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 한국 군인에 대한 담론이 통일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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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거에는 한국 사회가 군대문화를 따라가는 형태여서, 충성 희생 헌신 같은 전체주의적 가치가 쉽게 납득되었음. 군대가 이끌면 여기서 배출된 남성들이 사회를 조작하는 형태.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앞서나가는 속도가 훨씬 빠르고 훨씬 민주적이고 훨씬 개방적이고 투명함.
태생부터 군대의 가치와 민주사회의 가치는 양립하기 어렵고, 이런 군대의 가치에 동감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군대에 집어넣으니 마찰은 당연한 것.
제복입은 민주시민(citizen in uniform)이라는 대체적인 개념도 있지만, 군대에서의 민주주의가 꽃피는 일이나 개방성과 투명성이 확보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듬.
군대는 각종 모략과 기만, 살인과 폭력을 수행할 권리를 유일하게 부여받은 집단이고 우리의 목숨과 재산, 국가의 영속성을 지켜나갈 마지막 독침과 같은 존재니까.
그래서 군대는 본질적으로 폐쇄적이고 불투명하고 위계적이고 불합리하게 비춰질 수 밖에 없음. 군사적 직무와 관련된 상관의 적법한 명령은 '따라야만'하고, 하급자는 원칙적으로 '건의'제기 밖에 할 수 없음.
대표적으로 7군단 윤의철 군단장이 병사들 뺑이 돌린거. 혹한기훈련을 돌렸다거나, 특급전사 못따면 휴가제한 했다던가, 전부 지휘관의 재량이고 정당한 권리임. 군대에서도 당연히 아니까 안 짜르고 참모차장까지 올려놓은거고. 아마 언론에서 대서특필되지만 않았어도 더 높이 올라갔으리라 봄.
사회의 시각으로는 당연히 기본권 침해라던가 가혹행위라고 말할 것임. 근데 군인은 기본권 제한 받음. 전투력 향상을 위해 굴려지는거 허용함. 신체의 자유도 구속됨. 군인복무기본법이라고 법률에도 당당히 적혀있음.
2. 그래. 그렇게 사회와 군대의 가치가 충돌한다면 모병제해서 원하는 사람만 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인 위험때문에 모병이 불가능함. 아무리 군대 가기싫어해도 억지로 처넣을 수 밖에 없다는 거.
시민적 지휘, 제복입은 민주시민의 개념을 제시하며 가장 민주적이라고 평가받는 독일연방군의 경우도, 냉전 시기 징병제를 18개월로 실시했고 병력규모가 50만명에 달했음.
하지만 통일 이후 징병제를 폐지했고 전투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해왔음. 최근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노골적인 서진전략에 맞서서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 일각에서 징병제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기도 했음. 독일연방군의 규모는 현재 18만명 정도 수준이고, 국방력도 이전에 비해 아주 약화된 상태로 평가받음.
독일은 러시아가 저멀리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행동에 대해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우리나라는? 당장에 100만명의 세뇌된 조선인민군, 그 뒤를 따르는 수백만명의 예비대, 그 뒤에 버티는 거대한 중국인민해방군, 독도를 중심으로 태클 걸어오는 일본 해자대까지 2중3겹으로 둘러싸여있음. 단군이 터를 잘못 잡은게 분명함.
우리는 차악을 선택해야하는거. 공산당 혹은 로동당 전체주의에서 국민 전체가 썩을 것이냐, 민주국가를 위해 젊은이들이 군대에서 대신 썩어줄 것이냐. 어찌보면 잔인한 계산이지만 어쩔수 없음. 그럼으로 해서 우리는 군인들에게 그만큼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고, 더 큰 물적지원과 인적지원을 해줘야함.
3. 근데 이걸 어렵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음. 뭐 페미니스트도 당연히 포함이지만 좀 다르게 보고자함. 바로 수백만명의 군필자들임.
한국 남성의 대다수는 병역을 치름. 군인은 따라서 어떤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하는 인물이 아니라, 누구나 다 하는 흔하디 흔한 노예1 노예2로 전락해버림. 자기비하로 인해 군인으로서의 정체성도 표류하고 자긍심도 말끔히 증발해버림. 군대는 디폴트 이미지가 혐오스러운 기피집단 취급받음.
따라서 누군가가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나는 나라를 위해 성스러운 임무를 수행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전혀 형성되지 않음. 그저 노예사슬자랑이고 군대는 빼는게 최선일뿐.
휴대폰 허용? 와 그게 군대냐? 완전 당나라군대네. 라떼는~
동기생활관? 계급도 없애지그래? 라떼는~
복무기간단축? 캠프냐? 라떼는~
국군의날 시가행진 폐지? 군대 사기 다 떨어트리는구나~
사단 통폐합? 북한군한테 길을 열어주는구나?
이런 소리가 몇몇 군필자들의 입을 통해서 줄줄이 나올 수 밖에 없고, 아무리 20대 청년들이 고충을 토로해봤자 그들은 이미 전부 그보다 심한 강도의 고통을 전부 감내해낸 자들이기 때문에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종합해보면
1. 사회와 군대의 가치 충돌 (그럼 원하는 사람만 가면되잖아?)
2. 징병제의 불가피성 (아니 그럼 대우라도 잘해주라고)
3. 군인에 대한 존중의식 소멸 (모든 사람이 군대를 경험하고 욕만 하는데 존중의식이 생기는가?)
라는 악랄한 순환고리가 완성됨.
이를 끊기 위해서는 군인 대우 향상에 대한 통일된 의식이 필요한데, 참 어려워보임. 당장 문재인 정권이 국방개혁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장군수 감축ㆍ사단 부대구조 개편ㆍ인권개선ㆍ월급 대폭인상ㆍ급식개선ㆍ휴대폰허용ㆍ부조리 적발 같은 조치들이 참 적절하고 군에도 꼭 필요한 조치임에도 군필자들 중에는 아니꼽게 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보임.
모두가 군인에 대해 너무 쉽게 말하고 너무 쉽게 평가하고 비하할 수 있는 한국사회의 특성이 가슴이 아픔.
미국처럼 군인이라는 직업 자체가 희소해서 모든 이들이 군인들의 희생에 감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라 생각함. 오히려 모든 이들이 군대의 억압적인 구조에 질려서 단체로 얼굴 붉힐 일밖에 없다고 해야하나.
소수의 희생에 의해 다수가 수혜받아야 하는데, 역으로 다수의 희생에 대한 다수의 집단적 분노와 분열만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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