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년 [443153] · MS 2013 · 쪽지

2013-08-03 03:36:01
조회수 4,375

2011학년도 연세대 논술(문과) 준비와 후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768689

(익명기능이 없어진 오르비라니! 원래 없었나?)

일단 수능준비를 하시는 고3 여러분께서는 100일도 안남은 시점이지만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하셔서 입시 성공하시길 바라겠고,
고1, 고2 여러분께는, 수능이나 논술... 대학과 사회에서 하는 공부는 끝이 없지만 여러분께서 하시는 공부는 끝이 있습니다.
입시와 수능을 코 앞에 두는 그 순간 전까지만 고등학교 과정의 모든 것을 마스터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공부하신다면 그것으로 됩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마시고 고3 때 여유로운 마지막 학창시절을 즐길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처음 논술이라는 것을 접했던 것이 2009년 초, 고1(예비고2) 겨울방학 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학교에서 국어선생님을 통해 특강을 열어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강의 정말 못하셨... 읔?)

그 전까지는 "논술로 내신을 뒤집었다! 못 갈 대학을 들어갔다!"라는 여러 뜬소문만 접한 상황이었고,
백일장이나 과거시험처럼 어떤 주제어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쓰면 되는 그런 시험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과는 달리 입시논술은 답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 시험이었라는 걸 이때 알았습니다.

처음 2,000자 원고지를 접했을 때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200자 원고지 10장이라는 말이잖아요?
중학교 때 방학숙제로 해가는 독후감도 한참 써도 5장 정도인데 10장이라고요? 그것도 고작 2시간 동안?
엄청난 패닉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왼손잡이라서 필기 속도도 다른 친구들에 비해 느렸습니다.

고2 때는 내신, 수능공부에 집중한다고 논술과 거리를 두었습니다. (사실은 매일 혼나서 하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2학년 1학기를 마친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논술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과였기 때문에 이미 모든 진도는 끝마친 상황이었고(공부가 재미없어) 성적이 올라 문과 1등이 되면서 서울대에 욕심이 생겼습니다.
내신 3등이지만, 현실적으로 서울대 타이틀에 목매는 학교 사정상 경쟁률이 높은 문과에 지균을 줄 가능성은 희박했기 때문에
99% 특기자전형을 준비해야 한다는 예상을 하고 있었고(실제로도 그렇게 되었고) 그러려면 논술을 해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논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서울대... 그런데 서울대 논술이 없어졌으니 여러분은 안될꺼야 아마...

2학기로 들어가면서 고3 논술지도를 담당하시던 윤리선생님께서 고2 논술반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1학기까지의 논술이 정말 중학교 수준의 기초적인 글쓰기였다면 2학기는 T.O.P였습니다.
서강대, 서울대, 성대, 연대, 고대, 중앙대, 이대 실제 논술 지문을 접하고 답안을 써냈습니다.
정말 형편없이 깨져나갔습니다. 정말 혼나지 않는 날이 없어서 자괴감에 빠질 정도였습니다.
시간제한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논리도 부족하고 분량조절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시간 내에 다 못쓸 경우 답안지는 수거해가시고 다음 시간까지 다시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셨는데 그 때 사이트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http://cafe.naver.com/nsgo 논술로 명문대가기라는 카페인데, 지금은 관리가 안돼서 광고글만 올라오지만 유용한 자료가 많습니다.
시간 빼앗기기는 싫고, 숙제는 해가야 하고... 여기에 웬만한 기출과 답안들이 있어 그것을 베껴 갔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엔 선생님께서 시험을 예고하시면 그 시험문제의 답안을 읽고 갔습니다.
이 때 논술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기와 개념을 많이 습득했던 것 같습니다.

1. 지문을 요약하라.
논지 전개에 필요없는 예시는 과감하게 잘라내고, 주된 문단의 핵심 개념과 주장을 골라냅니다.
그리고 모든 답안의 도입부에는 반드시 (가)~(X) 각 제시문의 요약을 쓰도록 합니다.
요약하라고 친절하게 답안을 분리해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요약은 반드시 답안에 써야 합니다.
채점자에게 내가 이 제시문을 확실히 이해했다는 시그널을 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각 제시문별로 1~2문장으로 쓰고, 전체 요약 분량은 200~300자 정도로 끝내면 됩니다.

2. 아무리 길어도 한 문단은 400자, 한 문장은 50자 이내.
1,000자 논술 기준으로 요약이 200~300자라면 주장문은 2개 지문 기준으로 300~400자여야 합니다.
더군다나 각 지문의 주장을 균형적으로 제시해야 하므로 500자 이상은 밸런스 붕괴, 분량조절 실패입니다.
그리고 채점자가 명확하게 논리를 파악할 수 있도록 문장도 50자를 넘어가서는 안됩니다.
완급조절을 하고 문장을 짧게 짧게 끊는 센스를 반드시 익혀야 합니다.

3. 글씨는 크고 정갈하게, 맞춤법을 지키며.
논술에 있어서 사이드이면서도 중요성이 매우 큰 부분입니다.
채점위원들은 여러분의 얼굴을 보는 게 아니라 답안지만을 봅니다.
칸을 70% 이상 채우는 또박또박하고 큰 글씨, 그리고 웬만하면 연필보다 가독성이 좋은 볼펜,
마지막으로 흠잡을 데 없는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채점위원들에게 좋은 첫인상을 줍니다.
답안지 채점시간이 10분도 되지 않기에 이 첫인상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글씨가 작고 바르지 못하다면 지금이라도 연습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반드시 교정하시고, 힘들면 논술을 포기하세요.)
(생활국어 또는 문법 시간에 졸지만 않아도 맞춤법은 익히기 쉽습니다.)


4. 용어는 통일하고, 표현은 다양하게.
논술에서는 명확한 논리 전개를 위해 핵심 용어는 변용, 축약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논리 전개 과정에서는 다양한 어휘를 사용하여 기시감이나 중언부언을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요약문에서 "(가)는 A라고 주장하고, (나)는 B라고 주장한다." 이건 일반 커피입니다.
T.O.P는 "(가)는 A라고 말하고, (나)는 B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표현을 달리 써주는 것입니다.
이건 초등학교 글쓰기 과정에서도 배우는 것인데, 동일한 용언을 자주 쓰면 읽는 사람이 불편합니다.

5. 단정적 어투와 문어체 사용하기.
논리 전개에 "~같다.", "~고 있다." 같은 것은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됩니다.
이야기하고 있다.(X) / 이야기한다(O)
주장하고 있다.(X) / 주장한다.(O)
(가)는 A다. 하지만 (나)는 B다. (X) / (가)는 A다. 반면에 (나)는 B다.(O)

논술에서는 보조용언을 사용하지 않고 주용언만 사용하여 단정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하지만"은 구어체이므로, "~그러나, 반면에, 그렇지만"을 사용합니다.
짧은 문장에는 "~이나"를 사용하여도 된다. 그러나 끊어 쓰는 것이 낫다. < 이렇게!



이것 외에도 논술의 기본이라고 꽤 배운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여기까지만 씁니다. (으악)



3학년 1학기에 들어서면서 논술을 포기해야만 하는 사람이 명확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에 소질이 없고, 논술의 기본을 익히지 못하고, 맞춤법을 지키지 못하는 친구들이 그랬습니다.
더군다나 성적도 목표한 대학을 가기에는 많이 모자라 수능 공부가 더 절실한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매년 수십 명이 논술을 응시하지만, 합격자는 많아야 3명 바로 앞 선배들은 40명 중 하나였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부분의 친구들이 논술 공부를 포기했습니다.

저 역시 이 시기에 논술에서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서울대 내신에서 3학년 1학기 반영비율이 컸기 때문입니다.
내신이 수능형으로 나와서 따로 공부할 필요가 없도록 배려해주는 선생님들께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3월 모의고사 때 총점 492, 백분위 99.99 찍은 이후에 언수외 290, 총점 48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수능을 마무리했다고 생각이 들 무렵, 1학기가 끝난 후에야 논술에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논술 인강회사에서 학교로 스폰서가 내려왔는데, 제가 그 기회를 잡게 됐습니다.
하지만 인강은 워낙 따분해서 자료만 다운로드받아 혼자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덕분에 친구들 책상에서 자습할 때 전 혼자 컴퓨터실에 있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자료를 출력해서 손으로 썼는데, 시간도 부족한데 효율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왼손잡이라서 글씨가 많이 느린 데다 손이 아파 매일 손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메모장을 켜두고 가로폭이 한글 100자가 되도록 조정한 후에 타자로 답안을 써내려갔습니다.
타자가 손글씨보다 빠른 만큼 실전에 대비해 제한시간도 1시간짜리는 45분, 2시간짜리는 1시간 30분으로 스스로 줄였습니다.
7월 한 달 동안 이렇게 매일마다 요약 문제 2개, 실전 문제 1개씩을 풀었습니다. 실전 문제는 위에 링크한 카페를 이용했습니다.
풀기만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첨삭하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께 첨삭을 맡기기에는 피드백이 너무 늦고, 그 때는 이미 그 문제는 잊은 후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첨삭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채점자의 눈에서 보는 답안의 느낌을 이해하게 됐고, 즉각적으로 논리와 표현을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8월에 들어서면서 9월 모의평가와 수능 준비를 위해 당분간 논술을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논술에 자신감이 붙었고, 글을 보고 쓰는 그 느낌이 익숙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시 원서철이 시작된 가을. 역시 예상했던 대로 지균은 쓸 수 없었습니다.
준비한 스펙이 없기에 서울대 농경제로 특기자를 썼습니다. (자기소개서에 모의고사 점수를 최대한 부각, 증빙서류도...)
(그랬더니 덜컥 1차 붙어버린 게 함정. 정시 생각하고 거의 기대도 안하고 있었는데?! 경쟁률 13대 1을 뚫었어요!! 엄마!!)
내신은 쌓았는데, 고대 학생부우수자를 쓰지 못했습니다. "너는 모의고사 점수가 좋으니 정시로도 갈 수 있잖니? 양보하자."
(그러면서 이과 1등에게는 지균, 학우 전부 몰아주는 패기. 이 선생이랑은 사제 간의 연을 끊었습니다.)
연대 진리자유를 쓰려다가 이 일로 화도 났고, 서울대 자기소개서 쓰느라 밤을 지새운 뒤라 힘들어서 일부러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연세대 경영학과 일반우수자전형(논술), 고려대 경영학과 일반전형(논술)까지 총 수시 원서를 3군데 썼습니다.
더 쓰고도 싶었지만, 원서비가 너무 아깝더라구요. 이 3개만 해도 20만원을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SKY 못갈 거라는 생각이 안들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연대 논술전형은 연습삼아서 쓰고 백지를 내고 나온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논술시험이 수능 전에 있었기 때문에, 수능을 잘 보고도 서울대에 가지 못하고 납치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같이 수능 본 수능 만점자가 서울대 정시 쓴다고 인터뷰했으나 연경에 납치당함)
수능점수가 잘 나오면 고대 논술도 연습삼아 볼 생각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서울대 논술을 위한 준비과정이랄까요. (2011학년도에 서울대 문과는 정시도 논술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날이 흐르고... 날짜도 기억합니다. 10월 1일이 되어 서울에 있는 이모댁에 잠시 신세를 지게 됐습니다. 논술시험은 바로 다음날인 2일.
서울로 출발하기 전 담임선생님께 제 생각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입시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최선을 다해서 써라."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하지만 한 귀로 흘리고 금새 머릿속에서 지워버렸습니다. 많이 거만했던 것 같아요.

10월 1일 자정에 대전에 있는 집에서 신분증을 챙겨오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다행히 검색해보니 수험증 사진과 함께 현장에서 사진으로 본인확인을 한 후, 1개월 내 신분증을 제출하면 되는 문제였습니다................만
시험이 바로 전날인 수험생과 학부모는 패닉에 빠졌고 결국 아버지께서 새벽에 왕복 택시비 30만원을 내고 주민등록증을 가져다 주셨습니다 =_= ;;
하... 정말 잠이 오지 않더군요. 집에 내려가면 아빠를 어떻게 볼까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시험 당일. 7호선 남성역에서 2호선 대림역으로 환승해 신촌역으로 어머니, 이모와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서울의 아침 공기는 정말 탁하더군요. 대전에선 흔히 볼 수 없는 엄청나게 많은 자동차와 인파들에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신촌역에서 연세대로 걸어가는 그 길.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그 때 그 길은 정말 낯설고 두려웠습니다.
그렇게 연세대에 도착하고 지도를 펼쳐 시험 장소인 학술정보관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신중도로 불리는 곳이죠.)
그 때 백양로를 걷는데 은행나무 단풍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캠퍼스의 정취는 일품이더군요.
그리고 시험을 보는 건물에 들어갔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그렇게 깔끔한 건물은 처음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 도서관... 지은 지 3년... 하지만 캠퍼스 안에 다른 건물들이 후지다는 걸 그때는 몰랐죠.)
(그리고 논술시험 다음 주에 은행열매가 똥내를 낸다는 것도 그때는 몰랐죠.)


시험을 보기 직전 신분증을 꺼내면서 온갖 생각이 교차했습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날 위해 새벽에 택시를 타셨던 아버지, 추운 밖에서 날 기다리고 계시는 어머니와 이모...
연습삼아서 이 시험을 치룬다는 게 얼마나 어리석고 날 믿는 사람들을 배반하는 것인지 바로 그 직전에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문제지와 답안지를 받았습니다. 이성과 반성, 구글과 페타바이트 시대, 인과와 통계... 평소에 관심이 많았고 쉽게 익숙한 주제였습니다. > http://cafe.naver.com/nsgo/33199
금세 요약을 끝내고 손쉽게 답안을 써내려갔습니다. 시험시간이 2시간이었는데 넉넉하게 다 쓰고도 30분은 남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앞면이 1번 답안, 뒷면이 2번 답안을 쓰는 공간이었는데, 1번 답안 바로 밑에 [2번]이라고 쓰고 2번 답안을 쓰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답안지 교체 시간은 지났고, 수정테이프로 급하게 약 400자 가량을 지워 나갔습니다. 칸을 침범해서 지우면 실격처리기에 칸 안쪽만 지우느라 고생이었습니다.
다 지운 후에 시계를 보니 겨우 20분 남짓 남아 있었습니다. 요약과 논지 정리를 잘 해두었던 보람이 있었습니다.
제한시간을 딱 1분 남기고 2번 답안을 완성했습니다. 손에 땀이 잘 안나는데, 정말 손에 땀나도록 열심히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시험을 치르고 저와 어머니, 이모는 학교를 빠져나왔습니다.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 신촌역까지 가는 데 종종걸음으로 30분이나 걸렸습니다.
이모께서는 대림역을 통해 남성역으로 돌아가시고, 저와 어머니는 을지로를 통해 3호선을 타고 고속터미널로... 그렇게 집에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연세대 논술시험이 끝났습니다.



[뒷이야기]
결과적으로 저는 수능을 망쳤습니다. 아... 외국어가 2등급이 나왔습니다. 11211111인데... 외국어 2등급 나와서 망했습니다.
연고대 논술 우선선발은 물건너갔고, 정시는 꿈도 꿀 수 없고, 서울대 특기자만 바라보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됐습니다.
수능을 보고 난 이후에, 저에게 달라붙던 3학년부장선생은 완전히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 뒤로 말 한번도 섞질 않았습니다.(말씀드렸다시피 이때부터 사제 간의 연을 끊었습니다.)
서울대 논술을 보고 면접을 보러 가던 날, 저만 쏙 빼놓고 서울대 1차 합격한 친구들과 점심약속을 잡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불타오르는 배신감...)
정말 멘붕이었습니다. 수능 좀 망했다고 그렇게까지 나올 줄이야... 서울대 면접과 그 다음날 있었던 고대 논술 모두 죽쑤어서 개를 주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11월 말... 서울을 다녀오고 나서 저는 재수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학교에도 학원을 간다고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12월 9일 서울대 발표가 났습니다. 떨어짐. 12월 10일 고대 발표가 났습니다. 떨어짐. 아 ㅠㅠㅠㅠ 그냥 재수해야겠다.
12월 12일 아침. 연대 발표를 별로 기대하지 않고 확인했습니다...

엥? 붙었어?!?!?!?
헐... 심장이 다 떨렸습니다. 그날 아침뉴스가 뭐였는지 아십니까?
"경희대 한의대 전산오류로 합격자 번복"
하... 내가 합격할리 없어..이것도 분명히 전산오류일꺼야...
그 자리에서 수십 번은 더 확인한 거 같습니다.
저녁 때까지 TV에서 연대 합격자 번복 나오지 않을까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담임선생님께서 너 합격했는데 왜 전화 안했냐고...(대학에서 학교에 연락이 가나 봅니다.)

그렇게 저는 재수준비를 접었고... 지금은 취업준비하는 고학년이 되어 있네요. 거의 3년 지나서 쓰는 후기라니...

여러분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입시는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여러분을 믿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여러분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0 XDK (+0)

  1. 유익한 글을 읽었다면 작성자에게 XDK를 선물하세요.

  • 싱하치즈 · 431893 · 13/08/03 07:11 · MS 2018

    논술후기는 흔치않은데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연대 캠퍼스는 음..좋죠

  • djgcv · 363392 · 13/08/03 11:10 · MS 2010

    요약을 꼭 써야하나요?비교맘해도 분량 모자랄것같은데..

  • 유소년 · 443153 · 13/08/03 12:16 · MS 2013

    단정적으로 말씀드린 점 사과드립니다. '반드시, 절대로'라는 건 없는데 워낙 뇌리에 깊게 박혀 강한 표현을 사용한 것 같습니다. 문제 유형에 따라 다르나, 일반적으로 (1,000자 이상 답안 기준) 첫번째 답안에는 짧게 요약을 하는 편이 이후의 논지 전개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두에 짧게 요약하면서 이후 어떻게 전개해나가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그려볼 여유도 생깁니다.

    대부분의 문제 유형이 처음에는 각 제시문을 비교하라는 것이 많은데, 단순히 각 제시문의 주장을 요약하여 열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주장의 차이를 언급하면서 넘어가면 됩니다. 저는 이러한 부분도 요약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djgcv님과 제가 생각하는 요약이 다소 달랐던 것 같습니다.

    [예시]
    제시문 (가), (나), (다)는 ‘진리’에 대하여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제시문 (가)에서는 모든 경험과 가치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이 진리이며, 절대적 사실로 보고 있다. 경험적 지식의 축적만으로는 진리를 구성할 수 없으며, 진리의 탐구에 있어서 가치의 개입은 사실을 왜곡시킨다. 따라서 진리의 탐구 과정에서 이 두 가지를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제시문 (나)에서는 왕건의 고려 건국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고려의 사관이 궁예를 죽어 마땅한 사람으로 표현한 사례를 들고 있다. 이 사례는 역사가의 가치개입으로 사실을 조작하여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이것은 제시문 (가)에서 경계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제시문 (나)는 사실에는 필연적으로 누군가의 가치가 개입됨을 시사한다. 제시문 (다)에서는 ‘자유가 곧 진리’라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가치를 개입한다. 진리란 무언가이며 도달해야 할 ‘가치’라고 하는 점에서 제시문 (가), (나)와 차이점을 보인다.
    [출처] 연세대 2009년 모의논술 -답안평가 (논술로 명문대 가기) |작성자 논신되자

    요구하는 답안 분량이 500자 이내이거나, 제시문의 내용이 명쾌하고 이해하기 쉬워 해석을 요하지 않는 경우에는 곧바로 본문으로 들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이럴 때는 요약이 말씀하신 것처럼 오히려 분량만 잡아먹거나, 답안의 명료성을 해치는 꼴이 되기도 합니다.

    논술을 치른 지 3년이 다 되어가는 입장에서 무리한 훈수를 두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위 내용은 참고사항으로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djgcv · 363392 · 13/08/03 12:23 · MS 2010

    자세한 답변 감사합니다~ㅎㅎ저도 연대 논술로 붙었으면 좋겠습니다ㅎㅎ

  • 괴도냥이 · 439044 · 13/08/05 11:54 · MS 2012

    논제를 좀 빨리 분석하는 방법좀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논술쓰면 항상 시간이 10분~20분 부족한것같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