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능 문제 오류 논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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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A학원 모 사회탐구 강사 (한국지리)입니다.
먼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현재 수능을 보느라 고생 많았던 고3학생들과 n수 학생들에게 존경과 경의의 뜻을 표합니다. 앞으로 제가 할 이야기들은 오르비스옵티무스 주류의 의견들과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은 부디 성숙한 방법으로 의견을 표출해주시기를 간곡히 바라며 저 또한 여러분들을 자극하거나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며, 평과원의 작금의 행태가 옳았다고 비호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먼발치서 현 상황을 지켜봤으면 하는 이유에서 이런 글을 올립니다.
더불어, 한국지리 강사가 뭐하러 세계지리 문제에 이러쿵 저러쿵하냐는 비난 또한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지리 강사이기 이전에 지리를 공부한 사람이였으며, 교육관계자이기 때문에 현 상황에 대해 논할 식견과 경험은 있다고 생각하며 오랜 시간 대한민국 대학 입시체제를 지켜본 사람으로써 평가원과 피해 수험생에게 쓴 변정고언을 하려합니다.
J학원의 수학강사님께서 올리신 글 잘 보았습니다. 전체적인 주장은 "수능 시험 문제 (세계지리와 수학)은 교육학의 본질 이념과 벗어나며 또 평가원이 오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거대한 파장의 시작이 되어, 대한민국 교육을 흔들 수 있다"라는 쪽인 것 같습니다. 특히 '수업시간에 최근 자료를 말해도 학생들은 더 이상 들으려하지 않을 것이며, 탁구공, 농구공이 같은지 다른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과 고민을 계속 해야할 것이다'라는 말씀은 오랜 시간 고민해 보게했던 내용입니다. 수능이라는 시험 자체가 단순한 평가의 목적을 넘어 현재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나침반과 같은 중요한 시험인만큼 강사님의 주장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또한 평가원의 말 같지도 않은 해명 '교과서를 기준으로 공부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맞출 수 있는 문제다. 완벽하게 맞은 보기를 걸러내면 정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오류가 아니다.'에 동감하는 입장은 더더욱 아닙니다. (평가원의 이상한 주장이 논란의 촉매가 되었다는 생각을 할만큼 논리적이지 않은, 수능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학생들을 맥빠지게 하는 변명이였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 지리문항이 오류인가?라는 질문지를 받는다면, 저는 오류가 아니라는 쪽에 손을 들 것입니다.
먼저, 지리 문항과 같은 경우. 문제가 확실히 좋지 않은 문제인건 확실합니다. 강사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문제를 철저하게 해부해 교육학의 기본적인 개념과 일대일 대응을 시키면 쓸데없는 내용을 넣어 문항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평가원이 양질의 문제가 아니였다는 점을 사과하고 앞으로는 이런 혼란을 줄 수 있는 문제를 내지 않을 것이며, 가이드라인을 보다 철저히 정하면 끝날일이지 문제 자체가 오류라고 보는 것은 그 주장이야 말로 '오류'에 불과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보기 자체가 일단 오류라고 보기 힘듭니다.
오류의 정의가 뭔 줄 아십니까? '그릇되어 이치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출제상의 오류라고 단정지으려면 보기가 이치에 맞지 않아야 합니다. 즉 보기가 말하는 '2012년 상의 EU가 NAFTA보다 GDP가 크다.'가 틀려야 출제상의 오류인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평가원의 주장을 보도록 하겠습니다.(평가원의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것이 아닌, 타당성을 갖춘 주장이 있기에 말씀 드리는 것입니다.)
먼저 이상한 평가원의 주장 4가지는 거르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릴 뿐더러 이런 주장을 한 주체를 의심할 정도입니다.
○ 현행 2종 교과서 수준에 근거해서 출제하였고, 그 수준에 따르면 정답에 이상 없음
- PASS. 말도 안되는 주장으로 논란을 확대했습니다. 그러면 현재 사실과 어긋나는 내용이더라도 교과서에 들어간다면 그게 진리가 되는 것인가?
○ 지도 하단에 표기된 (2012)는 문두의 표현대로 2012년의 회원국 현황을 나타내고, 답지들은 모두 EU-27과 NAFTA의 전반적인 추세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 특징을 고려하여 정․오를 판단하도록 구성
- PASS. 역시 말도 안되는 주장.
○ 통계의 평균적 추세 확인이 학문적으로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므로 EU-27개국 기간이 2007~2012이지만 2012년 통계를 제외하면 2007년~2011년의 최근 5년간 평균 GDP에서 EU가 NAFTA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되므로 학술적 수준에서도 이상 없음
- 이 역시 말도 안되는 주장. 이런 주장을 하려면 문제에 (2012)라는 표시가 없었어야 함.
○ 교육과정과 교과서 수준에서 이상이 없음에도 정답 없음이 된다면 착실히 공부한 학생이나 학교 현장의 반발로 인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됨
- 말 같지도 않은 변명.
BUT. 평가원은 이 근거 이외에도 3가지 근거를 들었는데 이것이 제가 주장하는 이야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핵심적인 자료입니다.
○ 총생산액(GDP)은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어떤 기관에서 어떤 방법으로 집계하느냐에 따라서 상이하게 제시됨
○ 2012년 통계는 일부 국제 기구에서만 발표되었으므로 아직 학술적 판단에 의해 특정 경향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며, 그렇기 때문에 교과서에도 반영되지 않았음
○ 또한 2012년 통계치는 산정 방법과 기준이 그 이전 시기와 달라 최근의 추세 분석 시 통계적 의미를 갖지 못함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십니까? 2012년의 GDP는 특정경향으로 인정되지 않은 정확하지 않은 자료입니다. 또, 산정방법이 2011년 이준과 다르기 때문에 학계에서도 아직 인정받지 못한 내용이란 말입니다. 평가원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리학회, 경제지리학회 등에 문항을 검토해달라는 서신을 보냈으며 경제지리학회의 서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 국가의 총생산액의 흐름을 분석하여 일반화를 시키기 위해서 각국의 경제통계를 다당하는 기관에서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자료를 권위 있는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입니다. 그러나 국제 비교를 위한 자료는 발표기관에 따라 달리 나타나는데, 이것은 각 기관이 정해 놓은 자료 수집의 방법과 시점, 통화단위의 처리 등이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GDP는 수학의 수식이나 화학 실험으로 도출된 일반화된 공식과는 다르게 측정 기관이나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교과서에는 학계에서 인정받은 확실한 내용을 담습니다. 이것이 교과서 검정이 철저히 이루어지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쉽게 말하자면, 2011년까지의 GDP 추세는 학계의 인정을 받은 정확한 내용인 반면 2012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내용이란 말입니다.
근데 이런 자료를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접하고 '그렇던데..'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오류인 것이죠.
둘째, 수능 문제의 오류를 인정한 사례를 살펴보면 이번 수능 문제는 오류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 물리 문제 오류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고교 과정 외에 범위의 지식을 적용시키면 보기가 틀리는... 이 문제는 왜 오류인지 아십니까? 바로 '진리'를 왜곡했기 때문입니다.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교과과정 이외의 내용을 공부한 학생이면 되려 문제를 틀렸기 때문이죠. 평가원이 상위권 학생이 많이 틀리지 않았다. 그러므로 오류라고 볼 수 없다. 라는 주장은 말이 안되지만, 상위권 학생들의 오답률이 문제의 신뢰도를 측정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으며 문제 오류의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느 사실입니다. 물리 문제와 다르게 경제 같은 경우 GDP는 확실한 주장이 아니며 교과과정 이외의 내용을 공부한 학생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면 이 '교과과정 이외의 내용'은 명백한 사실이여야 할텐데 학계에서도 의견이 제각기 다른 문제를 가지고 정답처리를 해줄 수 없다는 것이지요.
결론은 이렇습니다. 평가원이 사과할 상황인 것은 맞다. 그러나 문제 자체를 오류로 몰고가 복수정답처리 혹은 전체정답처리를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수업을 앞두고 급하게 쓴 터라 오탈자가 많은 점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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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합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평가원의 사과 정도가 딱적당한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물리2 출제논란 역시 단순히 교과과정 외의 지식을 적용하면 보기가 틀렸다라고 결정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당사자는 아니지만 이듬해에 물리2를 선택할 사람으로서 당시 관심있게 봤었지요.
제 기억으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문제가 되는 보기는 이상기체의 내부에너지 변화량을 물은 보기였습니다. '교육과정 외 지식'을 적용하더라도 반드시 틀린 보기는 아니었습니다. 주어진 이상기체가 단원자 분자일 경우에는 맞는 보기였습니다. 문제는 다원자 분자일 때는 틀린 보기가 된다는 주장이었지요.
2. 당시 교과서에는 단원자 분자의 내부에너지가 나와 있었습니다. 교육과정 외를 공부하지 않았더라도 교과서를 충분히 공부한 학생에게는 당연히 불편한 보기였습니다. '단원자 분자'라는 조건이 빠져있었으니깐요.
3. 소수의견으로는 '이상기체'의 정의에 단원자 분자가 내포돼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과탐 과목에서는 말 토씨나 사소한 조건 하나에 따라 답이 바뀌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법원 판결도 단순히 문제가 틀렸다가 아니라, 대다수 수험생에게 혼란을 줌으로써 답을 찾기 어렵게 만드는 것까지 출제자의 '재량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인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말씀드린 이야기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셨군요.. 물리 문제 보기 같은 경우, 다원자분자 같은 경우에 확실히 맞는 '명확한 진리'였죠. 그러나 이번 세계지리 문제 같은 경우 보기에 대해 표출된 이견이 학계에서도 아직 의견이 분분한, 즉 '측정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GDP였기에 추세를 보고 판단해 문제를 푸는 것이 보다 정확한 문제풀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평가원이 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확립하고 사과하면 끝날 일이지 복수정답이나 모두 정답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뜻이였습니다.
1. 진리가 옳은 명제 모두를 의미한다면 '명확한 진리'겠죠. 이상기체는 그저 열역학적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2. 다원자 분자 이상기체의 경우 틀린 보기가 된다는 것은 물리학회와 다수의 주장이었습니다. 소수의견이지만 적지 않은 공감을 얻었던 주장 중에는 '이상기체'의 정의에 단원자 분자가 포함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3. 제가 기억하는 법원 판결은 '문제가 틀렸다'가 아니었습니다.
4. 2008학년도 물리2 11번 문제와 이번 세계지리 문제를 단순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5. 제가 생각하는 이번 논란의 쟁점은 (많이 양보한다 쳐도) 판단할 수 없는, 최신 통계를 숙지한 경우 (비록 그 통계가 불확실할지라도) 잘못됐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보기를 내어 수험생을 혼란스럽게 한 것을 출제자의 '재량권'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입니다. GDP 산출방식에 따라서는 맞는 보기가 될 수 있다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이런파장이 생길만한 문제를 낸거 자체가 ;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