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ved Slave II [872525] · MS 2019 (수정됨) · 쪽지

2021-01-31 23: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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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형에서 미적분으로 다시 하는 수험생들이 읽어볼 만한 수능 경향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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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르비 Evolved Slave II 입니다. 오늘은 작년 나형에서 올해 미적분을 택할 시에 고려해볼 내용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미적분은 '산수'와 다릅니다. 기존에 그냥 그래프 그림만 그려 비벼보려 했던 그런 숫자놀음과는 많이 다를 거에요. 그런데 이럴 거라는 걸 평가원은 진작에 작년 6평, 9평, 수능을 통해 충분히 경고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같지도 않는 소리를 하냐고요? 평가원을 너무 과대평가한다고요? 아니요, 이건 진지합니다. 원래 교육과정 개편 전년도 평가원 문제에서는 다음 교육과정에서 강조하는 관점을 강화하여 출제하는 경향이 있는데(아마 이건 N수생을 위해서가 아닌 고1, 2 학생들이 기출을 보며 감을 잡기 위해서가 가장 큰 듯합니다.) 아무리 봐도 이건 강조한 게 맞아요. 올해부터 평가원은 그래프, 수식 중 하나라도 부실하면 뇌절이 씨게 오는 문제를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20 수능부터 보여드리며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 보여드리죠.





2020 수능 나형 30번입니다. 이거 풀이는....음....맞아요. 여러분 머릿속에 있는 그 풀이. 좌표평면에 y=x, y=-x X자 찍 그리고 '접할 때! 접할 때! 특수! 특수!' 2개 연립해서 계수 비교만 하면 풀립니다. 애초에 2020 수능 나형이 전반적으로 다 골고루 어려운 문항들로 구성되었다 해도,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그래프 풀이가 먹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근데 이거 2021 6평 나형 30번인데 보실래요?




'? 이 문제 그래프 풀이 먹히는데?' 하시는 분들 있을 거에요. 아마 저도 당일날 쓴 풀이 이거일텐데...




딱 봐도 논리적이지도 않고, 좀 그렇다 싶은 풀이입니다. 이거 제대로 풀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1. x<0일 때 f(x)=a(x-1)^2+b(a<0)에서 x=0일 때 미분계수 같고 연속인 거 쓰고,

2. (가)에서 g(3)=g(0)인 거 쓰고,


그 다음에야 (나)를 통해 최고차항 계수 비교해서 식으로 풀어야 합니다. 물론 직관 좋으시거나 고이신 분들은 여기까지도 그냥 그래프 써서 현장에서 푸셨겠죠. 근데 이게 9평 가면 더 가관이 되어갑니다.




어? 진짜 이거야말로 30번이 그래프로 풀리는 문제 아닌가요? 네, 맞는데 평가원이 30번에서만 변별하진 않겠다는 생각이 드러난 건지 그냥 30번만 쉽게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작 변별력 있는 문제는 식이 더 중요하게 냈습니다. 밑에 2문제입니다.





그래요, 이 문제는 그래도 '쉽습니다.' 그냥 그래프 찍찍 그어도 풀리게는 주었어요. 그리다보면 '4x^2+5가 y축 대칭이고 f(x)가 x=1 대칭이니 y=|f'(x)| 생각해보면 대강 a가 최대일 때는 4x^2+5와 -f'(x)가 접할 때 아닌가?'로 풀립니다. 근데 말이죠, 이거 좀 이상하지 않나요? 우리 그림 예쁜 문제 좋아하는 평가원이 좀 낯설지 않나요? 무슨 몇 년 전에는 사설에나 냈던 '좀 덜 특수한' 상황을 문제로 냈죠? 이거 풀이는 저거도 있는데 수식으로 풀면 뭐도 있는지 아세요?




0<=|f'(x)|<=4x^2+5이니까 양변 제곱해서

(f'(x))^2=(2a(x-1))^2<=(4x^2+5)^2하고 사차함수 개형 추론으로도 풀립니다. 진짜 별 거 없는 게 저 볼드체인데 저게 보이면 평가원이 정말 문제 치밀하게 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프도 되는데 수식으로 뚫어도 ㄷㄷ한 풀이.... 20번도 함 봅시다. 이게 더 무섭던데 ㅋㅋㅋ




이거 첨에 볼 때 '드디어 평가원이 미친건가. 고1 때 배운 합차와 곱으로만 20번을 냈다고?'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이거 변별용이 아닌 줄 알고 점수 퍼주기용인 줄 알았습니다. 물어보는 게 너무 뻔했거든요. 


처음 풀 때 그래프 식 x^2+1, 3x-1 대입해서 (가) 만족하게 따라가게 하면서 풀고 검토할 때 (나) 제곱해서 (다) 4배한 걸 빼서 f(x)-g(x) 만들어내고 연립해서 f(x), g(x)가 특정 범위에서 달라지는 함수인 거 확인도 했습니다. 솔직하게 저는 그랬어요. 


근데 정작 끝나고 애들이 제일 많이 물어보는 게 저거더라고요? 그래서 보니까 '함수가 범위 따라 다르게 나오는 저런 게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라더군요. 솔직히 좀 충격이었어요. 여러분 잠깐만 바로 위에 18번 보실래요? |f'(x)|는 범위에 따라 다르게 정의되는 함수가 아니던가요? 정말 그래프 풀이가 헛점이 많고 확장성이 수식 풀이보다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게 한 계기가 되긴 했습니다. 


아마 평가원이 굳이 18번과 20번을 같이 밀어넣은 건 아닌 듯 싶었습니다. 근데 이게 수능에서는 더 극명하게 보이더라고요.





자 2021수능 나형 20번입니다. 이거 솔직히 5차함수 그려서 현장에서 풀려 한 사람 거수해보세요. 꽤 많이 들걸요? 근데 여러분, 5차함수 기출에서 그려본 적 있어요? 그것도 나형 범위에서? 없어요. 이거 그냥 0에서 a까지 적분값 0으로 수식 밀어붙여서 풀어야 해요. 이걸 누가 처음에 보자마자 교과서에 없던 건데 '음 5차를 드디어 평가원에서 내는군.' 하고 현장에서 생각해서 풀려 하는 게 정상이다 하겠냐고요. 이거 5차 그려서도 풀리긴 하는데, 


1. 일단 교과서에서 이 그래프 개형 다뤄본 적 없고,

2. 5차 안 그려도 풀리고요,

3. 막상 그래프 그렸어도 '0부터 a까지 적분한 게 0이다.' 써야 하는 건 똑같아요.


그래프 그려서 간단하게 뚝딱 풀리는 시절은 진작에 갔어요. 또 하나 보여드려요? 2021수능 나형 30번인데,



이거 그럼 어떻게 하실래요? 이것도 혹시 그래프 찍찍 몇 개 그어보다가 '음....일단 h(0)=0이니까 f(x)-g(x)이 x^2을 인수로 갖고 x^2(x-a)(a>1)이네....' 하고 'f(x)+g(x)가....어.....어....그래프 어떻게 그려야 하나? 망했다.' 한 거 아니죠? 이거요? 그냥 수식으로 계산계산하고 밀면 2분이면 풀어요.



'얘 이래놓고 정작 당일날에는 문제 그래프로 풀어놓고 그런 거 아니야?' 하실까봐 수능 당일날 풀어본 후에 수학 고인물장인과 얘기한 카톡캡쳐 ㅇㅈ합니다. 이 날 문제 읽자마자 바로 삘왔어요. 대강 그래프만 비비던 애들이 20번, 30번에서 무너질 것이.....



이렇게 계속 수능에서 나형러들에게 미적분 선택 시에 주의해야 할 점을 강조 중입니다. 해당 글은 아예 그래프 풀이 없이 순수 수식으로 풀라는 게 아닌,




1. 그래프 풀이가 안 되거나 더 느린 문제가 나올 수 있다.

2. 수식 풀이를 애초에 고려했어야 하는 문제가 나올 수 있다.




이 2가지를 염두해두고 미적분 공부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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