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의 수능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918201
믿음.hwp
2006년 3월 고등학교 입학
2009년 2월 고등학교 졸업 대학입학 x
2010년 12월 입대
2012년 9월 전역
2006년 3월에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1학년 1학기까지는 시험기간이 되면 친구들을 따라서 독서실에도 갔었지만, 2학기이후로는 예체능계 학생 명함을 달고 아예 공부를 손에서 놓았다. 그렇게 학창시절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워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보냈다. 고3이 되니 친구들은 대학준비를 하기 시작했는데, 나는 조금의 조급함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그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어쩌다보니 고3때는 술을 배워가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캄캄한 어둠속에 있어 앞도 뒤도 분간이 되지 않는다고들 하는데, 내 생각에 나는 눈을 감고 눈을 뜰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2009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예체능 대학을 목표로 재수한다는 명목으로 놀았다. 물론 대학은 가지 못했다.
2010년 1월, 당해 12월에 입대하라는 영장을 받았다. 그리고 12월까지 놀았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나를 마주하기 곤란해질 때면 생각을 멈추었다.
2010년 12월, 나는 춘천 102 보충대로 입대 했다.
강원도 양구의 전방부대로 가게 되었는데, 훈련소를 마치고 나에게 배치된 자대는 GOP경계근무소초였다 : 나는 내 군생활에 대해 말하지 않는 편인데, 믿기 힘든일이 많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보내버린 21년에 대한 응보가 돌아오는 것 같았다.
재수준비하러 간다고 집을 나서 여자친구의 집으로 향하는 나를 위해 기도하시는 어머니를
당신이 꾸린 가정을 지켜내기 위해 밤에 일하는게 습관이 되어 잠들지 못하는 아버지를
생각했다.
생각은 많이 했지만 모두 적을수는 없으니 굵직한 이야기만 하자면, 나는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2012년 9월, 나는 육군 병장으로 전역했다.
바로 공부를 준비했는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을 하려니 막막하던 차에 오르비를 알게되었고 여러 정보를 수집해서 9월 중순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시간표를 짜놓고 공부를 했고 될 수 있으면 그 시간표에 어긋나지 않게 공부했다(어긋났다해도 공부외에 다른것을 한게아니고 시간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한것이니 오해하시면 안됩니다). 자연계열에서는 수학과 과학이 중요하다기에 수학과 과학위주로 공부를 했다.
수학은 알파테크닉을 들었고 과학탐구중 화학1을 했는데 인강을 듣지않고 하이탑으로 공부를해서 상당히 비효율적인 공부를 했다(혹시 과학탐구에 대해서 아는게 없는 상태로 공부를 시작하려는 분이 있다면 그냥 1타강사의 인강을 듣는것을 추천합니다). 국어와 영어에는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아 국어는 언어의기술을 느린페이스로 보았고 영어는 동네에 있는 학원에서 배웠다.
그렇게 우직한 방법으로 2013년 1월초까지 공부를 해서 알파테크닉은 완강하였고 화학1은 상당히 방대한내용을 공부해버렸다. 그리고 2월 중순쯤 강북종로학원 정규반에 들어갔다.
나는 나이가 많아서 반장이 되었다. 2주를 다녀보니 학원이 나에게 최적화된 수업을 해주지 않는다는것을 알게 됐고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2주뒤 자퇴후 독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에게 필요한게 뭔지 면밀히 분석해서 공부계획을 짜고 효율적으로 공부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자꾸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던 나에게 결과적으로 독학은 좋은 선택이었다. 계획은 진지하게 세웠지만 계획을 세우는데 긴시간은 투자하지 않았다.
3~5월의 과목별 공부는 아래와 같았다.
국어 : 1주일에 한번 지난 수능 풀어보기
수학 : 거의 모든 시간
영어 : 하루에 EBS 8지문
과학 : 인강으로 1주일에 4일 하루에 3시간
이때 나의 가장 큰 고민은 수학이었는데, 독학초기에는 기출문제를 주로 풀면서 이렇게 하면 정말 점수가 오를지 걱정을 많이 했었다. 결국 개념을 정확히 알고 적용을 능숙하게 하는것이 전부라고 지금은 결론을 내렸지만, 당시에는 막막하고 불안했다. 그러던 차에 난만한님과 포카칩님을 알게 됐는데 수비와 한완수의 도입부를 읽고 이분들의 방식으로 공부를 해야겠다고 결정하고 두분의 칼럼도 읽고 공부에 적용해 보면서 그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결국 기본서로 수학영역의 비밀을 선택했고 나는 바로 1주일 전까지도 너덜너덜한 그 책을 보았다.
* 수학영역의 비밀은 참 좋은책 임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책을 곡해 했었습니다. 혹시 책을 보게되는 학생이 있다면 자신이 내용을 곡해하고 있지는 않은가 고민 해볼것을 권장합니다.
그리고 6월 평가원 모의평가를 보았는데 성적은 89 61 87 42 39 정도로 좋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이날은 올해 공부하면서 가장 큰것 : 가장 중요한것은 시험에 임하는 마음가짐 이라는 교훈을 얻은 날 이었다. 하지만 그건 지금 생각이고 시험보고 나오는 날은 만족스럽지 못한 점수에 힘들어서 공부를 시작하고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던 친구들을 불러서 힘을 받았다. 수능까지 5개월 남았는데 점수를 보니 막막하고 두려운 생각이 자꾸 생겨났다. 하지만 두려워해도 두려워하지 않아도 11월 7일은 올것이었다. 마음가짐도 새로하고 공부방법을 조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시간을 가져 이런저런 고민을 해보고 검색도 해보았다. 어떤 우연으로 그렇게 된것인지 모르겠지만 국어영역멘토 이찬희선생님과 마달을 알게되었고 수학의 강필선생님과 수능코드를 알게 되었다. 이찬희 선생님의 칼럼을 보고 어떤것이 와 닿았는데,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칼럼에 쓰인 내용대로 공부를 해서 그 내용의 깊은 의미를 머리로는 알게되고 몸으로는 느끼게 됐으며 그것은 국어영역 뿐만이 아닌 전영역에 대한 나의 공부와 시험에의 관점을 새롭게 해주었다. 또 강필선생님의 수능코드의 서문을 읽고나니 느껴지는게 있어서 수학영역의 비밀을 다시 읽어 보았는데 그 내용이 달라보였고, 결국 나는 강필 선생님의 수비에 대한 해석을 듣고 싶어 다호라의 수학영역의비밀 인강을 구매했다.. 그렇게 나의 공부방법을 수업과 칼럼을 통해 조정해 가면서 정진하니 발전이 있었고, 9월 평가원 모의평가를 치르게 되었다. 97 88 80 47 44 로 6월보다 많이 나아진 성적이었는데, 이 결과는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한 결과가 아닌 어떻게 해야 좋은 결과를 낼것인가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성찰한 결과였다. 하지만 수학도 3등급이고 영어는 4등급으로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많은 학생들이 그렇듯이 나이가 더 많은 나 또한 수능까지 2개월이 남았는데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인지 현혹인지 자위인지 모를것이 머릿속을 채워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2개월 동안 가장 많이 성장했다. 9월 모의평가를 보고나서 수능까지의 기간은 마무리를 하는 시간이라고 하는데, 맞는말 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무리라는 말을 끝났다는 말로 듣고 9평의 점수를 유지하는것을 목표로 공부하거나 공부를 손에서 아예 놔버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내가 9평부터 수능까지 했던 마무리는 여태까지 배워온것들을 확실하게 굳혀서 수능시험장에서 가지고 싸울 도구를 완성해내고 손에 익혀 최고의 점수를 받기 위한 마무리였다. 그렇게 남은 2개월도 발전해 나갔다.
수능 시험 직전 1주일에는 체력,멘탈을 관리하며 생활하고 학습은 복습위주로 하라고 말들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편한마음으로 생활했지만 시험 4일전에 체하고 배탈나서 바로 전날까지 몸이 안 좋다가 당일에 일어나니 기분이 날아갈듯 상쾌했다.
수능시험장까지는 부모님이 차로 태워다 주셨다. 나는 죄송한 마음, 감사한 마음.. 여러 감정이 뒤섞인채로 부모님의 축복을 받으며 시험장에 도착하고 교문에서는 처음보는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힘차게 교실까지 올라갔다.
수능
6평 이후 모의고사의 중요성을 깨닫고 수능날까지 40회의 모의고사를 보았는데, 수능 전날에는 모의고사 과정에서 배워왔던 내 나름대로의 멘탈 관리법을 총정리 해 보았는데, 그러고 보니 겹치는 부분도 많고 양이 별로 많지 않았다 (혹시 누군가 이글로 도움이 될 수도 있을까 싶어서 올리려고 합니다. 문제를 풀 때 실수를 자주 하거나, 답을 확신하면서 넘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학생이 있다면 스스로 실전같은 상황을 만들어 시험을 보고 그에 대한 피드백, 검토를 할 때 같이 봐서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가채점 결과는 95 92 83 39 50 으로 또 그렇게 썩 만족스럽지는 않다.
그렇지만, 24년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1년, 혹은 유일하게 의미 있는 1년 이었다.
나는 내가 자랑스럽다.
부족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강필선생님 이찬희선생님 기상호선생님 상변선생님 께 감사드립니다!
ps.상변선생님께는 그냥 죄송합니다 ㅠㅠ
ps2.이과 정시 어디까지 될까요.. 화1생2
0 XDK (+0)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와쿠와쿠
-
안녕하세요 이번에 반수해서 대학교 등록했는데 계속 후회될 것 같아서 한 번 더...
-
조금 무섭네요
-
미필 4수 체대 건대 체육교육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
-
익숙한 풍경 0
-
강남하이퍼 의대관다니는데 어제 담임이랑 상담함 다른 과목은 다 ㅍㅌㅊ아님 ㅅㅌㅊ라서...
-
트럼프, 젤렌스키에 퇴진 압박… “지지율 4%, 나라 산산조각” 1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단독으로 종전 협상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
순 잠잔 시간 9.5시간 7시간 반 자고 한 번 깨긴 했는데 그래도 좋다
-
제발 그녈 욕하지 말아줘 그누구보다도 내겐 좋은 여자니깐
-
제주도 가서 사온거 열개 넘게 있었는데 서랍에 있던거 꺼내서 어느순간 혼자 다...
-
큐레업 큐레업 5
일하러 가야지
-
시대인재 라이브 수학 단과만 들을라 하는데 달에 자려 퍼함 2 30이라는데 자료값이...
-
얼버기 3
사실 안젔을수도 있음
-
아 감기 걸렸다 0
일어나자마자 드는 불길한 느낌 목아 따갑다
-
있다면 쪽지 ㄱㄴ..?
-
오..
-
오늘 단타 6
자러감
-
반수 드가자잇 0
이왕 마음먹은거 후회없이 열심히 해볼게요이
-
의대를 갔더라면 1
붙잡을 수 있었을까
-
공부끗!! 0
롤체 1판만 하고 자야지
-
얼버기 4
좋은아침
-
역시 미루고 미루다가 마감 몇시간 전에 밤새는게 가장 효율이 좋아
-
3월부터 할건데 작수 3등급이고 수학만 좀 파서 1찍고 시작하고싶은데 국어 비문학...
-
오야스미 3
네루!
-
진짜 답이 없네
-
ㅂㅂㅂ 레알16강 축하드려요
-
사인 : 정기점검
-
아이고야 0
김새론씨가 돌아가신 날이 김수현씨 생일이라네요
-
기차지나간당 2
부지런행
-
현역 (생,지 순서로) 6모 34 9모 23 수능 12 재수 6모 13 9모 12...
-
잘시간 됐다 2
-
음바페 골 0
시발 어휴
-
8시간 잤다 4
얼굴이 번들번들
-
존맛이지
-
ㅈㅂㅈㅂ
-
아 아무리봐도 저거 A가 리보솜이라는 게 이해가 안되는데 설명해주실 분..?? ㅠㅠ
-
바이 바이 바이시클
-
헐
-
네이버 프로필이 생겻어요 ㅎ.ㅎ
-
급 피곤, 5
ㅍ퓨퓨
-
머지 0
누가 내 커피 를 훔쳐 갓 네
-
알바하고 여행가고 집 어느정도 잘살고 하는애들 보면 부러움 분명 대학은 내가 더...
-
이거 닮음의 종류 10
귀찮다.
-
곧 새르비도 못하겠군 15
나를 잊지말아줘 ㅜㅜ
-
어느날 말없이 떠나간대도 그뒷모 습까지도 사랑할래에
-
재밋겟다
-
다 성격보고 도망침
-
도화지가 없어도 0
그림을 그린다
-
난 잠시 그녈지켜줄뿐야 아무것도 바라는 것 없기에 그걸로도 감사해 워어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고생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수험생활..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진짜 고생하셧어요 글에서 노력하셧는게 보이네요
제가 09 5월 군번이었는데 그때 막내였던분이 저때쯤 전역한다고 햇던거
같은데 시간 엄청 빠르네요 저는 강원도 화천요
암튼 진짜 글에서 노력하신게 팍팍 느껴지네요 ㅇ
원서영역 대박나세요!
헉 ㅋㅋ 저도 자대갔을때 왕고가 5월이었는데..ㅋㅋㅋ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