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쟁이 [1052203] · MS 2021 · 쪽지

2021-07-24 23:53:58
조회수 2,308

특별한 친구들이 있던 고딩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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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본인은 지역 내에서 나름 공부 잘 한다는 중딩들이

지망한다는 고등학교에 입학했음


우리 학교는 고2~고3때 반이 그대로 올라가는 시스템인지라

고2때 같은 반 애들은 고3때도 보면서 지낼 수 있었음


게다가 우리 반이 특수 특수 개특수라서

고3 반 중에서 유일한 남자 문과반이었음


그래서 뭐가 특징이냐? 하고 물어본다면


"내신 휩쓸어먹는 문과 남학생들이랑 같은 반이라는 거"


근데 이 상위권 애들이 나름 지역에서 머리 좋다고 하는 애들이었던 지라

내신은 물론 모의고사까지 잘 보는 친구들이었음


나는 고1 내신 성적이 진작에 5점대를 기록해서

고1 말에 정시로 갈아탄 사람인지라 이 애들을 보면 신기해서

나름 걔네들의 특징을 정리해봤는데

그게 아래와 같음


1. A군

국어를 진짜 '개잘함' 

이감? 그딴 거 안 풂. 

인강? 그딴 거 안 들음.

기출? 아 그건 풂.

근데 워낙에 수시를 열심히 준비했던 친구라서 국어 기출도 3학년 2학기때 풂

그 전까지는 모의고사 전날에 학교에서 시험지 크기로 뽑아주는 작년 모의고사

(예를 들어서, 6평 전날에는 전년도 6평 시험지를 모의고사 크기로 학교에서 줬음)

그거 하나 풀고 백분위 99찍는 애였음

사탐도 워낙에 역사를 좋아한 친구라서 쌍사 골라서 고2~수능까지 50/50을 놓친 적이 없음

영어도 고정 1등급 나왔던 애고(희한하게 듣기만 틀리는 놈)


얘가 남들과 달랐던 점은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다"는 점이었음

만화책 << 이런 거 말고

총,균,쇠, 각종 역사 서적들, 신문 기사도 보고, 심심하면 네이버 뉴스도 보고,

나무위키 들어가서 역사 관련 부분도 읽고..


그리고 잠을 엄청 잤던 애였음

쉬는 시간 되면 자고

학교 수업 좀 일찍 끝나면 또 자고

밥 먹고 나서 자고


근데 집중력이 진짜 어마무시한 애였음


수능날 수학은 나보다 못 봤는데(워낙에 수학 1-2 왔다갔다 했음),

나머지 겁나 잘 보고 수시로 고려대 갔음

(원래 서울대 말고 안 간다고 했는데, 막상 고려대 가니까 잘 먹고 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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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학생 B

얘는 A랑 같이 고려대를 수시로 붙은 친구인데

수학을 많이 못했었음(물론 이 친구 기준, 2등급은 나왔음)

모의고사를 그렇게 극상위권으로 잘 보던 친구는 아닌데

수시랑 학생부, 세특, 동아리 등등을 진짜 "미친듯이" "열심히" 했음


내신에서 수학을 자기가 못 하는 걸 아니까

(우리 학교에서는 수학 보충교재 문항을 변형해서 자주 냄)

보충교재에서 자기가 못 푸는 문항

"해설을 전부 외움" << 물어보니까 이러면 '숫자'만 다시 대입하면 풀린다더라


얘도 쪽잠을 잘 자던 친구였는데,

진짜 일처리 하는 게 약간 현우진 느낌?

애 자체가 샤프하고 계획 철저히 지키고 그랬음


아쉽게 서울대 떨어져서 고대 간 케이스


마찬가지로 인강 안 봤는데

이감은 신청해서 잘 풀었던 걸로 기억


수능은 엄~청 잘 보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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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학생 C

얘가 진짜 대단함

"노력하는 재능"<< 이걸 받은 것 같았음

잠은 쪽잠도 다 챙겨서 자고

푹잠도 자는 애였는데

깨어있는 동안에는 미친듯이 집중해서 공부함


워낙에 수학은 잘 하고, 많이 풀었던 애라

시중에 있는 필요한 문제집은 자기가 다 사서 풀었음

(드릴 워크북, 이해원 n제, 일품, 쎈, 블랙라벨, 킬캠 등)


인강은 사회문화 정도만 들었고,

학생 B처럼 수시 활동을 엄청 자세하게 잘 썼고

문과에서 전교 1등 찍고 서울대 갔음


국어는 검더텅만 스윽 풀고 1등급 맞았음

수학은 고정 96-100이었고

영어는 고정 98-100이었고

탐구는 고3때 탐구로 정해서 봤는데 결과는 모름..


참고로 플래너 샀다가 귀찮다고 며칠 안 쓰고 구석탱이에 쳐박음

대충 종이에 할 거 적어두고 바로 처리해버리는 편

(김승리쌤이 이러는 걸로 앎)


수능도 엄청 잘 본 편이었던 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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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 더 있는데 별로 반응 안 좋을 것 같아서 안 씀요


솔직히 위에 애들보다 내가 수능에 투자한 시간이나

교재나 인강 시청이나~ 더 많은 걸 투자했는데


진짜 공부란 게 뭔가를 막 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

정말로 '재능'이란 게 있는 애들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 계기가 됨..


A를 보고서는 공부시간이 꼭 결과로 직겨되는 게 아니구나

B를 보고서는 계획을 저렇게까지 철두철미하게 지킬 수 있구나

C를 보고서는 엉덩이가 무겁다는 예시가 쟤구나. 문제를 양으로 밀어붙인다는 게 저거구나


라고 느껴서 글을 한 번 써봤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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