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c2004 [1049136] · MS 2021 · 쪽지

2021-08-10 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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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대엔 도서관으로 밀려나는 아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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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동네 도서관에 갔다. 기숙사에서 방학 방과후를 하고 1주간 집에 있는 기간. 공부만 할 계획이었지만 유튜브와 인스타에 볼것이 더이상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리고 생기부를 채울 책을 빌리러 갔다. 엄마는 비가 올 수도 있으니 우산을 챙겨가라했지만 해가 뜨겁게 내리쬐는 중이었다. 지팡이 마냥 땅에 짚으며 몇년전 엄마가 사준 약간 해진 옷을 걸쳐입고 전쟁이라도 나갔다온 군인마냥 거리를 지나 방학중인 아이들이나 그 엄마들, 노인들 사이를 지나며 다시금 우울해진채 아무도 나를 보지 않게 도서관 문을 조용하고 빠르게 들어간다. 

  우중충한 얼굴의 이미 서른은 먹은 듯한 여자얘들과 아직 아이 같은 남자얘들, 이따금씩 떠들다 가던 "착한 아이들". 게임얘기하는 축도 운동장서 뛰노는 축에도 끼지 못해 수학문제만 바라보던 나는 가끔 겉도는게 지겨우면 도서관으로 피신했다. 책이 사람을 어둡게 만드나 싶었다. 그곳 사란들은 하나같이 슬픈 눈, 동태눈에 마르거나 뚱뚱하거나 등이 굽었다. 그들은 웃음조차 어색했다. 그들 사이에 끼기에 손색이 없던 나는 책장 사이를 걷다가 관심을 끌면서도 무난한 책을 골라, 밖에서 보이지 않는 자리를 찾아 앉았다. 총균쇠와 엔트로피, 데미안, 비트겐슈타인. 가끔 머리가 깨이는 느낌도 받았다. 꽤 책이 재밌다 느끼다가도 그러다 늘 시끌벅적하고 가끔 선생에게 의자도 던지는 "그래도 착한 아이들"이 몰려와 떠들면, 그러다 내 자리를 발견하면 난 죄인마냥 나왔다. 엄마들은 알았을까. 책읽는 아이들의 이유를. 공부하는 아이의 내면을. 찐따의 낙인을. 그 어둠을. 몇년이 지나도 걷히지 않는 것을. 

 나는 그 머저리로부터 얼마나 컸을까. 시골 기숙사로 도망가게한, 그 시절에 왜 나는 아직도 갇혀있을까 남들의 좋은 시절을 왜 나만 도망치고 싶은 시절로 기억할까. 봉오리째 시든 꽃마냥 덜 큰 머리와 노인의 표정. 난 연기하듯 상이용사처럼 단지를 절뚝이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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