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275957] · MS 2009 · 쪽지

2013-03-03 0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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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반드시 행복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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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불행하고 앞으로도 불행할것이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

지금 난 불행하며
앞으로도 계속 불행할 것이고
영원히 행복할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이러한 불길한 예감들은 대체로 정확했으며
이번에도 그럴것이라 확신한다.

행복이 마음으로 부터오는 것이라면
난 행복할수 없을것이다.
내가 불행하다고 난 생각하므로.

지난 시간동안 행복시절이였다고 생각될 1년이 존재하긴하는가
결핍과 우울이 주된 정서였다.

하지만
난 내가 앞으로는 행복하기를 바란다.

지난 여름
남탓환경탓주변탓하지 말고 노력하자는
나의 무의식적인 중얼거림을 지하철에서 들은 그 사내의 눈빛은
그때의 난 일종의 대견함이라 여겼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단순한 측은함이였다.
기숙학원에서 휴가를 나와 집에서 오르비를 하다
엄마의 부름에 습관적으로 공부시간을 정지하려
스탑워치를 찾았을때 나의 기분은 뿌듯함이지만
지금 느끼는 그때의 기분은 처절함이다.

불행이라는 단단한 흙속에서 저만치 깊은 곳에 묻혀있는
행복이라는 싹을 틔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가 씨앗에게 준 물줄기들은 불행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벌써 부터 지쳐오는 삼수의 나,
작년 이맘때의 지난 흔적을 찾아본다.
일주일 공부시간을 80시간을 채우지못하고
항상 그 언저리에서 맴돌던 나에게
넌 쓰레기라고 한심한놈이라고 그것 밖엔안된다고
욕짓거리를 한바탕 퍼붓고 나면
초라한 나를 욕한 나는 그속에서 위안을 찾았을까
아니면 한층 더 초라해진 내 모습을 발견했을까.

나의 과거와 현재는 불행으로 매워져있다면
나의 미래에는 행복이 존재하기를 기원한다.

지금 이 글을 치는 순간에도
내 옆에는 풋풋하게 생긴, 갓 어른이 되었다는 듯이 옷입은
여학생 두명이 12학번 선배니 국민대니 무슨 학과니
하는 단어를 생소하다는 듯이 뱉어내며
(사실은 내가 12학번일수 있었는데ㅎ)
지금 이 순간보다 더 행복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버스를 탔으며
내가 버스를 내릴 때에는 나보다 어려보인다고
생각했던 여편네 두명이 수능영어만 해서...무슨 다른영어는 어쩌구..
하는 얘기를 들었다.
난 오늘도 수능영어를 해야하는 걸..

하기는.. 내가 접했던 가장 처절한 비참함은
축제때 연대에서 들려오는 폭죽소리를 듣고
자습하다가 화장실에 가서 숨죽여 울었다는
여학생의 울음소리다.

독학이 힘들어 학원을 등록하고 왔다.

지금의 난 이렇게 불행하고
불행하게도 이 불행이 계속 이어질꺼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난 나중의 나는 행복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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