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라쟁이 [1052203] · MS 2021 (수정됨) · 쪽지

2021-07-21 00: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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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수능 국어 개썰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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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주관적인 이유인데, 공감하는 사람도 몇 있을 듯


1. 화작문 9시 내로 컷하려고 생각했는데 화작 2번이랑 문법 14번 하나 막혀서 스킵함 (문법 이건 나중에 결국 찍었던 걸로 기억함 1-5번을 세 번이나 체크했는데 답이 안 보였음. 원래 안 그랬는데 수능날 "아 앞에 문제 하나 남겨둔 게 신경쓰이네.." 이랬음)


2. 문학 쭉 푸는데 고전소설 내용이해 문제 헷갈려서 1~5번까지 2번 체크하고 결국 '답인 것 같은 걸로 찍음'


3. 사막을 건너는 법, 내신 기말고사에 나왔어서 룰루하고 풀려다가 의외로 ? ? ? 하면서 내용 의미 보기 세 문제가 걸림. 여기서 1차로 박살(점수가)


4. 고전시가 ㅋㅋㅋㅋ 사미인곡 보고나서 "파본 검사때 이미 확인했지~ 필수 고전시가 한 번 쯤은 스윽 봤던 기억으로 빠르게 풀자" 했는데 사미인곡 <보기> 문제에서 조져지고, 그 외에 같은 페이지에 나온 작품관련 내용 이해 문항도 조져짐. 여기서 2차로 박살(점수가. 현장에서는어리버리까면서 풀어가지고 '답인지는 애매하지만' 그냥 맞았겠지~ 하고 넘어감.)


5. 현대시 44번 문제에서 2번이랑 5번 중에 오지게 고민하다가 결국 체크하고 마지막에 2번?으로 골라서 맞았음. 일치 여부로 파악하려다가 엥? 다 맞네? 하고 대뇌 혼란


6. 은 유통 지문 보고 나서. 이게 그나마 제일 나은 지문이구나~ 하고 건드렸는데 ㅋㅋㅋ 여기서 2개인가를 틀림. 학자 대비하는 걸 글 읽으면서 제대로 파악했어야 됐는데 그러지 못함(학자/<보기> 틀림)


7. 풍선부는 네모. 이 지문 읽을 때 유튜브에서 3D 입체 영상 만드는 거떠올리면서 읽어가지고 후반에 정보량 있었는데도 납득하면서 읽었지만~~ 내용 상 옳은 추론 문항 틀리고 네모 문제 틀림 ㅋㅋㅋ 


8. 예약 지문. 수능날 들고 간 지문이 "계약 지문" 이었음. 심찬우쌤이 올해는 법지문이다 라고 하셔서(9평인가에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 지문과 엮어서 파이널때 말씀해주심) 믿고 들고 가서 읽었는데, 파본 검사 하면서 계약 지문 읽은 게 다행이다.. 싶었음

근데 사실 첫 수능이라 아침에 엄청 떨었고, 애초에 글이 잘 안 읽혔음. 그래가지고 사실상 계약 지문은 제대로 생각도 안 나는 상태였음..

10분 종이 치자 일단 푼 문제부터 마킹하고 예약 지문으로 돌아옴.


근데 잠깐. 아까 문법 문제 1개/화작 문제 1개/현대시 문제 1개/고전소설 이해 문제 1개/현대소설 보기 문제 1개

남겨둔 상황이었음.

(문법이랑 현대시만 답 결정을 못 한 상황이라서 두 문제만 나중에 다시풀기로 하고 나머지 애매한 문항은 애매한 답으로 체크하기로 함)


그리고 남은 시간 8분 정도에 예약 지문.

지문은 짧은 편인데 지칠 대로 지쳐서 이해가 안 감.

초반은 계약 지문 기출에서 뽑아 낸 

"한 사람의 권리는 한 사람의 의무에 대응한다. 동전의 양면"을 생각해내며 읽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급식 아주머니? 엥? 예약? 하면서 흐지부지 날려 읽음.

여기서 두 문제? 세 문제를 틀렸던 걸로 기억함.


그냥 이해가 안 가고 급급했음.

집에서 시원하게 에어컨 바람 쐬면서 푸는 8분이 아니라

대학이 걸리고, 처음보는 학교에서, 처음보는 시험지였음.

그리고 앞에 문제 때문에 엄청 지쳐있었고.


예약 지문에서는 나름 생각해가면서 풀었다고 느꼈고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위의 문법 현대시 한 문항씩을 풀고 마킹하고

30초인가 남아서 마저 문제 보다가 종이 쳤던 걸로 기억함.


사실 국어를 망쳤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음.



그래서 더 더 더더욱 비참했음.

꾸준히 적어도 2등급은 받아 왔었고 10월 모의고사에서는

93점을 받고 1등급이었는데


메가스터디 채점 서비스를 딱 눌렀을 때


78점


뜨는 순간 현실감 없어지는 기분 앎?


난 87점인데 잘못 본 건가?라고도 생각해봤고

뭔가 잘못 눌렀겠지 하고서 다시 확인했는데 현실이 이거더라


내가 신나게 채점하다가 갑자기 숙연해지니까


그 순간 엄마 아빠 나 셋이 있는 거실 분위기가


국어 기출 중에 '큰 산'이라는 작품에서 나온 것처럼


동시에 좀 전의 그 환하던 겨울 아침은 대뜸 우리 둘 사이

에서 음산한 분위기로 둔갑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됨.


---


여기까지가 작년 수능 국어를 조진 이유


물론 나형 잘 보고, 사문으로 캐리해서 홍대를 왔는데


나는 아직까지도 수능 그때의 '그 느낌'은 다시는 느끼기 싫을 만큼

트라우마가 돼있음


근데도 목표가 생겨 올해 다시 도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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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에 최근 ---가능? ~~~가능? 하는 친구들 많던데

이해함. 얼마나 궁금하고 가능성을 묻고 싶으면 그렇겠음?

근데 나는 그런 가능친구들이 글에 써놓은 만큼 국어 했는데

수능 현장에서 저렇게 개판치고 와장창 무너짐.


그니까 제발 경솔하고 자만하지 않고 자신의 가능성을 타인의 댓글에 걸지 말고

같이 꾸준히 힘내서 잘 봤으면 좋겠음.


나처럼 안 됐으면 좋겠어서.

나도 고작 수능 한 번 쳤는데 저렇게 무서운 트라우마가 남았기에

나처럼은 안 됐으면 좋겠어서.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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