지게 된다 |
따라서 발사된 물체는 겨냥했던 목표 지점보다 더 동쪽에 있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 아닌데...위쪽이 적도지점보다 더 느리게 움직이니 원래 목표지점보다 서쪽에 떨어지게 되는데 |
실험 참가자에게는 위에 제시된 문장 이전의 내용도 같이 제시가 되었습니다.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에 의해 지구상에서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 방향이 편향되는 현상의 원인이 되는 가상적 힘을 전향력이라고 하는데, 자전 속도가 위도에 따라 달라서 적도에서는 1,600km/h인 반면 고위도로 갈수록 줄어들어서 전향력의 크기도 같이 줄어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적도에서 쏘아올린 물체가 북위 30도로 가면 목표 지점과는 다른 위치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위의 학생은 북위30도 지점을 향해 나아간 물체가 목표 지점보다 서쪽에 도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문에서는 동쪽에 도달한다고 했지요. 이 대학생이 문과 학생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예로써 문과 학생의 사고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건 위의 밑줄 친 부분을 ‘물체에 가해지는 가상적 힘이 전향력이다’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물체의 운동 방향이 편향되려면 운동방향과 다른 쪽으로 힘이 가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겠지요. 그리고는 자전하는 속도는 곧 물체에 가해지는 힘의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래서 적도에서 1,600km/h로 힘을 받다가 북위 30도에서는 그보다 200km/h의 힘을 덜 받으니까 그만큼 동쪽으로 힘을 덜 받아서 목표지점보다 서쪽에 도착한다고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위 학생은 글만 생각하고 글이 설명하고 있는 물리적 대상, 즉 자전하는 구체의 지구를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처음 단락 두 번째 문장에서 ‘목표 지점이 발사지점보다 200km/h가 느리게 동쪽으로 가고 있다’는 내용에 별로 주목하지를 못했습니다. 아마도 마지막 문장이 예상과 다른 것을 보고도 ‘느리게 동쪽으로 움직인다’는 의미를 공간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지 못한 모양입니다. 느리게 동쪽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목표지점보다 더 동쪽에 있는 지점에 도착’한다고 하니 목표지점이 동쪽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오기 전에 해당 위도에 도착하기 때문에 목표지점보다 동쪽에 도착하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부에는 흥미에 의해 한쪽으로 치우친 독서를 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그쪽에 맞는 이해 능력이 발달하고 계속해서 편중된 독서를 더 좋아합니다. 그러다보니 이과쪽이다, 문과쪽이다라고 말할만한 특성이 더 고착화되는 것 같습니다. 해결책은 억지로 다른 면을 길러내서 5:5의 인간이 되기보다는 어느 정도 쫒아가서 8:2가 아닌 7:3이나 6:4 정도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국어를 가르치시는 분들이 과학 지문을 좋아하지 않으시고 과학 지문을 더 잘 읽는 학생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과학 지문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을 어떻게 도와줄지를 잘 모르신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인문학적 이해에 필수적인 개념추론을 수채화로, 과학적 사고의 인과추론을 블록쌓기로 표현합니다만 두 글을 읽는 과정이 다름을 알고 각각 어떤 추론을 연습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정도로 독해력에 대해 세세하고 분명하게 지식이 전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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