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볼 때 긴장하라. 긴장은 엔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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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되는 것은 '위축'의 상황
시험 볼 때 일어나는 위기상황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바로 '당황'과 '위축'이다.
당황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본능적으로 돌아가 훈련을 할 때 했던 것을 적용하지 못하는 때를 말한다.
위축은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자연스럽게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경직되는 상태를 말한다.
이 때 '당황'은 연습으로 극복을 할 수 있다.
수많은 시뮬레이션 상황을 놓고 연습해보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위기를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위축'상황이다.
마치 국어를 처음 배웠던 때로 돌아간 것 같이 모든 것이 부자연스러워진다.
그렇다고 자연스럽게 하라고 해서 위축이 쉽게 해결되진 않는다.
수능 때는 엄청난 압박과 긴장감이 있는데 어떻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상황에 대처해야 할까?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수능이 다가오면 신문, TV에서 이런 떠드는 얘기가 있다.
모 교육 전문가를 인터뷰한다.
그는 적절한 긴장감은 시험에 도움이 된다고 하고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 하라고 한다.
수능 당일의 컨디션이 중요하니 집중을 잘하라고 한다.
이렇게 매년 이런 두루뭉실한 얘기들이 반복된다.
이런 말을 듣고 도움을 받은 적이 한번이라도 있는가?
매우 식상하다.
'어떻게' 긴장감을 이기고 위축에 대처하는 지 가르쳐주지 않고 '결과적으로 이렇게 되면 좋다' 라는 것만 알려준다.
참 짜증이 나는 일이다.
누가 실전을 연습처럼 하라는 것을 몰라서 시험볼 때 덜덜 떨까?
위축 대처법
그렇다면 엄청난 긴장감 압박 하에서, 위축의 상태가 일어나면 어떻게 대처를 할까?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위축상태가 왜 일어나는 지 알아야 한다
1993년 윔블던 여자테니스 결승에서 야나 노보트나는 마지막 3세트를 4-1로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 세트만 더 이기면 윔블던 우승이 눈앞에 있었다.
그녀는 스테피 그라프가 넘긴 공을 백핸드로 받아쳣다.
그런데 공은 네트를 스치고 날아가 코트 끝에 떨어졌다.
관람석은 만원이었다.
노보트나는 그런 상황에도 침착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녀는 첫번째 서브를 실패, 두번째 서브는 더더욱 엉망으로 실패했다.
다음 포인트에서 그녀는 쉬운 기회에서 형편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결국 실수를 연이어 하고 스코어는
4-2, 4-4, 5-4로 역전하더니 3세트를 뺏겼다.
그리고 연이어 세트에서도 지더니 결국 준우승을 하고 말았다.
그녀는 정상급 선수가 아니라 다시 초보자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왜 이런 일이 그녀에게 일어났던 것일까?
그녀가 백핸드로 공을 받아치고 코트에 공이 걸렸을 때 '윔블던 우승을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때 수많은 관중들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고,
그녀는 이 압박감 하에서 '꼭 우승을 해야한다'고 다시 마음을 먹었을 것이다.
위축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일어난다.
바로 엄청난 압박감이 있는 상황에서 '결과를 통제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다.
이런 상황에서는 '더 잘해야지' '집중해야지' 하고 생각하면 오히려 집중력이 흐려진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다음은 예전에 했던 내 과외학생과의 대화다.
이름은 예명을 써서 희경이라 하자.
"희경아, 이번 수능 수리영역에서 너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은 무엇이니?"
"전국 1등을 하는 거요!"
"희경아, 너 근데 너가 전국 1등 할 수 있는 거니? 너가 통제할 수 있는 거니?
만약 다맞더라도 너 표준점수가 낮을 수 있잖니"
"아....음 그러면 최대한 많은 문제를 맞추는거요"
"음...그런데 너가 문제를 맞추는 것을 통제할 수 있니? 아무리 잘 풀더라도 틀릴 수 있는 확률은 있는 거잖아."
"네...그러면..음..바로 앞에 있는 문제를 맞추는 거요"
"음 그런데, 바로 앞에 있는 문제를 '맞추는 것'도 너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을까?
아무리 잘풀어도 항상 틀릴 수 있는 확률은 존재하니까 말이야.
너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렴. 너 생각보다 너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는 제한되어 있단다."
"아 !! 알겠어요. 바로 제 앞에 있는 문제에만 집중해서 풀려고 하는 거요"
그렇다.
우리는 긴장감 하에서 최종 결과를 잘 나오는 쪽으로 억지로 통제하려고 할 때 집중을 하지 못하고 위축상황에 빠진다.
애초에 인간은 신이 아닌 이상, 결과를 통제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상위권, 최상위권에서 굉장히 많이 일어난다.
상위권에서는 한문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시험을 볼 때 어떻게든 안 틀리려고, 최대한 맞추려고,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그러다보니 최종결과를 통제하려고 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보면 멘탈이 약한 학생은 위축에 빠져 시험을 완전히 망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전교 1등 매번 하던 학생이 갑자기 수능 때 휘청거리고 삼수, 사수로 빠지는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다.
우리는 시험에서 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은 단기적으로,
바로 앞에 있는 문제에 집중하고 문제를 푸는 흐름에 빠지는 것이다.
긴장감은 없애야 되는 것인가?
하지만 수능현장의 압박감, 중압감 하에서 과연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말만 쉬워 보인다.
난 여러분에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주려고 한다.
'긴장은 엔진이다. 긴장을 풀라고 하는 것은 아주 좋은 성능의 엔진을 후진 엔진으로 바꾸라는 것과 같다.'
긴장은 오히려 집중을 하기 위한 엔진이다.
여러 곳으로 분산되었던 신경을 하나로 모을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여기 방바닥에 선을 나무판자를 하나 놓고 따라서 걸으라고 하면
당신은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들으면서도 여유롭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0층 가까이 되는 쌍둥이빌딩 사이에 나무판자를 걸쳐놓고 건너가라 하면
당신은 극도의 긴장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단 건너라고 누가 소리쳐서 나무판자에 발을 딛기 시작하면, 음악소리가 들려오든 말든 모든 것을 잊고,
당신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것이 긴장의 효과다.
긴장은 집중을 위해서 푸는 게 아니라 오히려 갖는 것이 좋다.
내가 아는 형이 한 명 있다.
그 형은 연세대학교 수시를 합격한 상태에서 수능을 봤다.
당시는 수능 상위 10% 안에만 들면 수능 최소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형은 긴장을 해소한답시고 우황청심환을 먹고 시험을 봤다.
결과는 어땠을까?
그 형은 집중을 못했고 0.7점 차이로 상위 10% 안에 못들었다.
모의고사 때도 10% 바깥에 나간 적이 없던 그 형에게 있어서 그것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긴장을 해서가 아니라 긴장을 하지 않아서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긴장을 해서 시험을 못봤다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것은 왜일까?
바로 긴장을 나쁜 신호로 인식하는 데에서 온다.
긴장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때부터 자신의 능력에 의심을 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위축이 시작되는 것이다.
만약 긴장을 좋은 신호로 인식한다면 우리 자신에 대한 능력을 믿을 수 있고, 그것을 집중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배는 바람을 이용해서 이동한다.
긴장은 마치 바람과 같다.
이 바람을 잘 타면 엄청나게 빨리 이동할 수 있다.
긴장을 어떻게 하면 없앨 수 있을까 고민하지 말고, 긴장은 좋은 느낌이라고 느끼면서,
긴장을 이겨내면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연습을 하라.
공부할 때와 시험볼 때는 뇌의 작동방식이 전혀 달라야 한다
앞서서, 긴장이 나쁘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기 시작한다고 했고,
반대로 긴장이 좋다고 생각하면 자신의 능력을 믿을 수 있다고 했다.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수능 시험은 급박한 상황이다.
나는 칼럼이나 인터뷰에서 종종 공부는 등산이라 했지만, 시험은 전혀 다르다.
시험은 전쟁이다.
그 전쟁은 겉으로 보기엔 수십만의 수험생들과 싸우는 전쟁이지만,
본질을 들어다보면 내 안의 또 다른 자신과의 전쟁이다.
그 적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이 전쟁은 매우 급박하게 전개된다.
배웠던 것을 침착하게 생각할 틈이 전혀 없다.
모의고사 볼 때마다 느끼겠지만, 실전에서는 공부하듯이 분석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
언어영역에서 주제를 분석하고 지문에서 근거를 꼼꼼히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
수학에서도 배운 것을 찬찬히 돌아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거의 본능적으로 문제를 풀게 된다.
그래서 시험을 볼 때는 공부할 때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공부할 때에는 '분석적 사고방식' 이 필요했다면, 실전에서는 '신뢰의 사고방식'으로 뇌의 작동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 신뢰가 바로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생각을 안하는 연습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본능에 충실한' 시험법이 강하다.
공부 잘한 사람들이 수능시험을 볼 때 어떻게 봤는지에 대한 인터뷰를 봤는가?
하나같이 똑같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정신없이 문제를 풀었을 뿐이다.'
그렇다. 신뢰의 사고방식으로 작동할 때에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하면 안된다
그러면 오히려 부자연스러워진다.
신뢰의 사고방식으로 실전에서 작동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연습은 '배웠던 것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다.
'생각을 안하는 연습'이다.
'흐름속에 빠지는 연습', 본능에 충실하는 연습이다.
당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내가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할 수 있다.
아니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누구한테 전화를 걸려고 한다.
휴대폰을 열었다.
010 OOOO OOOO
당신은 별 실수 없이 누른다.
그런데 갑자기 신이 나타나서 전화번호를 하나라도 잘못 누르면 원하는 대학에 절대 못간다고 한다.
그러면 당신은 어떻게 되는가?
행여나 원하는 대학에 못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고, 위축에 빠지고 행동 하나하나가 부자연스러워질 수 있다.
그리고 실수를 연발할 확률도 높아질 수 있다.
그런데 신이 말하기 전에, 이미 당신은 어떻게 하면 전화기 버튼을 누를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다.
'별 생각없이' 본능에 충실한 것이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압박감을 좋은 신호로 인식하고, 그저 흐름에 맡기는 것이다.
시험이 다가온다고 다들 불안할 것이다.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나도 중간고사 보기 전, 수능 보기 전 불안하지 않은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불안하지 않을 때 시험을 잘 못봤다.
불안하다는 것은 긴장과 마찬가지로 우리를 집중으로 옮기고 더 좋은 결과를 성취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내가 두번째 수능시험을 쳤을 때가 기억난다.
10번쯤 풀어가고 있는데 이건 내가 아는 수리영역 난이도가 아니었다.
장난이 아니었다.
순간 못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 순간, 난 나 자신을 믿고, 본능적으로 문제를 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정신없이 문제를 풀어나가고 100분이 지나갔다.
마지막 마킹이 끝났다.
그리고 난 '실수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100분간 정신없이 싸웠던 나를 믿자'
하고서는 답안지를 감독관에게 제출했다.
신념의 사고방식으로 작동하자. 자신을 믿자.
우리는 이미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 이 글은 공신닷컴 서형일 공신님의 소중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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