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자 [410130] · MS 2012 · 쪽지

2013-11-03 00: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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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간 문제를 풀며 깨달은 한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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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은 문제에 절대 동그라미 표시하지 말 것'





   물론 이 말의 본의는 '맞은 문제라도 절대 간과말라' 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개 틀렸거나 애매했던 문제에만 눈을 돌리면서, 새빠알간 동그라미가 쳐진 문제들에 대해서는 '내가 맞은 것 = 내가 아는 것'으로 자연스레 치부하고 넘어가기 쉽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주욱 생겨난, '아주 당연한' 습관이니 말입니다.


 사실 우리 수험생들은 맞은 문제에 표시를 하는 것이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래도 역시 동그라미 표시를 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해' 라는 느낌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 대수롭게 여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순간적인' 자신감을 얻는 것에 그칠뿐, 좀 더 멀리 내다보면 본질적으로는 마이너스 효과입
니다.

 
  공부를 하면서 '자기가 알아야 할 부분을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자신이 뭘 모르는지를 모르는 것'은 더욱 큰 일입니다.



  맞은 문제에 동그라미를 치고, 더욱이 그것을 보지 않는다는 건 바로 그 '내가 몰랐던 무엇인가를 발견할 가능성' 을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맞은 문제에 동그라미를 치고 넘어갔다고 합시다. 그럼 우리는 무엇을 얻었나요? 그 문제는 왜 풀었나요? 우린 방금 뭘 한겁니까? 



  순전히 '어차피 문제만 맞으면 장땡!' 이라는 명분으로 정작 본인이 문제를 풀 때마다 삽질을 하고있는 걸 모른다면, 후에 분명 크게 된통을 당할 리스크가 큽니다.



  우리가 결국 끝에 진짜 맞혀야 할 문제는 '수능 당일날의 문제'뿐 입니다. 그 이전까지의 문제들은 설령 자신이 '정답'을 맞췄더라도 접근 방법이 틀렸다면 마땅히 '틀렸다'라고 표시해서 책에 소나기가 내리게 해도 사실 상관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틀려야만이 우리는 무언가를 더 배울 수 있습니다.


  문제를 틀린다는 건 절대 부끄러운게 아닙니다. 우리가 부끄러워 해야할 것은 자신의 모호한 무지함에 대해 좀 더 깊게 다가서지 않으려는 소극적인 태도입니다.


 틀린 문제가 나타나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그러면 훨씬 순조롭게 '발전' 할 수 있습니다.




 독재생의 신분으로 수능을 고작 5일 앞두고 잠시 이야기를 꺼내보았습니다.

  내년에 수능을 보실 분이 계시다면, 저의 글을 읽고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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