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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지말자 [401975] · MS 2012 · 쪽지

2013-06-21 19:56:25
조회수 7,241
23

지각인생-손석희, 삶의 방향성에 대한 성찰

게시글 주소: https://orbi.kr/0003716302

지각인생 - 손석희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 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것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 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방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앞날이 보이지 않습니다.

내일이 불안하고 지금 나의 행동이 옳은지 의문이 들때

우리는 내가 걷는 길을 미리 가본사람들을 바라봅니다.

흔히 하는 질문들인

'지금 시작해서 성공하셨던분들 있나요?

'누구들어서 성적오르신분?

'이렇게 공부해서 3등급에서 1등급으로 오르신분 있나요?'

하는 질문들이 그 가벼운 예시일겁니다.

수능성적만이 아닌 다른 무거운 예시로 들어가면

자신의 가정사, 가치관, 꿈, 이성,친구관계 등등에 있어서도

그런 경험을 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싶어하고

그 이야기를 따르고자 합니다.

저도 그런 상황들에 있어서 예외는 아닙니다.

언어성적이 징하게(?) 안올라서 많은 질문과 많은 칼럼들을 접해봤고

삼수해서 대학간 분들, 미래의 꿈,가치관 등 나와 비슷한 면모가 있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먼저 간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였습니다.

저는 손석희사장(?)님을 좋아하는데

사실, 손석희씨를 좋아하게된 계기는 아마 티비에서 보여지는 깔끔한 이미지도 있었을것이고

삼수를 실패하셨다는 사실,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하면서 맨처음으로 늦은 대학 입학이야기를 언급한것 때문에

동질감이 생겼습니다.

삼수는 실패하고 싶지 않았지만.

손석희의 지각인생, 마지막문장에서 처럼,

절실함이 있다면 수능성적 따위는 조금 안나와도

앞으로의 내 삶은 빛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서메 재학시절, 주말자습시간에 공부하다 막막해지면, 가끔 걸어서 강남역을 돌아다니기도하고

카톡 프사는 위에있는 수의입은 손석희 사진으로 걸어두었습니다.

삼수하고 있는 제 모습이 수갑이 채워지고 포승줄에 묶여있는 신세같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저 상황에서 손석희씨가 웃음지었던 이유는

자기를 보러온 임신한 아내를 안심시키기 위함이었다네요.)

그리고 손석희의 지각인생글을 세번째(?) 메가스터디플래너에 손으로 옮겨적었습니다.

그 글을 옮겨적다보면

'나도 그런 절실함이 있을까?'

'나는 왜 삼수를 했을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처럼

고3과 다르게 수능을 여러번 보는, 사회적 시계에 뒤쳐지는 선택을 하면

필요이상으로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런 고민들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답을 찾는것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자양분이 되리라 믿습니다.

사실 저의 이야기는 성공의 이야기보다는 실패의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재수는 실패했고, 삼수는 고3때보다 수학 2문제정도 더 맞은 수준입니다.

사실 수능성적만 놓고 보면

저는 고3때 굉장히 많이 올랐습니다. 6평 4222222이고 (저 고3땐 탐구 4개했습니다 ㅜㅜ)

9월은 323223이고 수능은 3211113인데(영어랑 탐구 1등급이 백분위 99,100이라 굉장히많이오른겁니다)

결과적으로만 따지면 6평 아주대공대수준에서 수능 고공이나 연대이과계열도 잘찌르면 갔습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재수때는 수능날을 망쳐버렸고(사실 사연이 좀 있습니다)

삼수때는 모든모의고사가 비등비등했습니다.

성장기에 거쳐야하는 사춘기가(?) 입시때문에 유예되다가

20살,21살에 터지는 바람에 방황을 좀 많이했습니다.

그래서 성적은 그냥 그럽니다 ㅠㅠㅋ

그러니 성적상승의 전례를 원하는 수험생들에게는

저의 고3때 제 모습이 도움이 되겠고

힘든 길을 버티고 싶어하는 재수삼수에게는

저의 재수삼수 모습이 도움이 될것같습니다.

사실 글 예닐곱개를 쓰면서 학습법에 대해서는 거의 안썼는데

첫째 이유는 저보다 학습법에 대해 더 심도있게 고민한분들이 올린글들보다

잘 쓸 자신이 없었고

두번째 이유는 저는 여러분들중 한명도(?) 모르는 익명의 타인들인데

무조건 학벌로의 특권을 갖는과정에 있는 그대들을 도와주어야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안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잘되길 바라진 않습니다.

열심히 하는 학생들,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학생들, 남들과 나누는 삶을 살겠다는 학생들이

잘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절실함'을 가지길 바랍니다.

우리는 자본주의사회에서 너무 영향력의 크기에만 집착해서

방향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합니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문제들은 대개

무한 속도경쟁에서 뒤처져서 좌절한 사람들이나

영향력의 크기만에 집착해 특권을 남용하는 사람들이 벌입니다.

이런 문제들의 뿌리가 방향성없이 영향력의 크기에게만 집착하는

사회의 모순된 분위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그대들은 어떤 삶에서 어떤 방향성을 지녔나요?

저는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젊어서 고생을 해보니.. 정말.. 어휴..

선택하지 않은 출생이라는 제비뽑기 때문에

젊어서 고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고

때로는 환경이 좋아도 약간은 엇나간 방향인데

옳은방향인줄 알고 착각하고 그 길을 뛰어가다 넘어집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시행착오를 겪을수도 있습니다.

또는 자기의 신념과 꿈을 지키기위해 힘든길인줄 알면서도

묵묵히 감내해나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삶이라면

조금은 늦더라도 올바른 '절실함'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후회하는 인생을 살지는 않을 것 입니다.

그 무엇도 방향성과 절실함으로 무장한

의미있는 삶을 살고자 분투하는 그대들을

막아서지 못할 것입니다.

단순히 지각이건 아니건간에

수능성적만을 위한 수험생활이 되지는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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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 · 340702 · 13/06/21 22:36 · MS 2010

승연님 글은 깊게생각하면서 읽게되네요
이좋은글에 댓글이없다니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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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주노 · 422463 · 13/06/22 01:09 · MS 2018

아프니까 청춘이다....
님 글과 김난도씨의 책이 일맥상통한것 같네요 ㅎㅎ
항상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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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1 · 400072 · 13/06/22 15:37 · MS 2012

희대의 '잡서'... 10대20대의 20년과 노년의 20년이 같을 수가 있나...? 10대의 몇년으로 인생이 판가름난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인생시계가 아직 몇시밖에 안된다고 ㄸㄸ이 치는거 오그라들어서 못봐주겠던데ㅋ;; 뭐 천만번인지 십만번인지 흔들려야 된다는책 한권 더 냈다더구만여 ㅎㅎ 담엔 7번쓰러져도 일어나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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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나를믿어 · 443203 · 13/06/23 00:01 · MS 2013

회원에 의해 삭제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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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젯 · 444375 · 13/06/23 03:41 · MS 2017

조금 공감합니다. 저 책 너무 빨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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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continued · 407207 · 13/06/22 09:22

대단합니다 .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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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 392912 · 13/06/22 10:18 · MS 2011

밑에 직접 쓰신 글이죠?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이런 생각가지고 하신다면 분명 성공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힐링되고 오르비에도 힐링이 되는 자료인 듯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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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미워 · 442343 · 13/06/22 14:43 · MS 2013

손석희씨 석사논문 표절이라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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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지말자 · 401975 · 13/06/22 15:41 · MS 2012

현재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재검증 중입니다..
결과가 나오면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검색하다보면 이미 표절인것 처럼 나와있는데
약간은 편항된 기사들입니다..

이글이 정치적 논란글로 변질하질 원치 않습니다.
ㅠ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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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만옹 · 444022 · 13/06/23 16:18 · MS 2013

다른 건 모르겠고 언론인으로는 참으로 좋아하는 분...
어찌되었든 뱡향이 흐릿해져가는 시점에서 저를 돌아보게 만드네요
특히 뒷부분의 진실된 말씀이 참으로도 고맙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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