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SY한 독도바다 [1005719] · MS 2020 · 쪽지

2021-10-15 16: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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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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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르비를 시작한 계기는 독특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계사 같이 하는 친구들 위해서 어려운 문제를 만들어서 보여주다가, 그 친구가 "야 이거 오르비에 함 올려 봐." 해서 오르비를 시작했죠. 수능 직전에 가입해서 모의고사 5회분을 올렸고, 합격 발표 이후 합격증을 올리는 것을 끝으로 오르비에 더 들어올 일이 있을까 생각했던 게 작년 12월이었습니다.


'매일 세계사 한 문제'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그런 생각은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이제 와 돌아보면 이 시리즈를 시작한 계기는 참 충동적이었습니다.

'문제를 한 문제씩 만들어서 올려볼까?' 하는 스쳐 보낼 법한 아이디어를 잡아서 시작한 거니 말이죠.

그렇게 시리즈를 시작한 것이 2021년 1월 3일, 지금으로부터 286일 전의 일입니다.


힘든 일이 아니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습니다.

매일 한 시간 이상의 시간을 오롯이 문제 만드는 데에만 쏟아부었습니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에 사로잡혀 과제와 공부를 제쳐둔 채로 문제를 만들다 밤을 새는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힘들기만 했다고 한다면 그것도 아닙니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분들이 부족한 문제를 꾸준히 풀어주셨습니다.

댓글이나 쪽지, 오픈채팅으로 도움이 되었다고들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도 많으셨습니다.

제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열띤 응원을 아끼지 않아 주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되는 사람인가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고, 많은 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 인생의 한 조각이 될 이 시리즈가 참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하며 오히려 피폐한 삶이 시작된 제게 이 시리즈가 거의 유일한 삶의 원동력이었는데, 마침표를 찍고 나니 한동안의 삶이 공허해 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잠시 시간을 가지며 새로운 삶의 동력을 찾아보아야겠죠.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부족한 제게 관심 가져 주신 여러분들께.


+) 떠나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오르비를 완전히 뜰 생각은 없습니다.

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매일 세계사 한 문제' 시리즈에 대한 작별 인사라고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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