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STASY [980003] · MS 2020 · 쪽지

2021-01-25 14: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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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 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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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믿고 어떻게 살어가나

서른 먹은 사내가 하나 잠을 못 잔다. 

먼― 기적 소리 처마를 스쳐가고 

잠들은 아내와 어린것의 벼개 맡에 

밤눈이 내려 쌓이나 보다.

무수한 손에 뺨을 얻어맞으며

항시 곤두박질해 온 생활의 노래 

지나는 돌팔매에도 이제는 피곤하다. 

먹고 산다는 것,

너는 언제까지 나를 쫓아오느냐.


등불을 켜고 일어나 앉는다. 

담배를 피워 문다.

쓸쓸한 것이 오장을 씻어 내린다. 

노신이여

이런 밤이면 그대가 생각난다.

온― 세계가 눈물에 젖어 있는 밤 

상해 호마로 어느 뒷골목에서 

쓸쓸히 앉아 지키던 등불

등불이 나에게 속삭어린다.

여기 하나의 상심한 사람이 있다. 

여기 하나의 굳세게 살아온 인생이 있다.


 

 시인 김광균은 해방 이후 혼란스러운 사회 현실 속에서 갈등을 겪고 있던 당대의 시단에 회의감을 느끼고 일상과 개인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이때 그는, 혼란스러운 현실속 에서도 의지를 잃지 않고 문학적 성취를 이룬 중국 작가 ‘노신’ 을 자신과 동일시했다. 시인의 이러한 의식은 그가 쓴 「노신의 문학 입장」이라는 다음의 글에 나타나 있으며, 그의 시 「노신 」에 잘 반영되어 있다.


 “......혁명의 혼탁과 동란의 전진에 싸여 작품과 인간이 격앙 하고 충혈되었을 때 홀로 정밀한 비가를 노래하던 노신의 심정 을 나는 나대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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