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nita Sapiens [847641] · MS 2018 · 쪽지

2021-05-06 08: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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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자라는 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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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벌써 여름이 다가오네요. 제가 재수학원에 있을 당시 여름은 참 중요하고 어려운 시기였습니다. 여름은 방학도 껴있고, 더워서 몸관리도 힘들어지고, 게다가 워낙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들으니 에어컨을 쌔게 틀어서 냉방병도 몸소 겪어본 바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여러분이 더운 여름을 지나고, 또 좋지 않은 환경에서 공부할 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하여 제 개인적인 경험과 깨달음을 적어봅니다.








(에어컨을 안틀면 더워 죽을거같고, 직접 쐬면 감기 걸릴거같고... 제 첫 재수 생활에서 여름 시즌은 지옥이었습니다

http://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2082)








 재수학원때 선생님들께 자주 들은 이야기인데, 이제 슬슬 여름되고 불쾌지수 올라가면 학생들이 싸우는 일도 많아지고, 또 1시에 점심을 다 먹고 난 후 5교시 수업에 엎어져서(마치 죽은듯이) 자는 학생도 많다고 하더군요.




 지금만큼 여러분이 쾌적한 상황에서 공부할 일이 적어질 것입니다. 한 가을쯤 되면 다시 쾌적해 지는데 문제는 그때는 9평 이후 수능을 앞두어서 다들 멘탈이 반쯤 나가있다는 것?




 그러니까 여름에 덥고 힘들다고 엎어지면 안되는 것입니다. 더욱이 스트레스 받고 나도 모르게 불쾌감이 쌓여있다가 스스로에게, 혹은 남에게 상처주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의대에 관심을 가지니까 의학을 예시로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현미경의 발명으로 세균, 그리고 이후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바이러스의 존재가 밝혀지며 현대 의학에서 소독은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저도 병원에 종종 입원한 적이 있었는데, 모든 침대에 손소독제가 비치되어 항상 간호사 분들이 손소독을 하고 환자를 보더군요.




 특히 외과 수술을 할 경우에는 소독 문제가 민감해집니다. 인간의 신체 일부를 절개하고 거기에 이물질을 집어넣는(수술용 칼이라던지 의사의 손이라던지 등등) 일을 하기에, 정말 지독하게 소독을 합니다.




 그럼 이렇게 열심히 소독을 하면, 외과수술에서 100% 감염을 막을 수 있을까요? 답은 '노' 입니다. 99%에 근접하지만, 아무리 의사와 병원이 최고의 시스템과 장비로 소독을 해도 0.1...%의 감염 확률까지 완벽히 막을 수 없다합니다.










(과거 세균과 바이러스의 존재를 모를 때에는 수술 도구로 인한 감염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소독을 통해 완벽하진 않지만 무균 상태까지 근접하여 어이없이 희생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게 되었죠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585915)







 그러니까 사람은 아무리 신경을 쓰더라도, 최적의 깨끗한, 완벽한 무균 상태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손을 자주 씻고 청결함을 유지하려 노력하더라도, 100% 세균과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게속해서 외부 병원체에게 공격받고 병들고, 쉬었다 회복하고 다시 활동을 반복하는 사이클을 돕니다.




 저는 성격이 완벽주의적이고 스트레스를 매우 심하게 받는 타입이라서, 이런 무균 상태를 상상하며 공부를 했었나 봅니다.




 저는 중학교 때부터 시험 기간마다 저희 어머니랑 자주 다투었습니다. "왜 항상 신경쓰이고 예민한 시험 기간마다 이상한 말을 해서 자극하고 사람 분통 터지게 만드냐"라는 불만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대학교까지 이어져서, 매우 크게 싸운 적도 몇번 있습니다.




 그런데 좀 더 경험을 겪고 나니까 이해가 되더군요. 저는 시험기간에 어머니의 방해와 언행에 폭발하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험 기간에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고 불쾌감이 정말 많이 쌓인, 그러니까 풍선이 부풀은 상태에서 어머니의 한마디는 바늘로 콕 찌르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쌓인 긴장과 스트레스가 전부 바늘 쪽으로 폭발한 것이었죠. 만약 시험 기간이 아니었다면, 그냥 편안하게 넘어갈 일도 많았을 것입니다.









(안그래도 공부도 힘들고 날은 덥고 에어컨은 춥고 성적은 안오르고 수험생들은 '분노'로 가득 차 있습니다

https://news.joins.com/article/17122108)







 저는 절대로 여러분의 감정과 분노를 무조건 참으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한 발자국만 물러서서, 딱 5초만 더 생각을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습니다. 불필요한 분노의 표출은 여러분의 공부에도 방해를 크게 줍니다.




 그래서 이 글의 제목이 '흔들리지 않으며 자라는 나무는 없다' 입니다. 우리는 항상 흔들리게 마련입니다. 강풍이 불 수도 있고, 태풍이 불어서 뿌리까지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완벽하게 보호받고, 최상의 환경에서 살아가지 못합니다. 항상 무언가 여러분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여러분을 흔들더라도, 그것에 크게 분노하고 집착하며 자기 공부에 방해를 받는 것은 온전히 여러분의 책임입니다. 왜냐하면 인간 모두가 그런 외부적인 흔들림을 받으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요새 제가 우울증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님을 뵈는데,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군요. "코그니타님은 부모님이 뭐라 직접적으로 말하고 강요하더라도 의연하게 자기 중심을 잡고 흘려들을 줄도 알으셔야 합니다" 정말 저에게 큰 충격을 주는 진단이었습니다.




 심지어 여러분의 가장 중요한 가족인 부모님이 여러분을 흔들지라도, 그 흔들림 속에서도 뿌리를 깊이 박고 자신의 할 일에 집중력을 유지하길 바랍니다. 저는 그것이 안되서 상대적으로 공부를 잘 못했던 것 같아서 다소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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